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울려퍼진 ‘소원을 말해봐’…朴, 김정은 치떨던 확성기 틀다 [박근혜 회고록 28]
박근혜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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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나라다. 평화 공세를 펼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돌변해 무력도발을 벌이며 우리의 허점을 파고들곤 한다. 돌이켜보면 2016년은 그런 북한의 속성이 가장 잘 드러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2016년 1월 1일 북한이 내놓은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 건설을 강조하면서 이전까지 강조하던 핵무력 건설을 함께 한다는 이른바 ‘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2015년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중앙포토
2014년 2월에 이어 2015년 10월 이산가족 상봉이 2년 연속 이어진 터였다.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해빙을 기대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최근 북한도 8·25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 통로 확대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외교·안보적으로도 중요한 전환기인 만큼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바랐고,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를 강조해 왔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변화를 너무 쉽게 낙관해도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나의 염려를 확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이튿날(6일) 오전 10시30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측은 새로운 형태의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했다(이후 국방부는 수소폭탄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6년 1월 7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5년 12월 15일 첫 수소탄 시험 진행 명령을 하달한 데 이어 2016년 1월 3일 최종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대북방송 재개
김관진 안보실장을 통해 보고를 받은 나는 대북경계태세를 격상하도록 하는 한편 오후 1시30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최했다.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2013년 1월 이후 3년 만의 핵실험이었다. 1~3차 핵실험 때와 달리 주변국에 대한 사전 통보가 일절 없었다. 북한의 핵 도발이 점점 대담해질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