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5차 경남 창녕 화왕산(2025.4.10.)
A코스: 주차장-전망대(자하정)=암릉구간-미소바위-화왕산 정상-도성암-주차장
B코스: 주차장-도성암-화왕산 정상-도성암-주차장
오늘은 경상도 일대가 산불 예방을 위한 입산 금지령이 내려서 가능한 곳을 찾아서 화왕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화왕산은 여러 번 왔던 곳인데, 오늘 A코스는 대부분 처음 가는 코스였습니다. 바위가 많아 좀 힘들기는 했으나 힘든 만큼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전에 왔을 때는 정상의 억세 군락지만 기억에 남았는데, 오늘 코스는 화왕산의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정말 멋진 코스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화왕산은 한자로 火旺山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불이 크게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참 신기하지요? 화왕산의 이름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몇백 년, 아니면 천년도 전에 지어진 이름일 겁니다. 화왕산성이 임진왜란은 물론 그전에도 군사적으로 요충지였다고 하니 화왕산의 이름은 이보다 더 오래되었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름을 불이 크게 일어난다는 뜻인 화왕산으로 지었을까요?
그 옛날에, 몇백 년 후에 지역을 억새 단지로 조성하고 불을 피우리라는 것을 미리 예견했던 걸까요? 아니면 후손인 우리가 화왕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불꽃놀이를 생각해 냈던 걸까요? 아무튼 이 화왕산에는 불이 크게 일어났고, 그것으로 여러 사람이 죽기까지 했으니 화왕산의 이름값은 톡톡히 치른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암릉 지대를 오르기 시작하는데 앞을 보니 저 멀리 능선이 하늘을 찌르는 듯 높더군요.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지? 하면서도 힘을 내서 오르자니 어느새 그 높던 정상이 많이 낮아지더군요. 산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멀고 험한 길도 한걸음 씩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잘 가도 한 번에 두 걸음을 갈 수는 없지요. 아무리 먼 길도, 한걸음, 아무리 험한 길도 한걸음, 이렇게 산행은 결국 한걸음이 전부가 아닐까요? 한 걸음을 옮길 수 있으면 아무리 높은 산도 결국 그 한걸음에 굴복하고 말 것이니까 말입니다. 한 걸음의 용기, 그 용기만 있다면 아무리 높은 산도 우리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저 화왕산이 우리의 이 한걸음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정상의 억새 단지에 오니 앞에 훤히 펼쳐지는 억새풀 단지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진달래가 화왕산의 불꽃을 흉내라도 내는 듯 붉은 자태를 자랑하더군요. 정상 바로 아래 미소바위라는 바위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미소를 짓는 듯하더군요.
내려와서 도성암부터는 아스팔트 길인데 벚꽃이 만개하고 길에는 꽃잎들이 흩날리는 것이 정말 꽃길을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소월의 시 “사뿐히 저려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오늘은 날씨도 화창하고 그래서 초여름같이 더운 날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에서 먹는 막걸리가 정말 시원하더군요. 게다가 족발의 쫄깃함도 좋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옥천 휴게소 화장실에 들렸는데, 화장실이 아니라 정지용의 문학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남을우 선생님 왈, 정지용 생가보다 여기가 정지용의 시가 더 많다고 하더군요. 시인 한 사람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정말 멋진 하루였습니다.
다음 주는 삼겹살 파티를 한다고 하니 점심 반찬 싸 오지 말라는 총무님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첫댓글 총장님께서 지난주 불참으로 자진 신고하신 맛있는 떡. 덕분에 오늘 산행은 거뜬하게 또 전혀 다른 화왕산 모습을 걸었네요.
멋진 바위들이 불쑥 불쑥 전망대가 되어 창녕읍이 손끝 가까이서 ..
시원한 바람이 함께했던 진달래. 꽃동산 넘 멋졌습니다.
여러가지로 공부가 되는 총장님의 산행기 잘 읽어 보았습니다. 피곤하셨을텐데.. 빠른 산행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계절을 함께 느껴본 날 이었습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무탈하게 지내시고 다음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