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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섹션은 2014년 6월 29일 연재 종료되었습니다.
외계 생명체에 맞선 인간
1969년에 이르러 인간은 마침내 최초로 지구 이외의 땅인 달에 착륙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이상이 흘렀으나 영화와 소설 등이 다뤘던 우주여행은 아직까지 요원합니다. 그만큼 우주라는 거대한 세계는 우리에게 미지의 대상이자 개척해야 할 대상입니다. 로버트 제멕키스의 [콘택트]에는 "우주에 지능이 있는 존재가 인간만 있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우주 어딘가에 우리가 '외계인'이라고 통칭하는 개체가 필시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영화에서는 종종 외계인을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악처럼 다루곤 합니다. 이것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배척하고 경계하는 일반적인 공포심이 반영됐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처럼 외계 생명체에 맞서 싸우는 인간이 등장하는 영화를 모았습니다. 개중에는 이티나 폴처럼 착한 외계 생명체도 있습니다.
글ㅣ 발없는 새 구성ㅣ 네이버 영화
[스타 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1983)
SF 장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영화 중 하나인 [스타 워즈] 시리즈에 대해서는 다들 아실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 1~3에서는 포스에 균형을 이룰 존재로 믿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도리어 제다이로 성장하던 중 다크 포스에 휘말려 악의 화신으로 변했고, 그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는 뒤늦게 요다를 만난 끝에 아버지와 달리 올바른 제다이로 활약하며 [스타 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에 이르러 우주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스타 워즈]를 이 목록에 넣을지 말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과연 루크 스카이워커를 '인간'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데다가 태어난 행성도 지구가 아닌 타투인이라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인간이 맞긴 맞았습니다. 온라인 스타워즈 백과사전인 '우키피디아'에 따르면 루크 스카이워커를 아버지인 아나킨과 어머니인 아미달라와 더불어 'Human'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프레데터](1987)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다가 활동이 뜸했던 존 맥티어난이 연출했습니다. (실은 작년에 사설탐정이 연루된 대형 스캔들이 터지면서 위증죄로 감옥에 수감됐다가 얼마 전에 출소했습니다) 1987년에 제작한 [프레데터]는 존 맥티어난의 액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를 눈여겨봤던 당대 최고의 제작자인 조엘 실버의 안목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프레데터]에서는 우주에서 온 외계의 전사가 정글에 안착하여 인간을 도륙하던 중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이끄는 특수부대와 맞닥뜨리면서 사투를 벌입니다. 개봉 당시에 상당한 반응을 얻었으며 [다이 하드]와 더불어 존 맥티어난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장 클로드 반담이 프레데터를 연기했지만 도중에 하차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에이리언]과 더불어 인기가 많은 외계인 캐릭터로 아예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는 둘이 만나 대적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1996)
익숙하실 영화지만 이 주제에서 [인디펜던스 데이]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이 영화로 롤랜드 에머리히가 할리우드에서 [유니버셜 솔저]와 [스타게이트]를 거치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비평적인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의 흥행은 어마어마했습니다. 1996년에 개봉하여 북미에서만 3억 불 이상을 벌었으니 실로 대단합니다. 가공할 파괴력을 갖춘 외계인이 지구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점령했고, 특히 미국을 단번에 휩쓸어버리는 장면의 묘사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했던 외계인들을 물리친 방법은 다소 황당하고 허탈했지만 오락적 재미는 상당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명실공히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있어 최고의 영화라서 그런지 20년 가까이 흐른 최근에 속편을 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을 박살 내는 게 취미인 그가 속편에서도 그걸 보여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1997)
[스타쉽 트루퍼스]는 할리우드로 건너가서 [로보캅]을 시작으로 [토탈 리콜]과 [원초적 본능]까지 연달아 히트시켰던 폴 버호벤의 영화입니다. 직전에 [쇼걸]을 연출했다가 최악의 쓰라린 경험을 하고서 [스타쉽 트루퍼스]를 내놓았습니다. 이 영화로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폴 버호벤 특유의 기이한 연출로 인해 극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락과 더불어 최고의 SF 작가인 로버트 하인라인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폴 버호벤의 영화는 상당 부분이 다르지만 곤충을 닮은 외계인과 지구인 군대가 전쟁을 벌인다는 기본 설정은 동일합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삼았으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은 거대한 우주 함선 정도를 제외하면 현대전과 매우 유사하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상의 SF 밀리터리 액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편까지 제작됐지만 좋은 평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배틀필드](2000)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연기력으로 널리 인정을 받았던 두 명의 배우인 존 트라볼타와 포레스트 휘태커에게는 소위 말하는 흑역사로 분류될 영화입니다. [배틀필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연출하여 극찬을 받았던 [마스터]에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연기한 랭케스터의 모델이자, 논란의 종교인 사이언톨로지를 창시한 로날드 허바드가 쓴 소설이 원작입니다. 자연스레 많은 비판이 따랐고 투자를 받기도 힘들었지만 존 트라볼타가 출연했던 건 그가 사이언톨로지의 신자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소설이 출판됐을 때 영화화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먼 미래에 사이클로라고 하는 외계인들에 의해 점령당한 지구인이 노예처럼 살다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소설 자체만 보면 평가가 괜찮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분장부터가 우스꽝스럽고 흥행과 평가에서 모두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습니다.
