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디즘이란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인 쾌감을 얻는 이상((異常) 성행위를 의미하며 가학증 또는 학대음란증이라고도 불린다. 이에 반해 마조히즘은 이성으로부터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고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끼는 병적인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사디즘은 프랑스의 문학가 M. de 사드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후작으로 순수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아버지를 존경한 반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증오하였다. 이는 반(反)여성사상이 그에게서 자라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성년이 되자 그는 당시의 귀족 풍습에 따라 사법관의 딸과 정략적 결혼을 하게되지만, '아르퀴이’ 사건(1768), ‘마르세유’ 사건(1772), ‘어린 소녀들’ 사건(1774)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투옥되어 결국 생애의 1/3 이상을 옥중에서 보내게 되었다.
‘아르퀴이’ 사건은 사드가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여인을 집으로 데려가 그녀를 채찍으로 때리고 뜨거운 밀랍을 붓는 등 온갖 잔혹행위를 하여 구속된 사건이다. 그는 그 외에도 창녀들을 모아 그들을 때리고 자신의 칼에 맞게 하여 횟수를 표시한 사건이다. 그는 창녀들에게 독이 든 최음제를 먹여 구속되었는데 이 사건이 바로 ‘마르세유’ 사건이다. 그는 이 밖에 사회에 각종 물의를 일으켜 오랜 세월 수감되었다.
그는 자신을 ‘방탕아이기는 하지만 범죄자나 살인자는 아니다’라며 반종교주의, 반도덕, 반여성주의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신이 설사 존재할지라도 신이 악을 없애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거나 악을 사랑하고 권장한다고 생각하였고, 도둑질은 물질을 가진 자에게서 못가진 자에게로 부(富)를 이전하기 때문에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부장제를 반대하고 여성이 결혼에 속박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이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입장이 아니라 그가 단순히 여성을 성적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고 모든 여성들이 창녀화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모든 활동의 근원은 쾌락이며 상대방과 고통을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쾌락이 더욱 더 확장된다고 생각했다. 즉 가학행위가 쾌락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드가 사디즘의 어원이 된 것도 잔인함에 기인하는 가학행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마조히즘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L.R von 자허마조흐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프로이트는 마조히즘을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사디즘이라고 설명하였다. 여기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차이점이 있다. 사드는 소유를 통한 쾌락의 증대로써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불법과 부도덕 등의 만행에 개의치 않는 반면, 마조히즘의 경우 서로의 동의에 기반한 계약이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관계를 서술하자면,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더 강하거나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 마디로 완전한 사디스트나 완전한 마조히스트는 거의 없으며, 상황이나 누구와의 관계냐에 따라 개인은 사디스트도 되고 마조히스트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예로, 신도들은 교회에 나가면 하나님께 복종하는 선량한 마조히스트가 되지만, 기도를 할 때나 교회 문 밖을 나가면 이 사회의 지배계급이 되고자하는 사디스트로 변한다는 것이 있다. 여기서도 완전한 사디스트나 마조히스트 보다는 개인은 사디스트일 때도 있도 마조히스트일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틀즈의 멤버로 활약한 존 레논의 총살 사건 또한 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틀즈의 열렬한 팬으로써 마조히스트였던 팬이 그가 사랑해마지않던 존 레논을 총격한 것은 팬의 사디즘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열렬한 지지자를 살해하는 사건은 극단적인 팬들로부터 종종 일어나곤 한다.
한 편, 마조히즘을 인내하여 사디스트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를 예로들면, 그는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로부터 핍박을 받고 십자가형에 처하게 된다. 그는 십자가에서 죽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다시 태어나 제자들을 축복하고 하늘나라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마조히스트로 ‘고난’을 받은 예수가 결말로 ‘부활’하여 ‘승천’하는 정복자인 사디스트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성적 욕구를 배출시키지 못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훗날 사회의 지배계층에 올라서거나 예쁜 여자친구를 사귈 것을 바라며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어떤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또 마조히즘에서 사디즘으로 연결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따지자면 사디즘 후에 마조히즘이 온다고 볼 수 있으며, 마조히즘을 사디즘의 하위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