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정지용 민근홍 언어마을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고향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삶의 근원을 이루는 원초적 공간이다. 특히 현실에서의 삶이 힘겹고 고통스러울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는 더욱 커지는 법이다. 이 시의 시적화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고향이 현실 속에서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는, 가족의 따뜻함과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적 자아는 막상 되돌아온 고향에서, 꿈속에서 그리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상실감에 젖는다.
[핵심정리]
★미리 읽기 '향수'가 고향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을 노래했다면, 정지용 초기 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고향'은 그와 같은 그리움을 안고 막상 찾아온 고향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의 모습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상실감으로 변모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동체적 삶의 양상이 현실 속에서 피폐화된 채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측면은 이 시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이 시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시적 자아의 의식 속에서 구성된 고향의 이미지와 현실의 불일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으로 인해 시적 자아의 의식 속에서 고향이 낭만적인 이상향으로 설정되었거나, 유년시절처럼 고향을 낭만적으로만 의식할 수 없을 만큼 현실 속에서의 시적 자아의 의식이 황폐화된 데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제재 : 고향 ▶ 성격 : 낭만적 수미쌍관(首尾雙關) 고향상실을 다룬 작품 ▶ 특징 : 시적 자아의 의식 속에서 자각된 고향 상실감이 변함없는 자연과의 대비를 통해 표현된다. ▶ 주제 : 고향 상실과 방황의 비애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변함없는 자연과 인간사의 대비를 통해 고향의 상실감을 간결하고 담담한 어조에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외적 요인에 의한 고향의 변모 양상보다 시적 자아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고향의 이미지와 현실적 모습의 차이를 문제 삼은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형태상으로 보면, 1연과 6연의 수미쌍관 구조는, '돌아와도/울건만/웃고/돌아와도'의 방임형 어미계열과 '아니려뇨/지니지 않고/아니나고/높푸르구나'의 부정형 어미 계열의 호응구조와 더불어 이 시의 기본적 구조를 이룬다. 이러한 구조상의 특성으로 인해 고향의 상실감이 자연과의 대비 속에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또한 이 시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동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방 직후 유행가로 만들어져 널리 애창되었을 만큼 정지용 특유의 속박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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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 '고향'의 이미지와 정지용의 '고향'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자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백석의 시 '고향'에서, 시적 자아는 낯선 타향에서의 힘든 삶에서 병을 얻어 의원을 찾는다. 우연히 의원으로부터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을 받고 , 시적 자아는 자신의 부친과 의원의 부친이 막역한 친구임을 확인한다. 낯선 타향에서 외로운 신세에 놓여 있던 시적 자아는 그 순간 잊고 있던 고향을 떠올린다. 순간 고향은 자신의 출생지이며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삶의 유대로 묶인 상징적인 공간으로 확대된다.
한편 정지용의 시 '고향'에서, 고향은 시적 자아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관념적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 곳은 현실적 공간으로서의 고향과 대비되면서 시적 자아의 의식 속에서 상실되기에 이른다. 이 순간 현실 속의 힘든 삶을 극복하는 계기로서 시적 자아의 현재와 과거를 이어 주던 관념적 공간으로서의 고향은, 현실과의 단절을 겪고 기억 속의 공간으로 후퇴한다.
##정지용의 <고향>은 1935년에 지어진 것이다. 이 시를 읽어보면 모든 것이 변해버린 고향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서글픔을 느낄 수 있다.시적 화자는 고향을 찾아간다. 그렇지만 시적 화자는 너무나 슬프다. 왜냐하면 고향이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꿩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알을 품고, 뻐꾸기도 울어대고.. 자연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시적 화자 자신이 고향을 잃고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기에 고향이 자신이 늘 마음속으로 그리던 고향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다. 고향이 예전의 고향이 아닌 것은 고향의 풍경이 변한 것이 아니라, 화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는 계속해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꿩이 알을 낳고, 뻐꾸기가 울듯이, 산에는 하얀 꽃이 피어있다. 그 꽃은 다정하게 웃으며 화자를 맞이한다.
그는 또 어렸을 때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 불던 풀피리를 만들어 불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풀피리 역시 어렸을 때 그 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풀피리 소리는 똑같지만 예전에 풀피리를 불던 사람은 소년이었고, 지금은 동심의 마음을 잃어버린 화자가 풀피리 소리를 듣고 있기에 똑같은 풀피리 소리를 다르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화자는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기만 하다. 나이가 들어서 너무 갑갑한 세상을 살아가는 시적 화자가 꿈을 잃었다. 너무나도 그리던 고향에 돌아와도 화자가 본 고향은 그가 그리던 그 고향이 아니었다.
정지용은 옥천군 옥천면 하계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옥천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다. 땅이 기름지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그 곳은, 정지용이 꿈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내기에 조금도 부족한이 없는 곳이었다. 이 때 아버지는 한약상을 하셨는데, 첩을 두어 딸 둘을 낳았다. 어머니가 계신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다른 여인을 맞아들인 일은 감정이 풍부했던 정지용의 소년 시절에 큰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지용은 12살의 어린나이에 동갑내기와 결혼을 한다. 첩을 둔 아버지, 어린 나이의 결혼, 정지용은 어린 시절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현실이 슬픈 사람은 멀리 있는 아름다운 곳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정지용 역시도 자기의 어린 시절의 꿈과 동경을 시를 통해서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후 1919년 3.1운동이 일어났다. 정지용도 학교 문제와 관련하여 무기 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는 여러편의 시들을 발표하는데, 그 중 가장 첫 작품이 <풍랑몽>이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마포 나루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한 시이다. 이 시 역시 어린 나이부터 고향을 떠나 외롭게 살아온 청년의 그리움을 담고 있는 시이다.
정지용이 일본으로 유학가기전, 그는 <향수>라는 시를 쓴다. <향수>는 정지용의 시의 절창이다. 이 노래는 옛날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었던 농촌 마을의 전형적인 가족들이 등장한다.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아버지', '사철 발벗은 아내',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아이'등 모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사람들이다. 또 '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초라한 지붕'도 우리에게 친숙한 농촌의 모습이다.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서 늘 접할 수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난 시이다.
정지용의 시에는 아름답고 영롱한 시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어들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움과 설움을 함께 노래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우리의 현대 역사가 그러했듯이 정지용의 시에는 고향에 대한 한없는 슬픔, 서글픔, 그리움이 녹아있다. 그리고 그의 시가 우리의 마음을 더 큰 서글픔을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