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사파의 마을은
상상속의 도시처럼 몽롱하기 그지없다
해발 1600m의 높은위치 때문일까...?
아니면, 낮게깔린 구름의 장난일까.........??
사방을 구름이 휘감아 버린 그곳에서
이른 새벽 눈은 떳으나
여전히 난 꿈속을 헤메고 거니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것은 순간의 찰나이었다
영원할것 같던 구름의 속삭임이 사라지자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온사방이 푸르르다
끝없이 물결치듯 산의 능선들이 마을을 감싸 흐른다
시간을 보니 아침 6시를 넘어선다
새벽의 상큼한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사파마을의 아침풍경속으로 들어선다
세상이 고요할것 같은 그 시간에
사파마을은 활기로 넘쳐났다
어떤 인위적인 에너지의 도움없이
오로지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활력이
그곳 사파에는 있었다
아침을 여는 그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묘한 감동과 끌림을 느꼈다
언제 일어나서 이 물건들을 가지고 이곳까지 온걸까...?
한창 배울나이에
삶의 현장에 뛰어든 소년도 있었다
따끈따끈한 찐밥을 들고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여인옆에는
어린꼬마가 물끄러미 앉아 있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데...
엄마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사파마을의 대표적 소수민족
자오족들도 하나둘 바구니 가득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들의 보따리 속에는
100% 수공예품들이 한가득하다
화려한 색실로 이어만든 알록달록한 모자며 가방을 보면
눈이 휘리릭 돌아가고 손은 근질근질 해진다
시장을 벗어나 사파마을을 걸어보았다
베트남 소수민족들은 한시도 손을 쉬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한가닥 한가닥 엮어 무언가를 만든다
그녀의 손에서는 무엇이 완성 되어질까?
멀어져 가던 그녀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울퉁불퉁한 돌길에서
행여나 발이걸려 넘어지는건 아닌지~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또 보았다
장보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흐멍족
길을 나설 준비를 하던 흐멍족의 여인은
나를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그녀의 미소와 그녀의 멋진포즈에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씬 짜오~~~~~~"
안녕!!
사파의 아침은
나에게 모처럼 맞이하는 여유로운 아침 이었다
아침 산책 , 독서 , 모닝커피 ,
오랜만에 손으로 적던 일기까지
그 모든 순간 나를 향하던
바람,새소리,꽃향기
....
그날의 그 여유롭던 아침을 난 잊을수가 없다
사파마을의 또다른 아침풍경은
트레킹을 떠나는 여행자들과
그들을 뒤따르는 소수민족의 행렬이다
트레킹을 예약을 하면 로컬가이드가 호텔앞으로 픽업을 하러오고
그리고 열댓명의 흐멍족들들도 함께한다
처음에는 호텔 밖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던
그녀들의 역활을 알지 못햇다
그녀들의 역활은 트레킹을 하는 동안
우리의 친구이자 말동무가 되어준다
"Where are you from?"
"What's your name?"
...
간단한 영어를 몇다디 쏟아내곤 수줍게 웃으며 사라진다
아마도 여행자들에게 주워들은 몇마디 영어외에
그녀들은 할줄 모르것이다
한명이 물러서고 나면
또다른 한명이 한명이 다가온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
호기심 많은 여행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그녀들의 영어가 한없이 짧지만
나의 영어또한 한없이 짧고
굳이 언어가 아니더라도
더 진한 언어가 사람들에게는 존재한다
각자의 거리를 유지하며 걷다가
살며시 다가와 수줍게 내밀던 그녀들의 마음
소수민족들의 손재주는 정말 따라 갈수가 없다
그녀들과의 트레킹이 더 행복한 이유는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전경
해발 1500m에 인간이 만든 예술의 경지가 펼쳐진다
이 높은 산간마을까지 올라와서
산을 개간하여 그곳에 논을 만들고
지금껏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과 흡사하다
세상은 달라져 가는데
세상은 빠르게 변해 가는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간의 노력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져
황홀한 풍경을 보여주는
라오차이 마을
걷고 있는 그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뜨거운 햇볕에 빨갛게 얼굴은 타오르지만
짭조름한 냄새를 풍기며 비지땀을 쏟아내지만
땅을 밣고 걸으면 걸을수록 기운이 났다
걸어도 걸어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곳이다
내 몸안에 축적된 노페물들이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내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산들바람에
몸속까지 개운해진다
다들 짧은 탄성을 지르고
아무 말이 없다
이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무슨말이 필요할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어
