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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 낙동강 1300리 종주 이야기 (60) ② 부산 화명동→ 삼락동
생명의 물길 따라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 [낙동강 종주] * 경상남도 구간 (낙동강 수계) ② 부산 화명동→ 삼락동
2020년 11월 10일 (월요일) [백파 출행]▶ 독보(獨步)
* [오늘의 여정](1) ▶ 물금역→ 황산육교→ 황산공원→ 강변산책길→ 양산 낙동강교(551번 양산-김해 고속도로)→ 양산천 하구(생태공원)→ 호포교(굴다리)→ 낙동강대교(500번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금곡동 수변공원→ 화명동→ 대동-화명대교→ 화명생태공원→ 구포 낙동강교(남해고속도로)J.C→ 구포역(부산도시철도 )→ 3호선 전철교→ 구포대교(낙동북로 14번도로)→ 바이크로드(낙동대로와 강변대로 사이)→ 중앙고속도로(김해 대동-부산 삼락) 대교 삼락J.C→ 삼락생태공원→ 제방 길→ 경전철교(부산-김해)→ 사상(산업단지)→ 서부산낙동강교(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강변의 보도→ 낙동강하구둑(기원섭의 카니발, 벗들의 마중)→ 을숙도 문화회관 야외무대→ 부산 다대포→ 몰운대 바닷가
화명생태공원 —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華明洞)
낮 12시, ‘화명생태공원’에 들어섰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 강안의 수변공원이다. 공원의 초입의 이정표에는 호포역에 3.5km 내려온 지점이며 화명운동장까지 1.5km이다. 화명생태공원은 금곡동과 화명동의 경계(전철 2호선 율리역)에서부터 구포까지 4.7km에 달하는 낙동강 강안에 조성된 공원이다. 화명동(華明洞)은 산의 형세로 말하면 낙동정맥의 서쪽의 산록과 낙동강 사이에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하면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은 낙동정맥 금정산 줄기의 남쪽에 위치한 금정산성에서부터 파리봉-성학산-상계봉-만덕고개까지의 산줄기의 서쪽 낙동강 연안에 위치한 동네이다. 다운타운과 낙동강 사이에 ‘경부선 철로’, ‘강변도로’가 지나고, 강안의 너른 둔치에 ‘화명생태공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화명동 한 가운데로 전철 2호선이 지나고 있는데, 여기 화명동(華明洞) 구간에는 율리역-화명역-수정역이 있고 그 다음 구포동의 덕천역(부산도시철도 3호선 환승역)으로 이어진다.
화명공원의 체육시설
화명생태공원은 규모도 크지만, 천혜의 자연 조건을 잘 살린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성면에서 짜임새가 있고 정결하며 아주 아름답고 쾌적한 시민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남으로 종주하는 바이크로드를 따라 살펴보면 낙동강을 조망하는 강변의 ‘테크 전망대’를 비롯하여 2개의 잔디 축구장, 그리고 광활한 잔디광장에 이어, 잔디 축구장, 족구장, 중앙광장, 풋살장, 수생식물원, 초화원, 인라인스케이트장, 민속놀이마당, 나루터테크전망대, 야외수영장, 계류장, 야구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테니스장 등을 갖추고 있다.
화명공원의 메타스콰이어 가로수 길
화명생태공원 가장자리에 경부선 철도와 강변도로가 나란히 지나고, 내가 걷는 강변의 보도(步道)는 낙동강 강안을 따라 직선으로 뻗어 있는데 길가에 메타스콰이어 가로수가 즐비하게 서 있어 그 풍치가 멋을 더한다. 강변에는 가을의 억새가 햇살을 받아 뽀얗게 빛나고, 좌측으로는 강변고가도로 너머 순백의 아파트군이 빛나고 있다. 직선의 길에 키가 큰 메타스콰이어가 줄지어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낙동강 나무 테크 전망대에 나아가 호수처럼 고요한 낙동강을 바라본다. 멀리 북쪽으로 지나온 주탑(柱塔)이 1개인 금곡동의 ‘낙동강대교’가 아득하게 보이고 강의 아래쪽에는 주탑이 2개의 현수교가 낙동강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대동화명대교'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공원에는 노란 잔디밭에 추색이 완연한 나무들이 조용히 세월을 삼키고 있다.
