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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15. 유타주 관광 1번지 Moab. Canyonlands를 중심으로
2016, 7.31 일요일
오늘도 北上한다. 우리가 숙박한 Bluff에서 Canyonlands National Park와 Arches National Park가 있는 Moab까지는 거리상으로 101마일, 163km. 이동시간은 대략 1시간 40분의 거리다. 자연이 출발시간이 늦춰진다. 긴 여행의 뒷끝인지라 피곤도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조그만 기념품이나 인쇄자료를 챙기다 보니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실을 여유가 거의 없다. 차 안으로 짐이 들어와야 하는 실정. 점점 자리는 좁아졌다.
먼저 US-191을 타고 북상, Blanding 도착전 유타주 95번을 따라 Natural Bridges National Monument로 향했다. 그곳은 1908년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유타주 첫 번째 National Monument로 지정된 곳이라 한다. 이 지역에 Hopi족이 살았는지 세 개의 다리 이름이 Sipapu, Kachina, Owachomo와 같이 호피족 언어로 지었졌다고 한다.
어쩐 일인지 유대장께서 길을 놓친 것 같다는 눈치다. 가다 지도를 다시 책크하고 또 책크해도 U-95번을 찾지 못했다. 차를 돌려 오다가 조그만 비포장의 샛길이 나타나자 과감하게 진입한다. 도로 표지를 쉽게 발견할 수 없어 감으로 운전하며 길을 찾아야 했다. 가는 길이 아주 거친 것은 아니었으나 쉽게 가는 길도 아니었다. 아예 미지의 탐험이라고 해야 할 길이다. 자동차 밑이 땅에 닿아 상처가 크게 나는 소리가 들렸다. 즉시 유대장 유심히 살피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냥 가자고 한다.
아이고 어디 다친 데 없어? 미안하다. 밑바닥을 점검하는 유 대장
흙길 오른쪽 지하에 물이 있는 지 큰 나무들의 생육상태가 건강하게 보였다. 한 참 들어가도 사람이나 차량을 볼 수 없다. 깊숙이 한참을 들어가니 철조망으로 경계를 쳐 분명 무작정 진입했다간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정차한 뒤 주변을 살폈다. 그저 사막 낮은 식물뿐. 꽃에 가시가 많은 선인장과 유카 등 사막지역 식물이 거칠게 서 있고 가뭄 탓인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남의 땅 경계에서 ---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이곳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누구도 알 수 없는 광야 속 한 구석이다. 아마 혼자서라면 절대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서부영화에서 목장을 침입한 사람에게 총을 쏘아 겁을 주고 쫒아내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분위기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자연히 미국의 총기소유문제가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정말 미국에서 자유로운 총기소유를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금쪽같은 시간 30-40분을 헤맸으니 아깝기 그지없다.
돌아나와 Monticello 바로 위에서 왼쪽으로 211번 좁은 길을 따라 Newspaper Rock을 찾았다. 도로변에 접해 있어 접근이 쉬웠다. 황갈색 큰 바위에 검은 그을림으로 도색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검은 바탕에 다양한 형태의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 원주민들이 새겼다고 하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그림이 아니라 사람, 동물, 추상적인 기호나 모형, 기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형상이 독립적으로 그려져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아직도 각지의 암각화(petroglyphs) 해석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통일된 의견이 없다고 한다.
Newspaper Rock의 암각화
문외한인 우리로서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의사소통이나 예술적 기록 또는 사건의 기록이 이런 형태였을 것이라는 것을 추론할 뿐이다. 우리나라 울진의 반구대 암각화와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좋겠지만 그림의 선명도 측면에서는 이곳이 보다 뚜렷하다. 선사시대 역사를 기록한 신문이랄 수 있어 Newspaper Rock로 이름 짓는 것 까지는 좋은데 아직도 그 해석이 안 된다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 표면이 검게 된 것은 사암 성분에 빗방울 등 습기가 만나고 그곳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서식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이 부근에 이런 색깔을 띈 바위가 군데 군데 보였다.
특이한 지질 형태 - 모두 사암이다.
