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백홍 이사빈
사랑하는 사람의 별이 아스라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천지 사방이 온통 캄캄한 암흑 속에 빠져듭니다
두 번 다시는 재회할 수가 없어서 슬프답니다
아플까 봐 투명한 눈물 흩뿌리며 배웅합니다
너무나 황망하여 두 발을 동동 굴립니다
보내줘야만 하는 현실이 절망이랍니다
돌이켜서 생각하니 미안함 뿐입니다
조금만 더 잘해줄 걸 후회됩니다
아무런 소용 없어 안타깝습니다
더는 함께하지 못해 사무칩니다
홀로 남겨진 아픔이 너무 큽니다
고독이 폭풍처럼 몰려와 무너집니다
갈 곳 잃은 난파선이 되어 위태합니다
단 한 순간에 세상이 텅 비어버렸습니다
모든 게 뒤엉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집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긴 그리움이 시작됩니다
나의 별도 떨어져 두 별이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지상에서 못다 한 사랑 하늘에 수 놓이길 바랍니다
백홍 이사빈의 「사별」은 상실 이후의 정서를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가며, 애도의 내면 풍경을 비교적 직선적인 언어로 구축해낸 작품이다. 이 시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고통을 은유화하기보다는, 감정의 흐름 자체를 시간의 결로 펼쳐 보이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 그 결과, 독자는 하나의 사건—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이 개인의 의식과 세계 인식 전체를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를 따라가게 된다.
시의 출발점은 “사랑하는 사람의 별이 아스라이 떨어져 버렸습니다”라는 문장이다. 여기서 ‘별’은 흔히 쓰이는 상투적 이미지일 수 있으나, 이 시에서는 단순한 장식적 은유를 넘어 ‘존재의 소멸’을 가시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중요한 것은 ‘떨어진다’는 동사다. 별은 본래 하늘에 있어야 할 것이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가 추락했다는 인식은 곧 세계 질서의 붕괴를 뜻한다. 이어지는 “천지 사방이 온통 캄캄한 암흑”이라는 표현은 이 붕괴가 단지 개인적 상실이 아니라, 화자에게 있어 세계 전체의 소멸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의 중반부는 애도의 전형적인 정서—슬픔, 당혹, 후회—를 반복과 나열의 방식으로 전개한다. “조금만 더 잘해줄 걸 후회됩니다”와 같은 구절은 상실 이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윤리적 자책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후회가 단순한 감정의 토로에 머무르지 않고 ‘되돌릴 수 없음’이라는 시간적 단절을 끊임없이 환기한다는 데 있다. 시는 과거를 호출하지만, 그 호출은 항상 공허로 귀결된다. 이 공허가 바로 애도의 핵심 구조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는 개인의 심리 상태를 보다 구체적인 이미지로 치환한다. “고독이 폭풍처럼 몰려와 무너집니다”, “갈 곳 잃은 난파선이 되어 위태합니다”와 같은 표현은 내면의 붕괴를 외부의 자연 현상으로 전이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지만, 그만큼 감정의 강도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난파선’의 이미지는 방향을 상실한 존재의 상태를 상징하며, 이는 상실 이후 삶의 의미가 해체된 상태를 잘 드러낸다.
이 시의 마지막은 흥미로운 전환을 보여준다. “나의 별도 떨어져 두 별이 만나기를 소망합니다”라는 구절은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재회의 가능성으로 재해석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어지는 “지상에서 못다 한 사랑 하늘에 수 놓이길 바랍니다”는 애도의 정서를 초월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상실을 견디기 위한 상상적 장치를 마련한다. 이는 절망 속에서도 의미를 পুন구성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형식적으로 이 시는 비교적 평이하고 직설적인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단순성은 한편으로는 감정의 진정성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지의 새로움이나 언어적 긴장을 다소 약화시키는 한계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일정한 울림을 갖는 이유는, 상실이라는 보편적 경험을 과장 없이 지속적으로 응시하는 데 있다. 시는 고통을 미학적으로 세련되게 가공하기보다는, 고통의 지속성과 불가피성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결국 「사별」은 죽음 이후 남겨진 자의 시간—끝나지 않는 ‘긴 그리움’의 시작—을 기록한 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상실을 극복하거나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다시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나약하면서도 끈질긴 의지를 담아낸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애도의 서정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정서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