강물에 대한 사색
오후 12시 22분, 낙동강 전망대를 지나고 테크 다리를 건넜다. 낙동정맥 금정산성에서 발원하여 화명동을 경유하여 낙동강에 유입되는 ‘대천천’이다. 즐비한 아파트군 사이로 흘러내린 대천천은 이미 낙동강에 하나가 되어 작은 호수가 되어 있다. 하나가 된 물은 깨끗하고 고요했다. 물이 지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기서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나무가 없는 강안을 따라가는 보도의 흙길, 메타스콰이어 가로수가 있는 직선으로 바이크로드, 가로수의 그늘을 따라 걷는다. 길에는 평일이고, 한낮이어서 그런지 바이커들이나 산책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조용히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낙동강 맑은 바람결이 온몸을 어루만진다. 강안으로 나아가 낙동강을 바라보며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낙동강 1300리,
흐르는 강물을 보면 '인간사'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은 넓고 평탄한 길을 지날 때도 있고,
수많은 돌들이 폭이 좁은 곳을 지날 때도 있다.
아무런 방해 없이
빨리 흘러 갈 때가 있는 반면,
좁은 실개천을 비집고 먼 곳을
돌아야 할 때도 있고
또 이렇게 고요하게 머물 때도 있다.
허나, 강물은 단 한차례도
제 갈 길을 포기해 버린다거나
멈추는 법이 없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 속에서도 흐르고,
한겨울 추위의 얼음 속에서도 흐른다.
강물이 자신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저 넓고 푸른 바다에 이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이 흐름을 멈추지 않듯이 나도 다시 길 위에 섰다. 너른 잔디광장에서 가을의 호천(昊天)을 즐기는 사람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다.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옛날의 낙동강 하류는 비만 오면 강물이 범람하여 농경지가 침수되고 곳곳에서 수해를 입은 현장이었다. 그런데, 낙동강 정비사업을 통하여 효율적인 물 관리를 함으로써 홍수의 피해를 막고, 버려진 강변의 둔치를 이렇게 쾌적한 공원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생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낙동강을 걸어오면서 곳곳에 조성된 수변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건강을 도모하는 것을 보았다.
메타스콰이어에 대한 사색
길목의 군데군데 억새꽃이 무성하게 피어서 가을의 서정시(抒情詩)를 쓰고 있다. 메타스콰이어 가로수 길은 참으로 멋이 있다. 무엇보다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그 높이가 장엄하다. 내 일찍이 송백(松柏)을 좋아했다. 1973년 겨울, 눈이 내리는 날, 제주도 한라산을 등반할 때 어리목산장을 오르는 길목에서 하얀 눈을 뒤집어쓴 시퍼런 잣나무 군락을 바라보면서 찬탄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동행하던 시인 강운회(姜雲會) 선생이 ‘잣나무 울창한 언덕’에서 감동하고 환호하는 나에게 ‘柏坡’(백파)라는 아호를 지어주었다. 오늘 바라보는 메타스콰이어의 풍모가 문득 그때의 잣나무를 연상하게 하였다.
그리고 직선으로 줄지어 있는 메타스콰이어 가로수 길은, 길 위의 선 사람에게 ‘사람이 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열어주는 것 같았다. 사람이 가야 할 참다운 도리(道理)를 보여주는 길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직선의 길은 ‘정직함’의 표상이다.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도(道)라고 하는 것은 잠시라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니, 벗어난다면 그것을 도(道)가 아니라.(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고 했다. 그런데, 내가 걸어온 70평생에는 귀하고 보람찬 일도 많았지만, 수많은 우여곡절도 있었고, 길이 아닌 곳에서 방황한 적도 있었다. 한 마음으로 흐르는 낙동강을 종주하면서, 가는 곳마다 문득 문득 내 인생의 참회록을 썼다. 만시지탄 같지만 그나마 참 다행한 일이라고 자위하면서 —. 길은 선택적 삶의 노정이다. 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동화명대교'
화명생태공원의 중간 부분에 있는 잔디광장은 광활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완강한 콘크리트 고가(高架)의 교차로(交叉路)가 지나가고 있다. 화명공원에는 낙동강을 가로 지르는 두 개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여기 공원의 중앙 억새밭 위에 낙동강을 건너는 '대동-화명대교'인데 강변도로와 대교의 고가교차로가 있다. 그리고 하나는 이 공원의 남쪽에 위치한 ‘구포낙동강대교’이다.