다시 북상이다. 차창 밖으로 우측으로 기울어진 큰 바위 아치가 보인다. 가까이 가니 노견 한 편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꽤 넓다. 차량 서너 대가 보인다. 바로 아치를 향해 오르니 Wilson Arch의 형성과 특징을 설명한 안내판이 서 있다. 여행중 처음 보는 아치인지라 신기하기도 했고 올려다볼수록 그 아치 속에 하늘이 파랗게 빛나 더욱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뛰다시피 올랐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내가 들어가지 않아야 할 경계를 넘어 들어섰던 모양이다. 정해진 길로만 다니라는 작은 표지가 서 있다. 김영감이 ‘거기 들어가면 안되는 곳인데’라며 점잖게 꾸중한다. 외국인도 있어 혹시 책잡히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리라. 이렇게 쉽게 힘들이지 않고 멋진 아치를 볼 수 있다니 기분이 참 좋았다. 윌슨 아치를 보고난 후 다들 신들이 났다.
우리 같으면 윌슨 아치가 아니라 '하늘문'이라 이름 붙였을 것.
윌슨 아치 앞에서 선 2016 청탑 탐험대
룰룰랄라 룰룰랄라 --- 신나게 달리며 보이는 가까운 풍경이 가히 이상한 나라에 온 것처럼 괴이한 형태의 커다란 바위들이 연속적이다. 거북이가 목을 길게 뻗어낸 모양이기도 하고 하나의 커다란 돌무덤 같기도 하다. 사암층인지 움퍽 파인 곳이 웅덩이 또는 동굴 같기도 하지만 지층별 지각이 횡대로 쭈우욱 이어져 신기하기만 했다. 숨 쉴 시간도 없이 곧 전면에 산처럼 우람한 하나의 바위에 아주 크게 ‘HOLE N“ THE ROCK’라는 하얗게 쓴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붉은 바위 위에 하얀 페인트로, 거기다 어울리지 않게 크게 써놓은 것 같아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측 하단 네모지게 루즈벨트 대통령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가까이 가 보니 그 아래에 이 집을 마련한 사람이 러시모아에 네 대통령을 세긴 것처럼 루즈벨트 얼굴을 조각해 놓았다. 아마 그가 평소 존경했거나 자연보호에 크게 공헌한 루즈벨트를 오래 기억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큰 바위 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깊은 종교심으로 살아가는 의지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굴 속에 아기자기한 금속 수공예품도 만나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야외에 전시되고 있는 특이한 자동차 등 공작물만 사진에 담고 출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렇게 별난 집을 짓고 자신만의 삶을 구가하며 살고 간 주인공이 존경스럽다.
오후 1시. 이제 영양보충을 위해 Moab로 향한다. 가는 길 왼쪽으로 강물이 흐른다. 우리와 함께 달리고 있다. 강폭이 좁아 평범하게 보이는 콜로라도 강이다. Moab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유타주의 관광 1번지다. Canyonlands와 Arches라는 이름난 두 개의 국립공원이 있고 Green River와 Colorado River가 빚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깊이 배어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La Sal Mountains(해발 3,877m)을 품고 있고 그 남쪽으로 우리가 잠자고 왔던 Bluff와 가까워 모뉴먼트 벨리 등 이른바 Four Corners의 attractions 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La Sal 정상은 오늘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지도상으로는 큰 도시처럼 큰 글자로 표시되고 있지만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조그만 시골 동네다. 인구는 겨우 5천명 간신히 넘긴 숫자이고 1인당 소득수준도 미국 어느 도시보다 낮은 23,000달러 수준(2013년 기준)이다. 그래도 백인 비율이 84%, 그 다음이 히스페닉계 11%. 이곳의 고도가 4,025피트라니 1,200미터의 높은 지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쪽으로 록키산맥의 허리를 맞대고 서쪽으로는 라스베가스, 북쪽으로는 솔트 레이크, 그리고 남쪽으로는 아리조나와 택사스 북쪽을 연결하는 그 중간 위치다.
시간절약을 위해 맥도날드로 의견 일치. 국내에서는 1년에 한 번도 콜라를 마신 적이 없지만 이곳에 오니 콜라가 최고의 음료라는 생각이 든다. 콜라를 마시기 위해 선택한 집이다. 갈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증표다. 물이 얼마나 중한지 이곳에서 깊게 느끼고 있다. 식당 벽에 걸려 있는 Delegate Arch가 정말 멋있다. 이 사진을 보고서 그곳을 찾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일 가기로 되어 있으니 기대가 된다.
