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江南遇天寶樂叟歌(강남우천보악수가: 강남에서 천보 연간의 악공을 만난 노래)
- 白居易(백거이)
白頭病叟泣且言(백두병수읍차언)하되,
머리 희고 병든 영감이 이렇게 말하데나,
白頭病叟: 흰머리에 병든 영감. 현종 때 악공이었던 영감임.
祿山未亂入梨園(녹산미란입이원)이라.
안녹산이 난을 일으키기 전에 이원에 들어갔는데,
祿山: 安祿山. 唐代 營州 柳城의 胡人으로, 玄宗 때에 平盧, 范陽, 河東 三鎭의 절도사가 되었다.
그는 현종의 양귀비를 만나 養子가 된 뒤로, 그녀를 못 잊는데다가 右相이었던 楊國忠과 뜻이 어긋나
755년에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다. 스스로 雄武皇帝라 부르고 國號를 燕이라 하고 장안을 함락시켜
현종은 蜀으로 피난 갔었으나, 몇 해 뒤에 아들 安慶緖와 李豬兒에게 弑害를 당했다.
梨園: 玄宗 때 伶人들을 기르던 곳. 현종은 음악 애호가여서 이원에서 수 백 명의 남녀 악공을 양성하고
梨園弟子라 불렀다.
能彈琵琶和法曲(능탄비파화법곡)하여,
비파를 잘 타고 법곡을 익히어,
法曲: 본시 道觀에서 연주되던 악곡 이름. 隨代부터 시작되었고,
그 음악이 맑고 우아했으며 여러 가지 악기를 합주했다.
현종은 특히 법곡을 좋아하여 梨園에서 많은 전문가를 길렀다.
多在華淸隨至尊(다재화청수지존)이라.
늘 화청궁에서 천자를 모시었네.
華淸: 宮 이름. 섬서성 臨潼縣 남쪽 驪山 위에 있었다. 그곳에 온천이 있어, 태종 때 湯泉宮을 지었는데,
현종이 溫泉宮, 華淸宮으로 이름을 고치고 자주 갔다.
是時天下太平久(시시천하태평구)하여,
이 때 천하는 오랫동안 태평하여,
年年十月坐朝元(년년시월좌조원)이라.
해마다 시월이면 조원각에서 잔치 벌였는데,
朝元: 驪山에 있는 閣 이름. 天寶 7년에 현종이 朝元閣에 놀러가 이름을 降聖閣이라 고쳤다.
千官起居環佩合(천관기거환패합)이오,
여러 관리들이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 패옥들이 서로 마주쳤고,
環佩: 패옥. 옛날 사람들이 허리에 차던 옥으로 만든 장식.
萬國會同車馬奔(만국회동거마분)이라.
만국의 사절들 모이느라 수레와 말 분주했었네.
金鈿照耀石甕寺(금전조요석옹사)하고,
여인들의 금비녀 석옹사에 번적거리고,
金鈿: 금비녀. 화려한 치장을 한 여인들을 가리킴.
石甕寺: 화청궁 곁에 있던 절 이름. 왕건에게 [제석옹사] 시가 있다.
蘭麝薰煮溫湯源(난사훈자온탕원)이라.
난향과 사향 온천 증기에 섞여 퍼졌네.
蘭麝薰煮: 난향과 사향이 온천의 수증기와 함께 섞여 퍼지는 것.
溫湯: 온천.
貴妃宛轉侍君側(귀비완전시군측)이러니,
양귀비 날렵하게 임금 곁에서 시중하는데,
貴妃: 楊貴妃. 小字는 玉環. 본시 현종의 18자 壽王 瑁(모)의 妃로 들어왔으나 玄宗이 보고 마음에 들어
太眞이란 호를 내리고 귀비로 책봉한 뒤 총애를 다했다. 安祿山의 난 때 군인들 손에 죽었다.
宛轉: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
體弱不勝珠翠繁(체약불승주취번)이라.
몸은 가냘퍼서 진주와 비취의 번거로움 이기지 못하였네.
冬雪飄颻錦袍暖(동설표요금포난)이오,
겨울눈이 휘날릴 적엔 비단옷 따스하게 입었고,
飄颻: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양.
錦袍: 비단옷. 袍는 두루마기 같은 긴 겉옷.
春風蕩漾霓裳翻(춘풍탕양예상번)이라.
봄바람 살랑이면 비단옷 펄럭이게 하였네.
蕩漾: 물이 출렁이는 모양. 여기서는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모양.
霓裳翻: 얇은 비단옷을 펄럭이다. 玄宗이 道士의 술법으로 달나라에 가서 仙女들이 흰 비단으로 만든 霓衣를 입고
뜰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았는데, 그 악곡 이름을 霓裳羽衣라 한다는 것이었다.
玄宗은 들아 와 樂工을 불러 그 음조를 따라 [霓裳羽衣曲]을 작곡했다.
楊貴妃는 또 霓裳羽衣舞를 익히어 잘 추었다.
따라서 이 구절은 玄宗이 양귀비의 霓裳羽衣舞를 즐겼던 일도 암시한다.
歡娛未足燕寇至(환오미족연구지)하니,
즐김에 물릴 줄 모르는 판에 안녹산 반군 처들어왔는데,
燕寇: 燕 땅의 도둑. 安祿山은 燕 땅인 漁陽(河北省 蘇縣, 平谷縣 일대)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므로,
安祿山의 반군을 가리킴.
弓勁馬肥胡語喧(궁경마비호어훤)이라.