'대동화명대교'는 두 개 높은 주탑(柱塔)을 중심에 세운 현수교인데, 부산의 화명동과 김해시의 대동면을 잇는 교량이다. 다리를 건너면 대동면 초정J.C에서 중앙고속도로와 교차한 후, 서낙동강을 따라 남으로 이어지는 69번 도로와 연결된다. (69번 도로는 강건너 김해 대동면에서 부산시 강서구 녹산동 녹산교까지 이어진다. 녹산교는 동쪽의 낙동강하구둑에서 을숙도를 가로질러 강서구로 넘어오는 서낙동강 녹산수문공원에 있는 교량이다.)
다시 이어지는 바이크로드는 메타스콰이어 가로수 길이다. 길의 왼쪽에는 2개의 축구장이 연이어 있고 그리고 야외행사를 할 수 있는 공원의 중앙광장이 있으며 유소년 야구장도 있다. 강안 쪽으로는 습지와 작은 호수가 있다. 주변의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작은 호수를 건너가는 테크 다리도 있고 거기 낙동강 강안에는 나루터 테크가 있다.
강안을 따라 아래로 나려가면 본격적인 생태공원이다. 왼쪽에는 온라인스케이트장, 민속놀이마당, 초화원 등이 이어지고, 오른쪽의 강안으로 야외수영장이 있고 계류장을 갖춘 화명수상레포츠타운이 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2곳이 야구장 사이에 테니스장도 있다. 나의 길목에 이정표가 있다. ‘↑낙동강하구둑 15km ↓안동댐 370km’를 적시해 놓았다.
‘구포낙동강대교’ — 남해고속도로
습지공원 위에 고가교차로와 함께 복선의 ‘구포낙동강대교’가 있다. 구포낙동강대교는 김해시를 경유하여 오는 남해고속도로(순천—부산)가 낙동강을 건너와 이곳 덕천교차로에서 부산의 북구(구포)로 진입하는 다리이다. 낙동강을 건너편에는 대저J.C에서 중앙고속도로와 교차된다.
화명생태공원
'구포낙동강대교'의 교각을 지나고 나면, 광활한 영역에 생태공원(生態公園)이 조성되어 있다. 바이크로드는 대교의 교각 아래에서 덕천동 제방 도로로 이어져 구포역으로 바로 이어지지만, 나는 그길이 아닌 생태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연꽃단지 섬이 있는 호수공원을 돌아보기로 하고 거기로 발길을 옮겼다. 산책로는 온통 가는 곳마다 억새꽃이 눈부시게 피어있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흙길이다. 그리고 넓은 잔디밭에는 수많은 비둘기들이 앉아서 무리지어 머물다가 무리지어 날아오른다. 고개를 들어 구포쪽을 바라보면 초고층빌딩 두 채가 나란히 하늘을 찌르고 솟아있다. ‘동원로얄듀크 Vista’ 아파트이다. 최근에 지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야말로 부산 구포의 랜드마크처럼 느껴지는 우뚝한 건물이다. — 아주 길쭉하게 이어진 호수의 둘레를 돌아 나왔다.
덕천굴다리 지나 부산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호수 가운데 작은 섬(연꽃단지)을 잇는 나무테크 다리가 있는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구포낙동강대교 고가교차로 교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강변도로 덕천굴다리를 지나 부산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아래의 바이크로드로 들어섰다.
구포역(龜浦驛) ― 부산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龜浦驛)을 지나는 부산도시철도 3호선은 부산 수영구 수영역에서 망미-배산-물만골-연산-거제-종합운동장-사직-미남-만덕-남산정-숙등-덕천역(2호선 환승)을 지나와 여기 ‘구포역’을 경유하여 낙동강 전철교를 건너 부산시 강서구 강서구청역-체육공원역-대저역(부산-김해 경전철 환승)까지 이어지는 부산의 동서를 관통해 가는 노선이다.
전철 3호선 낙동강철교
구포역 주변의 교통로는 매우 복잡하다. 전철 3호선은 전철 2호선과 환승하는 덕천역(徳川驛)을 지나와서, 구포역(龜浦驛)에 이른다. 전철 3호선 구포역은 지상 2층에 역사(驛舍)가 있다. 그리고 이 3호선은 강서구청역으로 가기 위해 바로 낙동강전철교를 건넌다. 전철 구포역 역사 아래, 우측 낙동강 강안에는 수상교(水上橋)를 만들어 강변대로가 이어지고, 좌측은 부산 동래에서부터 이어져 온 14번 도로가 낙동대로가 되어 옹벽 위에서 남쪽으로 지나간다. 내가 걷는 바이크로드는 강변대로와 낙동대로 사이의 공간, 구포역 역사의 교각 아래로 나 있다. 거리는 짧지만 어둡고 아주 답답한 공간이다. ‘경부선 구포역’은 전철 구포역에서 낙동대로(육교) 건너 광장을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다. 그리고 구포동 한 복판에 백양대로(35번 국도)가 지나는데, 그 지하에 전철 2호선이 지난다. 구명역(亀明驛)이 있다.