La Sal Mountains View Point로 직행, 오후 2시 30분경이다. 다른 지역보다 후덥지근했다. 이렇게 높은 지대인대도 습도가 높을까? 그래도 눈 아래 펼쳐지는 거친 사막 풍경과 멀리 흰눈을 뒤집어 쓴 정상의 푸른 광채가 더위를 식혀준다. 전망대 게시판에는 이곳의 고고학적 지형 생성, 고산식물, 및 깊은 구멍(pothole) 등에 대한 정보를 붙여놓고 있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읽는데도 어려움을 겼었다. 이곳도 사람이 다녀가고 나름의 소원을 빌었는지 지표면에 조그만 돌을 모아 원을 그리고 조그만 탑을 올려놓았다. 거친 사막이라서 우리의 향나무처럼 생긴 소나무(pinyon)도 비바람에 찢기고 휘둘려 상처투성이다. 그 옆에는 고사한 나무의 앙상한 뼈대가 그대로 서 있다. 이 나무들의 운명을 보면서 숙연해지는 것은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는 이곳저곳에 뷰트처럼 솟아있는 바위가 사막의 야성과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이 둥그런 돌모음은 무엇을 뜻할까? 단순하지만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Canyonlands 국립공원으로 달린다. 3시 40분, Visitor Center 도착.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연료 게이지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언제부터냐고 물으니 유대장 왈, 아까부터 그랬는데 아마 우리가 다 돌고 나와도 괜찮을 것이라고 한다. 미세스 유, 강력하게 어필, ‘이러다가 중간에 차가 서면 어떡할려고 그러세요? 돌아가 기름 넣고 갑시다. 좀 적게 보더라도 ...’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내가 기름 넣고 마음 편히 구경하는 것이 좋지 않아? 라고 했더니 유대장은 놀랍게도 쉽게 양보?한다. 되돌아 나가 주유소를 찾지만 참 만나기 어렵다. 보물찾기나 한 것처럼 모두 창밖을 보며 주유소 찾기에 혈안이다. 다행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 곁에 전형적인 서부 개척시 프론티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 집인지 나무로 경계를 뚜렷하게 세웠고 당시의 포장마차와 장비들을 한편에 세워놓았다. 허허벌판에서 이런 풍경도 볼 수 있다니 이건 특별 보너스였다.
서부 개척시대의 향수
그러나 기름을 그때그때 보충하지 못한 대가로 1시간 이상의 손해를 보았다. 비지터 센터에 다시 도착한 시간이 4시 50분. 항상 개스를 충분히 보충해 놓는 것에 유념해야 했다. 국립공원이나 그 근처에는 주유소 자체가 없다는 것은 상식. 그래서 그 주변에도 주유소가 없다고 봐야 한다.
입구에서 지도를 받아보니 이 국립공원 규모가 보통이 아니다. 면적이 1,366 평방km다. 서울이 605 평방km이니 그 두 배가 넘는 넓이다. 자료에 의하면 이곳은 Green River와 Colorado River가 좌우에서 갈라져 흐르다가 남쪽에서 콜로라도 강으로 합류되기 때문에 3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즉, 입구에서 먼저 만나는 지역을 ➀ Island in the Sky라고 부르고 Green River 서쪽을 ② The Maze, Colorado River 동쪽을 ③ The Needles로 구분한다. ③은 앞에 들렸던 Newspaper Rock에서 들어가야 볼 수 있고 ②는 비포장의 도로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우리가 가는 지역은 ➀의 지역 즉, Island in the Sky로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통상 Canyonlands라면 바로 이곳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안으로 쭉 들어가 Island in the Sky의 Visitor Center를 만난다. 차를 세우고 Shafer Canyon Overlook에 올랐다. 검붉은 바위가 Zion에서 본 것과 같지만 표면이 조금 거칠고 투박하다는 차이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니 그야말로 오금이 저리는 풍경이 나타난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몇 발자국 뒷걸음쳤다. 몇 백미터의 절벽에 트레일 코스가 가는 실이 얽히듯 이어졌는데 그 낭떠러지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자동차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Shafer Trail Road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진 왼쪽의 낭떠러지 도로를 보시라. 감히 어느 누가 떨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겁도 없는 자동차. 비가 오면 다닐 수 없다. 오줌이 재린다.