[스파이더맨 3](2007)
최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개봉하여 주목을 받습니다. 자연스레 떠올렸던 [스파이더맨 3]는 여러모로 비운을 맞아 샘 레이미의 연출을 마감하고 마크 웹에게 넘기게 됐던 영화입니다. 외계 생명체와 맞서는 건 슈퍼 히어로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스파이더맨 3]에는 외계에서 온 물질인 '심비오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피터 파커에게 기생하면서 그를 이전과 다른 인물로 변모시켜 색다른 면을 과시하게 했고, 나중에는 에디 브록에게 넘어가 스파이더맨에게 있어 최대의 적 중 하나인 베놈을 탄생시켰습니다. 원작에서의 비중에 비하면 [스파이더맨 3]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해서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접수한 소니는 [시니스터 식스]와 더불어 [베놈]을 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파이더맨 3] 외에 [판타스틱 4 - 실버 서퍼의 위협], [어벤져스],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에서도 외계 생명체와 싸운 슈퍼 히어로를 볼 수 있습니다.
[트랜스포머](2007)
[트랜스포머]는 개봉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로봇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전 세계의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일본의 특수촬영물로 보는 게 고작이었던 것이 CG의 발달로 지극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속편이 이어질수록 마이클 베이의 약점을 노출하여 흥미는 감소했으나, 처음 선을 보였던 때의 충격은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을 봤던 것과 맞먹었습니다. [트랜스포머]에서는 기본적으로 지구에 온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이 중심이지만 지구인도 거들었던 걸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면서 대체 왜 자꾸 군인들을 내세우는 거야"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걸 의식한 것인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과 [트랜스포머 3]에서는 인간의 활약도 조금씩 두드러졌습니다. 오는 6월에 개봉할 예정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또 어떤 외계 로봇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타 트렉: 더 비기닝](2009)
[스타 트렉]은 [스타 워즈]와 함께 북미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SF 작품입니다.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여 각각의 팬이 대립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둘 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미와 같은 인기를 누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제목에서 '스타 트렉'을 빼고 개봉할 뻔하는 굴욕까지 맛봤습니다. 영화로 일찌감치 개봉했던 [스타 워즈]에 비해 [스타 트렉]은 드라마로 시작했었고, 오래전에 국내에 방영된 적이 있으나 금세 사라져 인지도가 미약했습니다. 그걸 조금이나마 끌어올린 데 공을 세운 것이 2009년에 개봉했던 [스타 트렉: 더 비기닝]입니다. 드라마 [로스트], [앨리어스] 등에 이어 [미션 임파서블 3]를 성공적으로 연출했던 J.J. 에이브럼스가 [스타 트렉]을 국내에도 안착시켰던 것입니다. [스타 트렉: 더 비기닝]에서는 시리즈의 쌍두마차인 커크와 스팍이 이끄는 엔터프라이즈가 복수심에 찬 네로에 맞서 지구를 지켰습니다.
