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외로운 사람을 위하여
시인 / 수필가 / 장편소설가 / 유 재흥
고독(孤獨)
사전적 의미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다
속이 꽉 찬 사람
속이 텅 빈 사람은 고독이 없다
더 채우고 더 비울 것이 없기에
충만한 기쁨이요 행복이다
덜 채우고 덜 비운 사람은
끝까지 채우고 비우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
좌절감에서 오는 외로움
고독이 스멀거린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충만하고 풍족해도
고독 속의 삶이 된다
진정 고독을 고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고독을 모르는 사람이다
일종의 사치요 탐욕심에서 오는 변명이다
고독에서 우울증으로 오면
고독 증세의 질병이 된다
고독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토굴에서 참선 수행하는 승려들 얼마나 고독할까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무심의 경지요 비움의 과정이다
삶이 충만할 때 오는 고독은
더 나누고 더 베풀기 위한 배려로
삶의 에너지를 기르게 된다
심하게 아파보면 얼마나 아프다는 것을 알듯
고독을 고독해 봐야 고독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감나무 위의 까치밥 홍시는
고독한 기다림이기에 외로워 보이지만
충만의 나눔으로 가득 차 있다
겨울잠 자는 곰 다람쥐 개구리 뱀 등 정말로 고독할까
무심의 경지는 괴로움이나 외로움이 없다
깊은 정선에 취하면 고독하지 않다
고독에서 벗어나려고 마시는 술잔은
순간적 회피수단이다
더 큰 짐이 되어 고독의 늪에 빠지게 된다
쓸쓸하고 외로운 노년 생활
처자식 없는 늙은이
무심의 경지에 오른 선지식 훈련이 필요할 때다
누구나 홀로 생을 마감한다
방콕에 머물면 고독한 감옥으로 되어간다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이웃과의 경계를 풀어가야 한다
위대한 모든 것들 홀로 살며 외롭다
태양 달 부처 예수 공자 맹자 성인들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텅 빈 충만들
2025년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
우주에 오직 하나뿐인 태양을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 없다
해돋이
꽉 차고 텅 비운 태양을 만나보자
희망의 빛을 주고 있지 않는가
을사년(乙巳年)
혼란한 세속에서
외로움을 날려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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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初雪)
첫눈
어두운 허공 비집고
빨리 와줘서
반갑다
진눈깨비도 아닌
하얀 첫눈으로
빨리 내려오는 걸 보니
기후변화에
겨울 하늘이 몹시 추운가 보다
먼 길 찾아온 하얀 눈
첫 만남
나의 얼굴 피부에
너의 시린 몸이
스킨십(skin+ship) 하나보다
찰싹 달라붙어
눈-물이 뺨에 맺히더니 이내 흐른다
그립던 첫눈아
내 눈에서 피어난 눈물이
너를 만나
더욱더 반가워하는구나
사랑의 온도로
눈-물과 눈물이 만나
살포시 녹아드니
해후를 만끽하고 있다
바깥 추위에
하얀 꽃눈 피워
찾아줘 고맙다
우리 별리 말자구나
하얀 눈아
너의 본성이
본디 맑은 눈-물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