천길 절벽 좁은 길에 차량이 한 두 대도 아니다. 절벽 좌우와 저 멀리 이어진 평지의 트레일이 꽈리를 튼 뱀처럼 앞뒤를 알 수 없고 그 높이 또한 무서움을 느낄 정도다. 아무리 모험이 좋다지만 이곳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나이 탓만은 아니다. 비포장에 난간도 없다. 시야를 아래에 놓으면 낭떠러지. 전방은 절벽의 상황에서 운전을 한다고 상상해 보시라. 내 자신이 아니어서 그렇지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무서웠지만 정말 가슴 떨리는 장관이었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어간 협곡의 험상스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인내와 절제로 100년 가까이 생존하는 Pinyon이라는 소나무는 건강하게 이 협곡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험한 사막지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이 나무는 비틀린 줄기에 껍질은 피를 머금은 듯 붉은 색을 띄었다. 척박한 환경인지라 성장이 매우 느리다지만 뼈대가 강해 주목처럼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을 사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 바로 아래에 Neck Spring 트레일이 있는데 거리는 1.4마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지만 멀리 La Sal Mountain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살고 Pinyon은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Mesa Arch로 향했다. 어렵지 않게 잠시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오가느라 바쁜 모습이다. 보는 순간, ‘아!,이거다!!’ 라는 생각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아치 바로 앞에 세워진 안내판의 사진이 압권이다. 아치 밑부분이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 사진이다. 붉은 아치 밑으로 저 멀리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古城처럼 메사와 뷰트가 그림 속으로 들어와 있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아치 위로 올랐다. 보기에는 쉽게 다리처럼 건널 수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몸이 흔들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그럴 줄 알았다' 소리를 듣지 않아야 했으므로 얼른 내려왔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아직도 이런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나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었다.
Mesa Arch에서 - - 아치 속으로 들어온 뒷 풍경
아치 위에서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도 잠시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원 모두 즐겁다. 긴장과 피로가 한 순간에 다 날아간 것 같다. 사실 말이나 글로 어쩌니 저쩌니 표현하는 것은 이곳의 아름다움에 누를 끼칠 수 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거칠게 다가오는 아름다움이었다. 투박하고 단단한 바위가 아치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그려내는 자연미. 이런 풍경은 어떤 예술가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의 피로가 모두 삭제되는 순간이다. 대신 카메라가 바쁘다. 서로 찍고 찍어주고 ---
모뉴먼트 벨리의 뷰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뷰트가 너무 많아 평가절하다.
그냥 낭떠러지가 아니다. 이 바위 끝에서 번지 점프를 한다면???
다시 반대 방향(서쪽)에 있는 Green River Overlook로 간다. 이곳의 고도가 6천피트, 1,800m가 넘다보니 발아래로 Green River의 민낯이 그대로 들어온다. 강 양변은 좌우로 넓게 자리를 펴고 있었으나 정작 그가 품어야 할 강물은 밑바닥을 적실 정도다. 거리가 멀어 수량이 많은지 어쩐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대지를 적셔줄 충분한 수량은 아닌 것 같다. 이 강물이 흘러 곧 콜로라도 강 품에 안긴다. 강안 양쪽 절벽의 상처가 험상하다. 꼬이고 뒤틀리고 움푹움푹 파이고 깨져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미국 서부의 한 풍경이다. 발아래 낭떠러지가 아슬아슬하다.
지대가 조금 높은 지역은 강물이 마른지 오래다.
이어 고도가 가장 높아(1,902m) 眺望이 좋은 Buck Canyon Overlook에 섰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Monument Valley에서 보았던 것보다 조금 젊은 Mesa와 Butte가 모여 사는 곳처럼 보였다. 한참 풍화와 침식이 진행형이란 느낌이 든다. 내려다보이는 계곡이 악마의 주둥이처럼 깊고 무섭다. 만약 우리가 내려가 밑에서 위로 쳐다보았다면 모뉴먼트 벨리의 그것보다 더 웅장하고 높았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더 큰 감흥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흐를수록 더욱 아름다운 풍경으로 진화해 나갈 곳, 그래서 머지않아 새로운 서부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망의 마지막, Grand View Point. 고도가 1,853m. 전망이 아주 좋다. 시야가 넓고 끝이 없다. 남쪽을 향해 보면, 우측은 그린 강이, 좌측은 콜로라도 강이 흐르다가 두 강이 합류하는 합강 지점이 바로 아래다. 따라서 두 강줄기는 물론 The Maze와 The Needles 풍광을 동시에 한눈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넓다고 하지만 이곳에 서면 특이한 지형의 광대함에 다시 놀랄 수밖에 없다. 아스라한 먼 산꼭대기에 지는 석양이 붉은 물감을 뿌리고 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고 석양이 그림자를 만나며 밤에만 역사를 이뤄놓는 곳. 오후 7시 30분.