점심식사 ― 구포역 지나 길목의 벤치
오후 2시가 넘었다. 구포역을 지나,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는 벤치에서 배낭을 내려놓았다. 간단하게 점심 요기를 했다. 편의점에서 장만한 참치김밥과 우유 그리고 초코파이와 생수(生水)까지 펼쳐놓으니 진수성찬이다. 마을 주민인 듯한 분들이 운동기구를 이용해서 운동을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구포다리 이야기
전철 3호선 전철교 가까이에서 구포대교(龜浦大橋)가 나란히 낙동강을 건넌다. — 그런데 원래의 ‘구포다리’는 일제 강점지기인 1930년 9월 13일에 착공하여 1933년 3월 7일 준공되었다. 길이 1,060m, 폭 8.4m의 게르바식 반향교로 56개의 교각을 세워졌다. 이곳 부산시 북구 구포동과 강 건너 부산 강서구 대저동을 잇는 다리인데, 그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긴 다리였으므로 ‘낙동장교(洛東長橋)’라는 벌칭이 붙었다. 이 다리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구포와 대저동 사이는 ‘나룻배’로 왕래하였다. 1970년대까지 이 다리는 부산과 서부 경남을 오고가던 유일한 다리로 정치, 경제, 산업, 문화의 교량 역할을 해 왔으며 특히 6·25전쟁 때에는 대형 군사장비 등 전쟁물자가 이 다리를 통해 수송되어 마산, 함안 등의 낙동강 전선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해냈다, ‘구포다리’는 낙동강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영광과 고난을 역사를 함께 했다.
그런데 1990년에 폭 30m의 왕복 6차로의 신(新) 구포대교가 완성됨으로써 부산의 북구와 교통이 원활하게 되었으며 이 일대의 교통체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신 구포대교가 백양대로(구포의 중심을 남북으로 지나는 도로)와 직접 연결되면서 강서구 대저동에서 사상구 모라동 간의 거리가 5분으로 단축되었다. 1997년 ‘옛 구포다리’는 노후화 되어 대형차량은 통제하고 승용차로만 일방통행을 했다.
2003년 9월 14일 강력한 ‘태풍 매미’의 급습으로, 1933년 준공된 후 75년이 경과한 노후 교량인 구(舊) 구포대교인 '구포다리'는 심각한 손상을 입어 통행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이후 연차적으로 철거 작업이 진행되어 2007년에는 완전히 철거하였다. 지금은 전철 3호선 낙동강교 바로 아래 새 구포대교가 나란히 낙동강을 건넌다.
가을빛 벚나무, 제방의 바이크로드
오후 2시 30분, 다시 길 위에 섰다. 바이크로드는 구포역 2층의 역사 아래를 지나 수상(水上) 교량의 강변대로(江邊大路)와 낙동대로(洛東大路) 사이의 공간에서 남으로 향한다. 내가 걷는 바이크로드 위에서, 좌측의 낙동대로로 이어지는 구포대교 램프가 가로질러 간다. 우측의 낙동강 강안에는 구포대교 아래를 지나온 낙동강 수상(水上)의 강변대로가 강을 따라 내려간다. 한참을 아래로 내려오니 바이크로드는 가로수가 즐비하게 서 있는 제방의 길로 올라선다. 강안을 따라 내려가는 제방 길에 촘촘하게 심어진 벚나무가 가을 색으로 변하여 은은한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두 개의 큰 도로 사이이긴 하지만,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요란한 강변대로와 낙동대로와 거리를 두고 있는, 제방 위의 길이라 비교적 쾌적한 분위기이다. 길가에 이정표가 있다. ‘↑낙동강하구둑 12km, ↓안동댐 373km’.