강한 활에 살찐 말 탄 오랑캐 말 세상에 시끄러웠네.
弓勁馬肥: 활은 강하고 말은 살찌다. 안녹산 반군의 군비와 무장이 대단한 것을 형용한 말.
胡語喧: 오랑캐 말이 시끄럽다. 오랑캐 출신 안녹산의 반군이 장안 땅을 점령하여 자기 세상처럼 떠들어댐을 뜻한다.
邠土人遷避夷狄(빈토인천피이적)하니,
장안 땅 사람들은 딴 곳으로 오랑캐 피하여 떠났으니,
邠土: 빈 땅. 邠은 豳(빈)과 통하며, 長安이 있는 陝西省 栒邑縣(순읍현) 서족 땅. 邠은 주나라 선조 公劉가 세운 나라 이름.
鼎湖龍去哭軒轅(정호용거곡헌원)이라.
정호에서 만든 솥 용 타고 신선되어 가버리어 黃帝 우셨던 꼴이 되었는데,
軒轅: 黃帝의 이름. 헌원이란 곳 언덕에 살아 이름과 號로 삼았다고 하고,
軒冕의 복식을 만들었대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從此漂淪到南土(종차표륜도남토)하여,
이로부터 떠돌아다니다 남녘 땅에 이르렀는데,
漂淪: 표류. 물에 떠다니는 것.
萬人死盡一身存(만인사진일신존)이라.
만인이 모두 죽었으되 이 한 몸은 살아남았네.
秋風江上浪無際(추풍강상낭무제)한대,
가을바람 부는 강가엔 물결 끝없이 이는데,
暮雨舟中酒一罇(모우주중주일준)이라,
비 내리는 저녁 배 안엔 술 한 통 있네.
涸魚久失風波勢(학어구실풍파세)요,
물 마른 연못 고기가 바람 불고 물결 이는 형세 잃은 지 오래 된 형국인데,
涸魚: 물이 마른 웅덩이의 물고기. 뒤의 고초와 함께 자신에 비유한 말.
枯草曾霑雨露恩(고초증점우로은)이라.
이 마른 풀 같은 자도 일찍이 비 이슬 같은 천자의 은혜 입은 적 있다오.
霑: 젖다. 비나 이슬을 맞다.
我自秦來君莫問(아자진래군막문)하라,
내가 장안 쪽에서 왔다고 그곳 소식 묻지 마소,
秦: 장안이 있는 지금의 섬서성 지방.
驪山渭水如荒村(여산위수여황촌)이라.
여산과 위수 근처 황폐한 마을처럼 되었다오.
驪山: 섬서성 臨潼縣 동남쪽에 있는 산 이름. 그 산 아래 온천이 있어 玄宗은 華淸宮을 지었고,
양귀비가 그곳에서 목욕하여 유명하다.
渭水: 섬서성 寶雞縣과 함양, 장안 옆을 흘러 高陵縣에서 涇水와 합치고 다시 朝邑縣에서
洛水와 합쳐 黃河로 들어간다.
장안을 출입하는 사람들이 모두 건너 唐 제국의 영화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곳이다.
新豊樹老籠明月(신풍수로농명월)하고,
신풍의 나무 늙어 밝은 달 가리고,
新豊: 漢 高祖가 長安에 도읍한 뒤 자기 고향 豐을 생각하며 본떠서 세운 도시. 섬서성 臨潼縣 동북쪽 新豐鎭.
籠明月: 밝은 달을 바구니에 넣다. 달을 가리다.
長生殿暗鎖黃昏(장생전암쇄황혼)이라.
장생전은 어둑어둑 황혼이 깃들어 있으며,
長生殿: 唐 대의 장안의 궁전 이름.
鎖: 자물쇠로 채우다. 여기서는 황혼이 자욱히 깃들어 있는 것.
紅葉紛紛盖欹瓦(홍엽분분개의와)요,
붉은 나뭇잎 어지러이 이그러진 기왓장 덮고 있고,
欹瓦: 일그러진 기와.
綠笞重重封壞垣(녹태중중봉괴원)이라.
파란 이끼 잔뜩 무너진 담을 뒤덮고 있다오.
封: 꽉 덮혀 있는 것.
惟有中官作宮使(유유중관작궁사)하여,
오직 내시가 궁성지기 되어,
中官: 환관. 내시.
每年寒食一開門(매년한식일개문)이라.
매년 한식날에 한 번씩 문을 연다 하오.
寒食: 동지 뒤 105일 되는 날. 죽은 이를 추모하는 날이라, 현종을 추모하는 뜻을 여기서는 나타 냄.
解說:
唐 玄宗 때의 악공이었던 영감의 말을 빌어 당 제국의 옛날의 영화와 함께 지금의 長安의 황폐한 모양과 자신의 몰락을 노래하고 있다. 白居易는 이처럼 나라와 개인의 榮枯盛衰를 써냄으로써 爲政者들의 覺醒을 바랬을 것이다. 그 스스로 친구 元稹에게 주는 편지 [與元九書]에서 자신은 세상을 올바로 깨우치기 위하여 詩를 쓴다고 선언하고 있고, 또 그러한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詩들을 수십 편이나 쓰고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2월 말 사무실을 이사하고 나서 오늘에야 인터넷이 개통 되었습니다.
kt에서 sk로 바꾸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소요되었습니다.....
바쁜 渦中에도 이 방 생각 잊지 않으셨으니 대단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잠시 들어와 어렵게 올려놓은 글 一讀조차 게을리한
自身이 몹시 죄송하고 부끄러워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