<리포터가 만난 사람>우분투 이명자 이천교육장
"우분투 교육장님이라고 불러도 됩니까?"
"아, 그럼요."
경기도 이천(利川)이 대한민국 우분투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우분투의 주인공은 바로 이명자(李明子. 61) 교육장. 이 곳에서는 우분투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마치 구호 같다. 전화에서도 인사말과 건배사에도, 심지어 각급 학교 교지에도 이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당연히 교육청과 초중학교 교육계획에도 우분투가 반영되어 있다.
‘우분투(Ubuntu)’. 도대체 무슨 말일까? 남아프리카 지역 반투족의 말로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는 상생과 배려, 동료애, 박애를 뜻한다. 미국의 빌 클링턴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노동당 고별행사에 참석해 "우분투 덕분에 사회가 풍요로와졌다"라고 말한 후 지구촌에 큰 반향을 일으켜 지구 곳곳에서 좋은 결과를 맺고 있다고 한다. 풍요로운 사회, 화기롭고 사랑이 오고가는 사회는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면서 함께함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제가 왜 이 자리에 있습니까? 학생, 학부모, 교사가 있기에 제가 있는 것 이지요. 즉, “당신”이 없으면 "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 나를 있게 한 당신은 얼마나 중요한 존재입니까? “또 상대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을 섬길 수밖에 없지요. 더구나 우리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이끌 인재들입니다. 그들을 교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 그것을 생각하면 사명감으로 몸과 마음이 경직됨을 느낍니다.” 우리 삶에, 우리 교육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여겨져 교육가족들에게 ‘우분투’ 덕목을 가슴에 새겨두라고 당부하곤 한단다.
“‘우분투!’ 제가 남을 대할 때마다 생각하며 나를 다듬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학생들,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 내게는 모두 귀한 분들로 배려하면서 함께함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학부모들도 우분투의 뜻을 듣고 많은 관심을 나타내었고 동감하며 우분투를 함께 하자고 다짐했다 한다.
이 교육장은 바로 이 우분투를 교육에 접목시켰다. 그는 교육 바로 세우기에 그리고 인성지도, 생활지도도 우분투 덕목을 마음에 심어주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육의 목적은 학문적 지식 이전에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바탕으로한 인격형성의 조화에 있고 이런 인성이야말로 우리교육이 추구하는 고귀한 가치가 될 것이며 글로벌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21세기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글로벌 인재는 영어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 이 아니다. 남이 다가오는, 호감을 주는 인간성을 갖추어야 한다. 우분투하는 마음으로 남을 배려 할 줄 알고, ‘I'm sorry’, ‘ Thank you.’를 먼저 말할 수 있는 넉넉하고 여유있는 품성을 지닌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강력한 글로벌 인재론이다. “우리 학생들은 모두 세계를 자기 동네 다니듯이 드나들며 살 사람들입니다. 영어능력과 함께 글로벌 품성과 매너도 함께 지녀야 함이 중요합니다.” 라며. 세계를 동경하듯 먼 하늘을 바라본다.
이 교육장은 또 말한다.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생각해 보건데, 교사의 자질과 역할은 한 학생의 일생을 좌우하는 바,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교사는 성실함을 기본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학생들을 엄하게 교육하는 것도 사랑의 다른 표현수단입니다. 또한 믿어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나, 너 믿어!“ 이 한마디는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영어 선생님의 ”명자는 할 줄 알았지“ 라고 믿어주시는 말씀에 그 믿음을 져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영어를 열심히 하지 않았나 싶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의 영어선생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거든요.
또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기다려 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빨리 변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올바로 성장하는 것을 기다려 주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본분이겠지요. 한 가지 더. 교사는 희생하고 봉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모두 지키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늘 스스로 다짐하고 확인해가면서 생활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어느 한 가지도 마음에 들게 실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저를 착잡하게 하네요. 이제 기회는 없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 잠깐 아쉬움이 스친다.
