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 치를 일 있냐
망할 놈의 인간을 내가 왜
송장 치를 일 있냐
칠순을 바라보는 울 어머니
악담이 길다
젊어서 처자식 버리고 저 혼자 살겠다고 갔으면
떵떵거리고 살야야지
곰팡이꽃으로 핀 어머니의 한 세상
온몸에 돋아난 백반증을 보이며
하얗게 굳어버린 당신의 가슴이라며
훌렁 걷어 보인다.
독하게 맘먹고 모른 체 합시다 어머니
삐거덕 관절 소리 내는 장롱문짝을 열며
베개를 찾는다
이불 아래 수건으로 덮인 숨은 액자 두 개
잔뜩 겁먹은 처녀와 젊을 총각의 첫 데이트
사모관대 원삼족두리 결혼사진이다
송장 치를 일입니다 어머니
모든 것을 놓아버려서인지 순화 씨는 이름 처름 순하고 여리다. 부는 바람에 금세 멍들어 버리는 목련 꽃잎을 닮았다. 억척스런 삶의 끝에 이제 원망할 사람도 다툴 사람도 곁에 없어서인지 짜증스럽고 억척스러웠던 목소리가 풋사과처럼 사근하다. 곤한 잠을 자는 모습은 아이처럼 천진하다. 가끔은 잠들면 아릉아릉 배냇짓 하는 아이처럼 소리를 낸다. 이것이 그녀의 본모습이다. 순화 씨의 곁에 누워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 그녀의 세세한 삶의 여정들이 화살처럼 가슴을 찔러 혼자서 잠들지 못하는 하루가 된다. 잠든 그녀를 바라보며 「잠에 취하다」란 졸시를 적어본다
잠에 취하다
침묵의 물레를 끄덕끄덕 돌리는
당신의 노동은 기도입니다
여름날 겨자씨만한 애누에가
한잠 자고 또 한잠 자고
손가락 마디만큼 굵어질 때
빗소리 대숲의 바람소리 촘촘히도 들렸습니다
누에들이 한 채의 집 오롯이 지을 때
당신의 방 그림자 아직도 하나입니다
덧없는 날들 날줄이 되고
천지간 핏줄 씨줄로 삼아
戀을 이어 緣을 인내합니다
처녀 아이 젖가슴 같던 별의 가장자리 이지러질 즈음
나비장 맨 아래서 전설처럼 꺼낸 비단 한 필은
눈물이 반이라서 물빛입니다
문드러진 가슴으로 곰팡이꽃을 피었습니다
세밀한 역사의 이야깃감으로
물색 고운 옷 한 벌을 뒤늦게 짓습니다
빈방 영창 서러운 달빛아래
지난하던 한 세상 미련 없다는 듯
곤하게도 단잠에 취하신 어머니
휘적휘적 먼 길도 혼자서 갑니다
시가 되는 사람이 있다. 스무 살 그녀를 난 엄마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엄마였던 채로 태어난 줄 알았던 사람. 가장 낮은 모습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자식들을 두고 바라보는 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아파도 참기만 하는 여자가 있다. 당신의 가슴이 무너지면서도 자식 마음에 생채기 한 줄이 더 무서운 바보가 있다. 내 가슴이 먼저 반응을 보이는 사람, 몇 장의 글로 적기에는 너무나 벅차서 토해내듯 한 번씩 시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지금 혼자 가는 순화 씨의 꿈길에는 이 봄, 무슨 꽃들이 피고 있을까.
그녀는 또 어떤 시로 만나게 될까.
첫댓글
안녕하세요. 남 선생님은 시를 참 맛갈나게 잘 쓰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