지금 이순간을 담아본다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신기한지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사진구경에 바쁘다
흐멍족중 한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자신있는 그녀의 포즈에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사진을 받아든 그녀는 신이나고
주위의 친구들은 그녀를 부러워 하는 눈치다
그녀의 당당한 포즈와
아름다운 미소는 트레킹을 하는 내내
우리일행에게 활력소가 되었다
작은체구에서 뿜어나오는
그녀의 에너지에 우리는 빠져버렸다
트레킹을 하다보면
몇개의 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그곳에 언제나 아이들이 있었다
놀이거리가 부족한 아이들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대문밖까지 뛰어나와 구경을 했다
그들중 절반은 신발을 신지않은 맨발이었고
그들중 대부분은 흙먼지 투성이의 옷을 입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까만얼굴에서
까만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났다
지나가는 우리가 해줄수 있는거라곤
미리준비해온 볼펜한자루와 막대사탕하나
지나가는 여행자가 나누어주는 무언가는
이들에게 독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있다
특히나 양치의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사탕은 더더욱
후진국을 여행하다 보면
어김없이 원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을 볼수 있다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노동력없는 돈을 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나누어준 사탕은 어쩌면 아이들의 이를 상하게 할것이고
내가 나누어준 볼펜은 공책이 없어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마음 편하자고 한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후진국을 여행할때
우리는 어떤방식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여행은 부족한 나자신을 깨우쳐주는 좋은 매개체임이 분명하다
구름이 걷히면서
파아란 하늘이 모습을 내민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이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
사람의 손을거쳐 완성된거라고 믿기지 않는다
초록의 다랭이 논은
스위스 알프스 초원처럼 보인다
여유롭게 자리잡은 목조가옥 또한
그 상상을 더해준다
이곳은 동양의 알프스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스위스 알프스에 하이디소녀가 있다면
베트남 사파에는 흐멍족이 자오족이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녀들의 미소
사파마을의 아름다운 보석같은 존재들
그녀들이 있기에
이곳이 더 빛날수 있다
때로는 길을 안내해주고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던 그녀들
사파트레킹에서 그녀들은
여행자의 길잡이 역활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녀들은 여행자들을 배반하기도 한다
팔찌를 들고나타나서
손지갑을 들고나타나서
애절한 눈빛을 보낼수도 있다
함께한 시간들
여기까지 걸어온 그녀들의 노고
그 모든것들이 어우러져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흥정을 해볼려고 하지만
사실 관광객들에게 닳고 닳은 그녀들과
흥정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나만 팔아달라고 따라오는 그녀들이
부담스러울수도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그들이 순수하지 않다고 속물이라고
단정지으면 안된다
그들의 손에서 직접 만든 팔찌를 들고
여행자들에게 하나의 팔지를 팔기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은길을 걷는다
하루도 빠지지않고 매일 짧은 영어를 반복할것이다
고산족이라는 희소가치를 등에 업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투어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다
그곳에서 쓰는 돈은 아까워 하지 않고
그곳에서 받는 서비스를 우리는 친절이라고 착각한다
그녀들의 순수한 삶을
떠돌이 보따리 장수로 만들어 버린이는
지금까지 이곳을 지나간 여행자들이고
앞으로 이곳을 찾을 여행자들이다
장시간 트레킹을 하고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현재의 삶
그녀들이 제시하는 물건을 사고 안사고는
여행자의 판단이고 선택이다
다만...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즐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못살아서 불쌍해~
어쩜 저렇게 더러운데서 생활을 해~
이런걸 어떻게 먹지~
....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의 눈으로
여행자의 시선으로 , 나의 고정관념으로
그들의 삶을 단정짓고 판단하지 말자
촉촉한 대지
상큼한 바람
시원한 향기
파아란 하늘
모든것들이 기대이상이다
박하시장도 사파마을도 너무 아름답다
오늘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이곳에 일주일쯤 머무르며
그들과 좀더 친해져서 진짜 친구가 되고싶다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려본다
2009년 나의 여름은 유난히도 더 푸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