대원 모두 대만족이다. 신이 날 수 밖에 없다. 이 기쁜 마음은 즐거운 생각으로 이어지고 --- . 유 대장도 대원이 즐거워하니 신이 난 것 같다. 운전과 말투가 부드러웠다. 오늘의 임무가 성공적이라는 생각이었을 것. 하늘도 우리 마음을 아는 지 서쪽 하늘 끝에 검은 구름이 큰 붓으로 한 획을 그어 지평선과 하늘을 구분짓고 그 사이에 시뻘건 햇빛을 한 일자로 일필휘지를 휘둘렀다. 여행중 처음보는 멋들어지고 영감어린 한 폭의 동양화였다. 속도를 늦춰가며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이건 특별 보너스.
석양이 만들어 낸 동양화
어두워 예약한 호텔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8시 30분 콘도 형식의 2층을 확인하고 짐도 풀지 않고 서둘러 식당을 수배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일식집을 찾아내 5인분 우동을 시켰다. 시간이 지났다며 계산을 먼저 하라고 했다. 유박이 1인당 16달러라는 과분하게 비쌌지만 늦게라도 해 주는 것이 고마워 팁까지 두툼하게 적어 주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우동 한 그릇에 16달러라면 비싼 수준이 아니라 바가지라 할 것이다. 야간수당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 . 20분가까이 기다렸는데 불을 끄고 문을 닫을 채비다. 우리는 여기서 먹고 가려고 했는데 이 사람들 하는 말이 이건 take-out이란다. 낭패를 당한 것이다. 팁을 줄 필요가 없었던 것. 억울하지만 참고 숙소로 가지고 와 먹기로 했다. 저녁 식사시간을 어기면 이렇게 호된 곤욕을 치러야 한다는 것 새삼스럽지 않지만 씁쓸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상사가 생겼다.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고 방으로 옮기고 보니 유 대장 백팩을 찾을 길이 없다. 왔다갔다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 여러 가지 유추를 해 봐도 뚜렷하지도 않고 --- 어안이 벙벙해 서로 말도 함부로 할 수 없고 ---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되었다. 지금도 그 분실의 원인을 잘 모른다. 유 대장의 컴퓨터와 기념품, 그리고 중요한 메모지가 없어진 것이다. 나 같으면 펄펄 뛰어야 할 심정인데 유박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피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내일 아침 오늘 아침 떠나온 코코펠리에 연락해보자고 했다. 아마 그곳에 놓고 왔으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대범하게 유박이 뒤뜰에 설치된 야외 온천탕에 가자고 했다. 분실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 주려는 속 깊은 생각이었다. 세 사람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이 머나먼 외국에서 세 친구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기쁜 일인지 모른다. 하늘도 별빛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가슴에 품지를 못했다. 분실에 대한 자성 때문이었다. 서로들 미안해 했다. 오늘 하루 즐거웠으나 마지막이 좀 무거웠다.
방 배정을 두고 무거운 분위기를 다소 밝은 쪽으로 바꿨다. 방 하나에 거실 벽쪽으로 잠잘 수 있는 침대 2개, 거실, 주방이 모두다. 그런데 이게 다 트여 있다는 점이다. 침대방은 두 여인 몫, 벽에 붙은 1층 침대는 유박, 2층은 본인 몫, 김박은 거실 침대이지만 침대방 입구다. 혼자 왔으니 방 잘 지켜달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어디가 더 조용하고 편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내가 코를 잘 골아 천정으로 올린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제는 잊자. 그리고 내일을 맞자. 그래도 오늘 하루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서로에게 감사에 감사를 보내며........
시원한 음료를 만들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두 여대원
이 사진으로 먼 옛날 이곳이 바다였음을 증명할 수 있다.
뉴스페이퍼 록에서 본 바위 색깔과 같다.
정말 아찔합니다.
까치가 자길 보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이야기를 건다.