‘구포삼거리 육교’
가로수 제방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낙동대로 위에 제방과 시내를 연결하는 육교(陸橋)가 있다. 시민들이 낙동강 제방으로 산책을 나올 수 있는 ‘구포삼거리 육교’이다. 이곳은 낙동대로에서 사상로(沙上路)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사상로는 백양대로를 따라 내려오는 부산지하철 2호선이 그 지하로 지나가고, 지상의 경부선 철로도 사상로와 거의 나란히 이어진다. 이 두 개의 노선은 주례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부산진역으로 진행된다. — 육교에 나아가 북쪽을 돌아보니 저만큼 구포의 랜드마크 ‘동원로얄듀크’ 아파트가 선명하게 보이고, 멀리 뒤쪽으로 금정산의 뾰족한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갈맷길’ — 부산 사상구 낙동강 제방 길
제방의 육교 앞을 지나서 조금 내려오면 부산시 사상구(沙上區)에 접어든다. 가을의 날씨는 맑고 공기는 신선했다.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해맑은 가을 햇살이 내린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는 꽃길이지만, 오늘 가을 색으로 물든 나무가 오히려 차분하게 마음을 안아주는 것 같다. 쾌적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무 사이로 좌측의 낙동대로를 바라보니 ‘사상구’를 알리는 청색의 도로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구포의 북구가 끝나고 사상구 모라동(삼락동)에 든 것이다. 여기서부터 삼락동 제방 길을 ‘갈맷길’이라고 한다. 벚나무 기둥에 표지판을 걸어놓았다. 그리고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길가에 「갈맷길의 스토리텔링—삼락(三樂)의 유래」라는 제하의 (사상구) 안내판이 있다.
「갈맷길의 스토리텔링 — 삼락(三樂)의 유래」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1,300리 기나긴 물길이 오랜 세월 흘러내리면서 강 하구에 삼각주가 형성되었고 퇴적된 모래섬 사이로 세 갈래의 큰 물길이 생겼는데, 일컬어 삼차수(三叉水)라고 했다. 낙동강 유역 근대화 과정에서 1930년대 홍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그 모습이 크게 바뀌어 버렸다. 구포에서 사상(沙上) 쪽 소요저도와 유도 동쪽으로 흐르던 유두강은 제방 공사 때 섬이 두 토막으로 잘리는 바람에 육지에 편입되어 현재의 삼락천이 되었고 갈라진 강 바깥쪽 둔치 지역은 시민들의 휴식과 생태한경 공간인 삼락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
‘삼락(三樂)’이라는 지명은 1910년 양산군 좌이면 소요리를 부산부에 편입시킬 때 ‘삼락리’로 개칭하면서 생겨났다. 예로부터 소요저도와 유도는 퇴적사질토로서 땅이 기름졌는데, 둔치지역은 일제말기 우기(雨期)를 피해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하여 1970년대까지 ‘삼락딸기밭’은 낙동강을 찾은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명소였다. 삼락은 군자삼락(君子三樂) 인생삼락(人生三樂)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삼락동 딸기밭과 연관지어 ‘강상청풍’, ‘노전낙조’, ‘누하매전’의 삼락으로 칭송한다. 강상청풍(江上淸風)은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이요, 노전낙조(蘆田落照)는 낙동강 갈대밭의 저녁노을의 그윽한 풍경이며, 누하매전(樓下苺田)은 원두막 아래의 딸기밭을 말한다.
내가 걷는 제방 길 길가의 나무그늘 탁자에는 연세가 좀 드신 분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고 있는데,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장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낙동강 강변 풍경이다.
중앙고속도로 낙동강교
오후 2시 58분, 강변도로와 낙동대로의 사이를 지나는 바이크로드에는 여러 갈래의 고가(高架) 램프가 가설되어 있다. 여기가 낙동강 다리와 연결된 삼락나들목(I.C)이다. 낙동강 다리는 김해 쪽에서 낙동강을 따라 내려온 중앙고속도로(55번 고속도로)가 낙동강을 건너 부산으로 진입하는 교량이다. 고가의 램프는 강변도로와 낙동대로 그리고 강을 건너온 중앙고속도로가 부산항(釜山港)으로 이어지는 관문대로(백양터널)와 교차하거나 다른 도로로 나갈 수 있는 나들목인 것이다. 모든 방면으로 진출입이 용이한 여러 갈래의 고가램프와 지하차도(강변도로)를 시설해 놓았다. 내가 가는 제방 길은 그 고가의 아래를 지나간다. 고요하게 뻗어 있는 제방 길의 잠시 매우 복잡하고 자동차 소음이 요란했다.
