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막집 김씨 아저씨
-윤동재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짧아
항상 절뚝거리던
김씨 아저씨
산 번지가 끝나는
대구직할시 침산 1동
오봉산 기슭
공터에 움막을 짓고
기슭 아래로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들을 내려다보며
날마다 망치와 조각칼로 나무를 깎던
김씨 아저씨
아무리 밋밋하고
모양이 없던 나무토막도
그의 손이
몇 번 지나가고 나면
집, 배, 노루, 용, 사슴, 토끼가 되던,
이빨이라고는 아랫, 윗 이빨
두 개씩밖에 없던
허리가 꼬부랑한
할머니 한 분과 같이 살던
김씨 아저씨
호식이와 나는 그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에는 곧잘
아저씨의 움막으로 가
나무 깎는 것을 구경했다
그리고 탐이 나는 것들이 있으면
아저씨 이거 그냥 주실 수 없어요? 하곤 했다
그러면 빙그레 웃으시며
너희가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하나씩 주지 하시던
김씨 아저씨
그런데 어느 날,
호식이와 움막 옆 공터에서
공차기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고함지르는 소리가 나기에 보니
어깨가 떡 벌어진
아저씨들 몇이
김씨 아저씨의 멱살을 쥐고는
어서 다른 곳으로
떠나가라고 소리쳤다
산기슭이라고는 하나
버젓한 대도시 동네에
이런 보기 흉한
움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움막 밖으로 잘 나오지 않던 할머니도
그날은 움막 밖으로 나오셔서
김씨 아저씨 옆에
바짝 붙어서서
−아이고 선상님들요,
우리가 갈 곳이 어디 있겠심니꺼. 예.
아이고 선상님들요,
고마, 여기서 그냥 살 수 있게 해 주이소. 예.
늙은 기 이래 싹싹 빕니더…
하고 두 손을 모아 빌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학교에 갔다 오니
움막이 있던 자리는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언제 그곳에
움막이 있기라도 했느냐는 듯이…
아, 그게 벌써
두 해나 지났을까?
지금은 어느 곳에서
움막을 짓고 살고 계시는지,
지금은 어느 곳에서
망치와 조각칼로
나무를 깎고 계시는지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짧아
항상 절뚝거리던
김씨 아저씨
날마다 밤마다
눈 뜨면 보이지 않지만
눈 감으면 보이는
망치와 조각칼로
나무를 깎고 있는
김씨 아저씨
또렷또렷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온다
두 손에는 내게 줄
토끼 사슴 배 집
나무 조각 선물을 들고.
#움막 #연립주택 #망치 #조각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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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시
<움막집 김씨 아저씨>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들을 내려다보며 날마다 망치와 조각칼로 나무를 깎던
푸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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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0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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