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목요일 오전, 형사 윤재호의 책상 위에 사건 파일 하나가 떨어졌다.
담당 형사가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떠넘겨진 것이었다. 파일 표지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실종 신고 — 피신고인: 쇠나루 제3공단 일대 근로자 47명]
윤재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흔일곱 명.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었다. 마흔일곱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신고였다. 그것도 같은 날, 같은 공단에서.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파일을 펼쳤다.
신고인: 박순덕 (62세, 쇠나루 공단 인근 식당 운영)
"저번 달까지만 해도 점심때마다 줄이 문밖까지 섰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무도 안 오는 거예요. 공장 불은 켜져 있고, 굴뚝 연기도 나오는데, 사람이 없어요. 도대체 어디 간 거예요, 형사님?"
윤재호는 파일을 덮고 코트를 집어 들었다.
쇠나루 공단은 도시 외곽, 낮은 산줄기 아래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굴뚝은 세 개였다. 모두 연기를 뿜고 있었다. 공장 불도 켜져 있었다. 기계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정문 앞 주차장에는 차가 없었다. 구내식당 앞 평상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담배꽁초 수거함은 비어 있었다.
살아 있는 공장에서 사람만 사라진 것이었다.
윤재호는 천천히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기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흘렀고, 로봇 팔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다만, 그 사이사이에 있어야 할 사람의 자리만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멈춰 서서 로봇 팔 하나를 바라보았다.
쉬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반복했다.
범인은 저것인가.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윤재호는 관계자 세 명을 불러 조사실에 앉혔다.
첫 번째 용의자는 공장 대표 강민준 (55세) 이었다.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 고급 시계, 그러나 눈 밑에 짙은 그늘이 깔려 있었다. 그는 조사실에 들어서자마자 변호사 동석을 요청했다.
"대표님, 마흔일곱 명이 어디 갔습니까?"
강민준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라진 게 아닙니다. 재배치됐습니다."
"재배치요."
"네. 생산 라인 자동화에 따라 일부 인력을 조정했습니다. 절차는 모두 합법적으로——"
"마흔일곱 명을 동시에요?"
강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윤재호는 수첩에 한 글자를 적었다.
거짓말.
두 번째 용의자는 노조 위원장 이철수 (54세) 였다.
작업복 차림으로 들어온 그는 의자에 앉기 전에 형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이 충혈돼 있었다.
"위원장님, 협상이 결렬된 게 언제였죠?"
"석 달 전입니다."
"그 이후 조합원들과 연락이 닿습니까?"
이철수는 주먹을 테이블 위에 천천히 올려놓았다.
"형사님, 우리가 요구한 건 당연한 겁니다. 성과급 투명화, 합리적인 분배. 그게 잘못입니까?"
"잘못이냐고 묻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디 있냐고 묻는 겁니다."
이철수의 눈이 흔들렸다.
"……모릅니다. 우리도 몰라요. 어느 날 보니까 다들 없었습니다."
윤재호는 수첩에 또 한 글자를 적었다.
진심.
세 번째 용의자는 정부 관계자 오상철 (48세) 이었다.
넥타이를 고쳐 매며 들어온 그는 조사 내내 팔짱을 끼고 있었다.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셨다고요?"
"검토는 했습니다. 발동은 안 했고요."
"왜요?"
"상황이 정리됐으니까요."
"정리요. 마흔일곱 명이 없어진 게 정리입니까?"
오상철은 코웃음을 쳤다.
"형사님, 시장이라는 건 말이죠……."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개입이 늦으면 탈이 나고, 너무 이르면 시장이 왜곡됩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윤재호는 수첩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적을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윤재호는 공장 인근 식당 박순덕 씨를 다시 찾았다.
빗속에 혼자 식당을 지키던 그녀는 형사를 보자 앞치마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
"오셨어요? 뭐 좀 드릴까요?"
"됐습니다. 사라지기 직전에 뭔가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박순덕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말했다.
"있긴 했죠. 그게 뭔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말씀해 보세요."
"밥 먹으러 오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입을 다물었어요. 원래는 왁자지껄하잖아요. 임금이 어쩌고, 파업이 어쩌고, 정부가 어쩌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냥 밥만 먹고 갔어요. 아무 말 없이."
"그게 언제부터였습니까?"
"기계들 들어온 다음부터요. 그 커다란 쇠팔들 있잖아요."
윤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만 더요. 마지막으로 오신 분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십니까?"
박순덕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철수 씨요. 그 사람은 마지막 날도 왔어요. 혼자서. 된장찌개 시켜놓고 한참 창밖을 보다가 그냥 갔어요. 밥도 별로 안 먹고."
윤재호는 식당을 나왔다.
빗속에서 그는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점들을 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윤재호는 생각했다.
사건의 구조는 단순했다. 그러나 범인이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강민준은 방아쇠를 당겼다.
성과급 갈등이 깊어지자 그는 협상 대신 자동화를 선택했다. 그것은 범죄가 아니었다. 그러나 마흔일곱 명의 삶을 지운 것은 분명히 그의 손이었다.
이철수는 불씨를 키웠다.
요구는 정당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때마다 기업은 다른 출구를 찾았다. 이기는 싸움이 지는 전쟁이 된다는 것을, 그는 너무 늦게 알았다.
오상철은 지켜보기만 했다.
개입도 늦고, 보호도 늦고, 대책도 늦었다. 시장에 맡긴다는 말은 사람에게 맡긴다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맡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쇠손이들, 그 로봇들은.
범인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그저 도구였다. 부른 것은 사람이었고, 선택한 것도 사람이었다.
윤재호는 한숨을 쉬었다.
피해자는 마흔일곱 명이다. 그러나 범인은 몇 명인가.
세 명인가. 아니면 그 모든 선택을 만들어낸 구조 전체인가.
사무실로 돌아온 윤재호의 책상 위에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발신인은 없었다. 안에는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베트남 어딘가의 공장 착공식 사진이었다. 빨간 리본을 자르는 강민준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그 뒤로 새 공장 부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손으로 쓴 메모가 한 줄 있었다.
"범인을 잡아도 사라진 자리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윤재호는 그 메모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철수일 수도 있었고, 박순덕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마흔일곱 명 중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이 빗속에 번졌다. 멀리 공단 방향으로 굴뚝 세 개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연기는 여전히 올라오고 있었다.
기계는 꺼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
윤재호는 파일을 닫았다.
서류 표지에 스탬프를 찍었다.
[수사 종결 — 범죄 혐의 없음]
그러나 그는 한동안 그 파일을 서랍에 넣지 못했다.
범죄 혐의는 없었다. 그러나 죄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법으로 잡을 수 없는 범인이 있었다. 그것은 어떤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선택들의 총합이었다.
마흔일곱 명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굴뚝 연기는 계속 피어올랐다.
그리고 쇠나루 식당 박순덕 씨는 오늘도 아무도 오지 않는 식당 문을 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사 종결. 그러나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이 추리소설은 공장 자동화, 해외 이전, 노사 갈등이라는 현실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과 기업명은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