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농촌마을의 기적>
마을사업 3년차 하면서,,, 그간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 나날이었다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그냥 생각 없이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이제와 생각하니 그냥 지나쳤으면 허무한 삶을 살고 있지나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량강화, 벤치마킹, 아직은 머릿속이 복잡하긴 하지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창작해낼 수 있는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람이 변했나? 정말 변한 것 같다.
즐거움이 느껴지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마음의 충동을 멈출 수가 없어 자꾸 움직이게 되고, 계획을 하고 앞에서 실천하며 나가게 된다.
천천히 온 것 같은데, 많은 일들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소액이지만 많은 사업을 하였고, 마을소식지을 4회째 발간했고 연말에 5회차 마을 소식지가 발간됩니다.
마을에 큰 행사를 자주하다보니 축제로 발전하여 벌써 제2회 능뜰깃발축제를 9월15일 주민과 함께 성황리에 개최했고,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주민의 능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즐겁고 행복한 주민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 축제소식과 4호 마을소식지를 전합니다. |
이 편지는 몇년전 홍천군의 어느 마을 이장님께서 마을소식지와 축제소식을 보내오면서 동봉한 편지로서 이장님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다.
이장님의 사연 속의 소회를 보셨듯이 3년전 까지는 마을단위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지내고 있던 평범한 마을, 아니 진부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단위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강의를 듣고, 선진마을을 견학하고, 마을발전을 고민하는 등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그동안 잠자고 있던 창의성을 발휘하여 활기찬 마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장님과 나와의 인연은 홍천군의 창조마을사업 평가에서부터 시작됐다. 평가는 관내 우수마을을 선정하는 과정으로 나는 평가와 함께 강의를 하였다. 그런데 이장님께서는 내 강의를 녹음하여 수시로 듣고 다닌다고 하면서 마을발전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이렇게까지 열심이신 이장님을 보며 도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마을발전 방향을 일러드렸으며, 내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을 마을에서 시행하게 하는 등 기반을 닦아드렸다.
마을발전에는 박대근 화백의 역할이 컸다. 박화백은 마을사업과 축제 등을 컨설팅하였다. 물론 자원봉사였다. 특히, 깃발축제를 고안하여 주민들과 시행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깃발은 그 특성이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공동체를 다지게 한다. 계절적 영향도 적어 언제나 축제가 가능하고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아 논두렁 밭두렁이나 도로변 진입로 등에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깃발을 설치하여 마을경관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제작비용이 매우 적고 남녀노소 주민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우리가족만의 깃발도 만들 수 있어 차별성과 공동체성을 모두 견지한다.
또 한가지는 설치미술 작업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박화백은 단순히 조언만 하는 형태로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일테면 추수 후에 버려진 논의 지푸라기를 활용하여 30여m 크기의 거대한 용의 모양을 만든 것이다. 제작기간 동안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며 흥에 겨워 춤추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공고히 되었다. 주민들 스스로 만들었으며,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기에 자존감과 자긍심도 대단하다. 또한 용의 승천식을 하는 정월대보름 행사에는 군수를 비롯한 관계기관장들도 초청하는 등 주민들의 사기 또한 승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은 박화백의 대외적인 설치미술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실력을 다졌다. 급기야는 설치작가로 등재되어 사업자등록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수시로 예술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일자리 확보와 함께 자존감과 자긍심의 회복이라는 더 큰 수확을 얻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은 마을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변화, 의식의 변화, 가치의 재인식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제 이 마을은 외부전문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주민 스스로 주체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아주 간혹 주민들이 잘 못된 방향으로 가려할 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넛지(nudge)역할만을 하면 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넛지 역할을 하는 전문가 집단이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이다. 포럼은 농촌을 사랑하는 다양한 기관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농촌주민들의 역량강화를 통한 지역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지식봉사(knowledge donation) 모임을 구성하고 활동해오고 있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잡는 방법을 일러주고, 더 나아가 잡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보노(pro bono) 모임이다.
2006년 시작할 때에는 불과 9명의 회원으로 출발하였지만, 2008년 강원일보사에서 우리포럼의 가치를 발견하고 강원도, 강원도교육청, 강원연구원,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농협 강원지역본부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인 「도농상생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 체계화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번 이상 강의한 전문가들만을 회원으로 하는데 현재 180여명의 회원들이 강원지역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제시하고, 강의, 정보와 자료 제공, 토론 및 자문 등을 하고 있다.
16년간 활동하다보니 성공한 마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마을도 있지만, 편지의 주인공처럼 사람이 변하는 것, 마을이 변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며 포럼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주민들께서 느끼는 자존감만큼 우리포럼회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지며, 그만큼 강원지역 농촌의 발전도 앞당겨지리라 믿는다.
강원지역의 모든 농촌이 변화하고 주민들이 변화하여 활기찬 행복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