나도 오늘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고 갈 것이다.
자연의 위대한 진리 - 시공을 초월한 질서와 건강한 생명을 주었다.
첫댓글 전교수는 여행중에 메모를 많이 했을까?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기록 할 수 있지...ㅎㅎㅎ
재미 있게 잘 보고 있네...ㅎㅎㅎ
우리나라도 2억년 전에는 오스트렐리아 하고 붙어 있었다고 하드라고,
우리나라 육지에 패류가 있는데 호주의 패류와 똑 같은 패류여서 그렇게 추정 한다고 하드라고...ㅎㅎㅎ
명석하지 못하니 메모는 자주 하네. 본걸 다 메모하려면 여행은 못해.
여행이 더 중요하제. 그래서 꽤를 내 키워드 몇자씩만 적어두고 -- 그래 --
읽어주고 격려까지 주시니 감사에 감사 --- 한 번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네그려.
canyonland 의 사진을 정말 잘 찍었군. 이번 여행중 나에게는 2번째로 좋은 곳이었지. Bryce canyon 이 신이 빚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조각품이라면 이 곳은 자연이, 아니 신이 준 장엄한 scene 이었지. 우리가 사진에서 보았던 그 아찔한 계곡, Green River 가 Colorado River 와 만나는 광대한 바위의 평원들이 우리의 저 멀리 발 밑에 보이고...이렇게 좋은 절경인줄 알았으면 일주일을 더 잡고 올건데 하는 마음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던 후회로 계속 찜찜하고 있던차에 그날 저녁 Backpack을 잃어 버린거지. 내 모든 정보를 누가 hacking할까 봐 염려되었지. 시카고에 와서 ipad 를 완전히 disable 시키고 나니까 마음이 놓이더군...
건강이 허락한다면 또 한번 가고 싶은 곳이야. 유타의 Salt Lake City 비행장에 내려 이 곳만 간다면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있을꺼야. 사진을 얼마나 잘 찍었던지 다시 여행하고픈 마음에 장황한 글을 적었네. 이제 우리 여행이 끝 날 날도 멀마 안 남았군...고생했어. Fighting, Prof. Jeon !!!
@유일용 어쩜 내 생각과 같아. 역시 . 앞으로 모뉴먼트 벨리보다 오랜 세월 지나면 이곳이 훨씬 멋있는 여행지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동차도 좋지만 걸어 직접 만져보고 드러눕고 빠져보고 호흡하고 몸을 맡겨버리는 그런 여행, 생각만 해도 흥분되네. 정말 케년랜즈는 다시 가고픈 곳이야. 유박 이래저래 고생 많았어. 대장은 다 그런거야. 대장 누구나 하는 것 아니잖아? 고마워. 이제 곧 마무리해야 하겠는데 ---
분실건은 공동책임인지라 글속에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넣었는데 유박이 대범하게 받아들여줘 고맙에. 그건 그렇다치고 정말 좋은 곳 갔다 온 것으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하세. 계속 미안한 생각이라네. 댓글이 큰 위안이 되네. 감사 --
@전춘옥 나쁜 기억은 곧 잊어바리는 좋은 습관이 있어. 기껏해야 한 두 시간...자기 자신이 할 수없는 것을 가지고 계속 마음에 두는 것은 자기만 손해야. 나의 고생은 각오한거지만 전교수가 정말 고생이 많았지. 맞아 직접 걸어 봐야 해. 내가 언제 시케쥴을 짬세. 부부 둘이만 가는거는 재미 없어...
여행기를 남기는 일 ... 부지런해야하지, 메모하는 습관 그리고 인내심이 있어야 할텐데..
좌우간 전교수 수고가 많습니다. 좋은 여행 경험담을 읽을 수 있어 즐겁네~^^
백교수, 우리는 동업자 아닌가? 많은 조언, 격려 고맙네.
미국여행 10일째로군요!
미국여행5가 조횟수 1천번이 초과되었네~ 경사 축하~
아침 일찍 잠이 깨어 잠자리에서 이 여행기 읽었는데 한시간 더 걸린 것 같네.
쓰는 사람은 몇시간 걸렸을까?
덕택에 구경 잘했네~
자네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늦어졌을것. 부족한 글, 그리고 사진 부족한 점 매워주시고 지적해 주시고
--- 끝까지 많이 도와 주세요. 감사, 감사 드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