[스카이라인](2010)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할리우드까지 가서 그 유명한 차이니즈 시어터에서 본 영화가 하필 [스카이라인]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스트로즈 형제는 본래 [판타스틱 4],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투모로우] 등의 할리우드 대작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습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도 연출하여 꽤 알려졌으며 시각효과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하여 제작비를 자비로 충당하고 공동감독으로 연출한 영화가 [스카이라인]입니다. CG에는 일가견이 있는 덕분에 인간을 납치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외계인을 등장시키면서 볼거리는 화려합니다. 인건비를 극도로 절감했는지 제작비가 고작 1천만 불이라는 것이 놀라울 지경입니다. 반면에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가 난무해 짜깁기했다는 의심도 받았습니다. 기본적인 설정은 [우주 전쟁]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크게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지만 제작비가 적어 흥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월드 인베이젼](2011)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흔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월드 인베이젼]은 실화에서 출발한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와서 대규모 전쟁을 벌였던 적은 없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아시죠? [월드 인베이젼]의 소재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 중이던 1942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밤에 로스앤젤레스 상공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나타나서 대공포를 발사하는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의 공습과 외계인의 소행 등으로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었다고 합니다. [월드 인베이젼]에서는 외계인이 급습하여 지구가 참혹한 상황으로 치닫고 군인들이 고립된 민간인을 구조하러 나서면서 사투를 벌입니다. [월드 인베이젼]의 외계인은 무지막지한 화력을 자랑하는 한편으로 지구인과 일반적인 보병전을 펼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덕분에 마치 SF영화가 아니라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2011)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장르라고 해서 꼭 현대나 미래만을 배경으로 삼으란 법은 없습니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그런 주장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과연 그답게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웨스턴과 SF를 결합했습니다. 주인공인 제이크는 기억을 잃은 채로 영락없는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다닙니다. 마을에서는 자신이 현상수배에 놓였다는 걸 알아차리지만 도통 영문을 모릅니다. 권력자인 달러하이드는 제이크가 자신의 금을 훔쳐서 달아났던 것에 화가 나 그를 찾습니다. 그 와중에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물체가 나타나 마을을 공격하고 사람들을 납치합니다. 이걸 보고 있던 제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로 그들을 해치우자 달러하이드와 함께 사람들을 구하러 나섭니다.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가 연출한 영화라고 하기엔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참신한 설정을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배틀쉽](2012)
게임이나 소설, 만화 등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특이하게도 [배틀쉽]은 보드게임을 모태로 삼았습니다. 방식은 각자가 자신의 전함을 눈금으로 그려진 칸에 배치하고, 상대가 있을 만한 위치를 불러 적중시키면서 하나씩 제거하는 것으로 아주 단순합니다. 컴퓨터 게임으로도 나왔었는데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 판권을 획득하고 외계인과 연결하여 [배틀쉽]을 제작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지구가 오랫동안 우주 저편으로 발송한 신호를 받고 외계인이 나타납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바다에서 훈련 중이었던 해군 전함과 구축함의 인근에 떨어집니다. 미국 해군에서는 정체를 파악하고자 가까이 다가가고 이것을 시작으로 일대 결전이 발생합니다. [배틀쉽]에서는 외계인의 기체가 마치 소금쟁이처럼 뛰어다닙니다. 월등하게 진보한 과학력으로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보드게임에서 칸을 나눈 것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재미있습니다.
[퍼시픽 림](2013)
[트랜스포머]로 로봇영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할리우드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손을 통해 [퍼시픽 림]을 제작했습니다. 많은 팬은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거대 로봇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퍼시픽 림]의 '예거'는 [트랜스포머]의 각종 로봇과는 다르게 인간이 탑승하여 조종한다는 것에서 의의가 또 달랐습니다. 태생부터가 폭넓은 환대를 받기는 어려웠던 영화라서 개봉 후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흥행 또한 [트랜스포머]와 비교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에서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로봇만화에 남다른 추억과 애정이 있는 관객들은 꽤 만족했던 영화로 남았습니다. [퍼시픽 림]에서는 태평양 심해에 외계와 통하는 포털이 열리면서 '카이주'라고 하는 괴물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합니다. 이에 맞서고자 지구에서는 거대 로봇인 예거를 만들어 최후의 희망을 건 반격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