오후 3시 5분, 삼락I.C를 지나고 나니 다시 고즈넉한 가로수 길이 이어진다. 잠시 마음까지 부산했던 구간을 지나서 다시 호젓한 분위기가 되었다. 발걸음이 경쾌하다. 가을날 맑은 햇살이 가로수 사이로 쏟아져 내린다. 밝은 햇살은 시공에서 내리는 하늘의 축복이다. 우측으로는 저만큼 떨어져 있는 왕복 8차선의 강변도로에 차들이 질주하고, 좌측에 있는 사상구의 낙동대로에도 많은 차들이 지나간다. 강변도로 너머 낙동강 둔치가 있다. ‘삼락생태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내가 걷는 제방 위의 벚나무 바이크로드는 그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쾌적하다. 가을 햇살이 가로수를 아늑하게 호위하는 듯한 안정감이 있다.
길가에 이정표가 있다. ‘↑낙동강 하구둑 10km,↓안동댐 375km’ — 아, 이제 오늘의 포인트까지 10km를 남겨두고 있다. 한 ‘一’(일) 자로 쭉 뻗어있는 제방 길이 환하게 열리는 느낌이다. 제방에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길목에 간단한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는 길을 조용히 걷고 걸었다.
강변도로와 낙동대로를 잇는 길
오후 3시 21분, 강변도로에서 제방 길을 넘어 낙동대로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처음 만나는 제방 길 자동차 건널목이다. 여기 낙동대로에서 삼덕로로 진입하는 ‘삼거리’인데, 삼덕로는 부산북부소방서를 지나 네거리에 구포에서 내려온 백양대로의 지하철 2호선 ‘덕포역(徳浦驛)’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자동차로 강변도로 너머에 있는, 낙동강 강안의 삼락생태공원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삼락생태공원은 공원과 강변도로 사이에 낙동강 샛강이 있어 사실상 낙동강 수변의 큰 섬이다. 행정구역상 부산시 사상구 삼락동으로 주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오직 시민들을 위한 ‘생태문화체육공원’이다.
오후 3시 28분, 삼락생태공원 관리사무소에 도착했다. 길의 우측에 산뜻하고 짜임새 있게 지어진 건물이다. 양산의 물금에는 ‘황산공원’이 있고 부산의 북구 화명동에는 ‘화명생태공원’이 있고 여기 부산시 사상구에는 ‘삼락생태공원’이 있는 것이다. 화장실을 이용할 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담한 건물 중앙홀에는 ‘삼락생태공원 종합안내판’이 걸려 있고, 거기엔 이 공원의 규모와 시설 그리고 출입로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낙동강 하구의 습지는 철새들의 도래지이므로 ‘낙동강 하구에서 만나는 새들’에 대하여 자상한 설명과 사진자료를 게시해 놓았다.
삼락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은 관리사무소 뒤쪽, 낙동강 둔치에 펼쳐진 자연생태공원이다. 중앙고속도로 삼락I.C에서 사상구 엄궁동까지 7.2km의 광활한 둔치에 조성된 공원이다. 특히 이곳은 저 아래 을숙도(乙淑島)와 함께 낙동강 하구의 ‘철새도래지(渡來地)’인 만큼, 자연생태를 우선적으로 살리고, 그리고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각종 체육시설, 산책로, 편의시설 등이 아주 짜임새 있게 조성하여 놓았다. 이 공원은 제방 길에서 강변도로 너머, 샛강을 건너야 들어갈 수 있으므로 일정한 출입로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관리사무소 바로 뒤쪽에 시계탑이 있는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축구장, 여러 개의 야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럭비장, 농구장, 게이트볼장, 싸이클경기장, 인라인연습장, 자전거대여소 등을 갖추고 있다. 공원의 북쪽에도 축구장과 인라인연습장이 있으나 삼락갈대숲, 맹꽁이서식지, 습지생태원 등 자연의 생명을 살리는 생태보호구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원의 산책로는 ‘둘레길’, 낙동강 강안으로 따라 조성된 ‘강나루 길’ 등이 개설되어 있다. 강나루길 을 따라 내려오면 넓은 지역에 갈대숲이 있고 오토캠핑장도 있다.