이천교육의 역점사업과 특색사업은 ‘우분투 실천 교육’, ‘실생활 영어교육’, ‘이섭대천 독서교육’을 꼽는다. 특히, 전교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교수-학습자료로 ’영어로 진행하는 교과별 교수-학습 자료, ‘누구나 영어로 수업할 수 있어요(Anybody can teach in English)’ 를 개발 제작하였다고 한다. 탁상용 캘린더형으로 되어 있어 교탁에 놓고 수업하면서 활용하기가 편하다. 세세한 내용과 더불어 idea가 반짝이는 작품이다. ‘누구나 영어로 수업할 수 있어요’는 학교 생활영어, 각 교과 공통영어, 각 과목별 교수영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어 전공 교육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해결방안을 이 교육장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영어 유머집과 , 학교생활 영어방송 자료도 제작하고 있어 그 활용이 기대되며, 이천의 영어교육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육장은 교사시절 영어교과서를 통째로 노래로 만들어 영어교과서 노래집을 만들고 카세트 테이프에 자작노래를 녹음해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열정적인 때가 있었노라며, 아련한 추억에 미소를 짓는다.
이 교육장은 이름과 얼굴 표정 그대로 밝고 명랑하다. 웃음이 많고 발랄하다.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 웃으며 살자"주의라며 함박 웃는다. "웃음진 밝은 표정은 성공의 계약서, 행복의 저금통"이라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 내가 먼저 기분이 좋아야 남도 잘 가르치게 되고, 효과도 좋게 나타납니다. 점점 밝은 모습이 전파되고 있으니, 그런 점에서 이천의 교육은 일차 성공임을 감지할 수 있고, 행복을 저금통에 넣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또 활짝 웃는다.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 미소띤 얼굴은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업무와 함께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그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정한 선비는 사납지 않으며, 잘 싸우는 자는 화내지 않으며, 싸움에 이기는 자는 맞붙지 않으며, 사람을 잘 부리는 자는 그의 아래에 선다.” 는 노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큰 그르침이 없었던 것은 그 가르침을 늘 명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며, 다소곳이 말한다. 또한, 그는 장자의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새롭게 해석한다. 아침에 3개 준다, 4개 준다, 싸울 것이 무에 있겠는가? 달라는 대로 주면 될 것을. 요즘에는 내가 상대방의 의견과 맞추면 되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맞추면 통하니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삶의 지혜와 함께 느긋하고 유연하나 꿋꿋한 의지와 여유가 엿보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직원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일해야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과도 가깝게 대화를 나누며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해간다. 직원들의 문화복지에도 관심을 가져 헬스센터를 정비하고, 바쁜 가운데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오카리나 연수를 시작하는 등, 장래의 윤택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다각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M 장학사는 “이 교육장님은 누구와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분이어서 직원 및 학교 현장과의 우정 어린 돈독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특히 여성의 특성을 멋있게 살려가는 분이라고 귀띔한다.
이 교육장은 말한다. “강한 바람보다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고, 뾰족한 칼날보다는 부드러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지요.” 그렇게 조용히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교육장이고 싶다면서. “금세기는 여성의 특성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시대입니다. 제가 여성이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혹시 오해 하실는지 조심스럽습니다만, 지난날 농경시대, 산업화시대는 농사짓고, 짐나르고, 기계돌리고.... 우직한 힘이 필요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아이디어, 컴퓨터, IT시대, 언어 소통능력 또 엔터테인먼트 능력,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한 예술 능력 등 즉 감각, 감성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성성향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 섬세함, 따뜻함, 민첩함 등, 모성애적인 인간성이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의 공동체적 가치에 부합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성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남성도 여성화 되어가는 경향이 눈에 보이지요. 시대 변화에 맞춰 빨리 여성성향을 발휘하는 남성이 성공합니다. 알파걸(공부, 운동 만능 엘리트 여성)에 베타남(사회적으로 유능한 아내를 잘 내조하는 남편)이라는 말이 있던데, 기꺼이 유능한 아내를 위해서 봉사, 희생할 줄 아는 남편이 요즘은 현명하고 아량있는 남자로 존경을 받는 시대입니다.” 라고 말하며, 따라서, 그런 시대를 능동적으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해야 함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 미력하나마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성향의 특성을 살려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많이 도와 주시고 함께 행복 저금통을 불려 나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