그리고 삼락공원 위에는 두 개의 낙동강 다리가 지나간다. 공원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부산-김해경전철교’와 그 아래쪽에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서부산 낙동강교’가 그것이다. 삼락공원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경전철교 위쪽은 시민체육문화공원이고, 경전철교와 서부산낙동강교 사이는 ‘삼락습지생태공원’과 삼락샛강을 사이에 두고 ‘감전야생화단지가 있고, 서부산낙동강교 아래쪽은 ’엄궁습지‘이다. ‘삼락습지생태공원’에는 문화마당을 중심으로 2곳의 ‘연꽃단지’, ‘청보리밭’, ‘코스모스꽃단지’, ‘어린이물놀이장 등이 있고, 낙동강 강안으로는 ‘철새전망대’, 광활한 넓이의 ‘철새먹이터’가 있고 강안의 산책로는 ‘겨울철새길이다. ’엄궁생태공원‘은 삼락공원의 아래쪽에 있는 습지지역이다.
낙동강 하구에 깃드는 새들
‘여기 낙동강 하구(河口)는 지리적으로 대륙에서 돌출한 한반도의 남단이므로 계절 따라 대양(大洋)을 건너 남북으로 이동하는 수많은 철새들이 출입하는 관문이다. 또한 낙동강 하구는 여러 개의 작은 삼각주가 있고 그 주변에는 수심이 얕은 조간대와 모래톱이 발달해 있으며 담수와 해수가 교류하는 가수지역이므로 다양한 철새들이 도래(渡來)한다.
특히 각종 물새들의 먹이가 되는 소형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환형동물, 및 여러 가지 수생식물이 풍부하여 고니류, 비롯한 30여 종의 오리류, 40여 종의 도요·물떼새류, 10여 종의 갈매기류, 그리고 아비류, 농병아리류, 가마우지류, 두루미류, 백로류, 뜸부기류, 저어새 등 많은 물새들이 모여들고, 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개구리매류, 말똥가리류, 매, 물수리 등10여 종의 맹금류 및 갈대숲과 초지에 서식하는 소형의 명금류 등 지금까지 130 수종의 조류가 확인·기록되어 있다. 낙동강 하구는 1966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세가락도요’, ‘농병아리’, ‘장다리물떼새’, ‘민물가마우지’, ‘흰죽지’, ‘아비’, ‘흰물떼새’의 사진을 곁들여 놓았다.
「낙동강 하구의 겨울 진객」
「낙동강 하구의 겨울 진객」이라는 제하에, ‘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의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해 놓았다. ‘노랑부리저어새’는 한국에 도래하는 겨울새로는 소수이다. 1980년대까지 겨울철 낙동강 하구에 몇 마리가 정기적으로 도래했으나, 현재는 거의 오지 않는다. 천연기념물 및 환경부지정 멸종 위기종이다. ‘흑두루미’는 봄과 가을에 낙동강 하구에 소수 볼 수 있으며 간혹 한두 마리가 월동한다. 천연기념물 및 환경부지정 보호종이다. ‘재두루미’는 과거 낙동강 하류에서 상당수 월동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나그네새로서 봄과 가을에 통과하며 몇 마리가 월동하기도 한다. 천연기념물 및 환경부지정 보호종이다. ‘황새’는 과거 전국적으로 도래 번식하는 여름새였으나 현재는 극히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새 또는 나그네새이다. 1980년대까지 겨울철 낙동강 하구에서 23마리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국제보호종이며 천연기념물 및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이다.
* [낙동강 하류의 오리과 새] ▶ 낙동강 하루에 도래하는 ‘오리류’의 대부분은 봄에서 가을까지 시베리아나 캄차카반도 등에서 번식하며 살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한반도로 날아오는 겨울철새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오리류는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이 있다. 오리도 종류가 참 많다. ‘청둥오리(겨울새)’, ‘흰뺨검둥오리(텃새)’, ‘흑부리오리(겨울새)’, ‘홍머리오리(겨울새)’, ‘청머리오리(겨울새)’, ‘가창오리(겨울새, 환경부지정 보호종)’, '쇠오리(겨울새)', ‘흰비오리(겨울새)’, ‘알락오리(겨울새)’, ‘흰죽지(겨울새)’, ‘고방오리(겨울새)’, ‘검은머리흰죽지(겨울새)’, ‘댕기흰죽지(겨울새)’, ‘넓적부리(겨울새’, ‘검둥오리(겨울새)’, ‘검둥오리사촌(겨울새)’, ‘바다비오리(겨울새)’, ‘개리’ 등이 그것이다.
* [낙동강 하구의 고니류] ▶ ‘고니’는 몸이 흰색이며 오리과 중에서 가장 몸이 큰 대형 오리류이다.
* [낙동강 하구의 기러기류] ▶ ‘기러기’는 주로 습지나 들판에서 생활하며 큰 무리를 이루는 습성이 있는 오리류이다. 그리고 ‘고니(천연기념물 및 환경부지정 보호종)’, ‘흑기러기(겨울새, 천연기념물 및 환경부지정 보호종)’, '쇠기러기(겨울새)', ‘큰기러기(겨울새, 환경부지정 보호종)’의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 [낙동강 하구의 백로과의 새] ▶ ‘백로(白鷺)’는 목과 다리, 부리가 길며 물가에 서식하며 주로 물고기와 곤충을 잡아먹지만 큰 종류는 뱀, 개구리, 쥐도 잡아먹는 육식성 조류이다. ‘해오라기(여름새)’, ‘해오라기어린새’, ‘황로(여름새)’, ‘중백로(여름새)’, ‘왜가리(여름새 또는 텃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낙동강 하구의 갈매기류] ▶ ‘갈매기’는 수면 위를 날아다니면서 물에 사는 작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나 죽은 동물이나 음식물의 찌꺼기까지도 잘 먹는다. 이곳 낙동강 하구에서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검은머리갈매기’, ‘고대갈매기’도 볼 수 있다. ‘갈매기(겨울새)’, ‘괭이갈매기(텃새)’, ‘큰재갈매기(텃새)’, ‘제비갈매기(나그네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쇠제비갈매기(여름새)’는 한국에는 여름철에 전국적으로 도래하여 번식한다. 56월 낙동강 하구의 신자도 무영도 등 삼각주에서 수백 쌍이 모래 위에 산란하며 집단 번식한다.
‘낙동제방벚꽃길’
‘삼락생태공원’은 자연의 생명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태적 환경이요, 자연과 인간이 상생적 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문화체육공원이다. 오후 3시 33분, 다시 길 위에 섰다. 길의 오른쪽에 삼락생태공원으로 들어가는 보도(步道)가 있고 그 앞에 이정표가 서 있다. 낙동강하구둑까지는 8km를 남겨두고 있다. 이 삼락생태공원(엄궁습지)이 끝나는 지점에서 3km 아래쪽에 낙동강하구둑이 있다.
벚꽃나무 가로수 사이로 가을햇살이 내려와 화사하게 길을 밝힌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조금 내려오니 제방 길 위에 아치형 조형물이 있고 그 위에 ‘낙동제방벚꽃길’이라고 써 놓았다. 봄에는 가로의 벚나무에서 눈부신 벚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는 꽃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은은한 가을 옷마저 벗어버릴 요량으로 강바람을 맞고 있는 나무들이다. 봄꽃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가을나무의 빛깔은 한 생애를 거두어들이는 겸허함이 있다. 그리하여 한 세월을 보낸 수많은 나무들이 다시 기다림의 시간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생애도 이제 가을로 가고 있으니 저 나무의 빛깔이 나의 마음을 뜨겁게 와 닿는다. 긴 여정의 감상이 아니다. 존재의 생애를 생각하게 하는 가을 풍경이다.
부산광역시 사상구(沙上區) — 낙동강 제방 길
사상구의 서쪽은 낙동강(洛東江)에 면해 있으며, 사상구의 낙동강 상류는 북구이고, 동쪽은 낙동정맥 상학산-백양산-구덕산 등이 부산진구, 서구와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낙동강하구둑은 사하구 영역에 있다.
사상구(沙上區)는 조선시대에는 동래군 사천면이었다가, 일제강점기 시기 1914년 동래군 사상면으로 개칭되었다. 1978년 대통령령 제8753호로 구(區)로 승격되었다. 1995년 삼락동, 모라1·2·3동, 덕포1·2동, 괘법동, 감전1·2동, 주례1·2·3동, 학장동, 엄궁동 등 14개동이 사상구로 설정되었다. 시가지는 낙동강변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으며, 금속·기계·화학·섬유공업이 발달한 ‘사상공단’이 있다. 사상공업단지는 부산에서 제일 큰 공업단지이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상업기능이 밀집해 있다.
백양산 운수사(雲水寺)
사상구 모라동에는 유서깊은 백양산 운수사가 있다. 백양산의 운수사(雲水寺) 대웅전(大雄殿)은 보물 제1896호로 지정되어있는데, 부산지역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그 외에도 대웅전의 석조여래삼존좌상, 아미타삼존도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시대 「동래부지(東萊府誌)」는 운수사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인 ‘운수모종(雲水暮鐘)’을 사상팔경(沙上八景)의 하나로 꼽았다. …♣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