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단골 메뉴, 카레!
좀 더 특별하고, 새롭게 만들고 싶다.
항상 먹는 카레가 아니라,
기분 좋은 낯선 맛을 찾아서~~가즈아!!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애쓰는 남동생을 위해
특별한 식사를 준비해본다.
카레는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메뉴였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로 기억하던
그 때, 카레를 처음 맛보았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같은 한식에 익숙했던
우리집에 들어온 카레맛은 좀 느끼했다.
아마도 버터같은 게 지금보다 더 비쌌을 때라
엄마가 마가린으로 야채를 볶아
카레를 하셨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느끼했다고 기억나는 처음 맛본 카레의 맛은
그 때문이리라.
그냥 먹기엔 괜찮지만 익혀서 물컹한 당근맛도
별로였고, 손톱보다 더 굵게 썰어넣은 양파는
골라내놓기도 너무 티났다.
하여간 어렸을 적 카레를 처음 먹었을 때의 기억은 아주 좋지는 않았다.
커가면서 카레는 아주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익숙해져서였을까?
익힌 당근과 양파맛을 알기 시작해서였을까?
약간 구린 냄새가 나는 카레를 먹을 때가 여름 날
계곡으로 수련회를 가서였을까?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덧 카레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서른도 훌쩍 넘은 어느 해 3월,
기관에서 주최한 전국 단위 행사를 진행하며
리허설 중에 무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누군가 건내준 붕대 하나로 빵꾸난 스타킹사이로 흐르는 피를 막아 꾸역꾸역 행사를 마쳤는데,
저녁 8시에 되어서야 들어간 응급실,
1시간 가까이 봉합수술을 시작으로
40일간의 치료와 요양을 시작으로
수시로 계속되는 통증과 응급실행은
그 이후로도 3년 정도는 지속되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내과, 한의원
안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로,
약을 안 먹고 지나가는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치료과정과 회복의 시간은
참 지루하고 지치기 쉬운 날들이었다.
약에 치어서 식욕도 잃고 도무지 먹는 것에
흥미가 떨어졌을 때,
엄마의 명약처럼 처방된 음식이 카레였다.
소화를 돕는 단호박을 푹 쪄서
듬뿍 떠먹기 좋도록 큼지막하게 썰어넣으신다.
양파랑 당근은 어릴 적 카레보다 크기가 더 커졌고,
고기는 돼지고기에서 닭가슴살로 바꾸셨다.
엄마의 명약, 카레
한겨울 눈발이 펄펄 날릴 때나,
여름날 삼복더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으며 힘나고 소화 잘되라고 큰 솥에 카레를
하나 가득 휘이휘이 저어가며 만들어주셨다.
밥 대신 엄마의 카레를 먹고
힘을 조금씩 낼 수 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만들어주신 힘나는 카레를 기억하며,
동생에게 힘나는 카레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먹으면 힘이 나는 카레 만들기>
* 재료: 일본식 고형 카레(Golden Curry) 매운맛 4조각, 브로콜리 반 개, 양파 한 개, 당근 반 개, 느타리 버섯 1팩, 파프리카 반 개
* 만드는 방법
1. 재료 다듬기
- 브로콜리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놓는다.
- 양파는 껍질을 벗겨서 손가락 한 마디만한 크기로 썰어놓는다.
- 당근도 껍질 벗겨서 양파랑 비슷한 크기로 썰어놓는다.
- 느타리 버섯은 모양 그대로 하나씩 찢어놓는다.
- 파프리카를 반 개를 당근, 양파와 비슷한 사이즈로 썰어놓는다.
2. 불에 달군 후라이팬에 버터 한 스푼을 넣고 녹여준 후, 재료를 단단한 순서부터 살이 연하고 무른 것으로 하나씩 넣어서 버터에 볶아준다.
3. 물 3컵 정도를 붓고 끓으면 카레를 넣는다. (골든커리가 8조각이니까 절반 넣는셈)
고형카레는 분말카레보다 오히려 물에 잘 녹는 편이라 걱정 없음!
4. 바닥에 붙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잘 저어가며 보글보글 끓인다. 불은 중불 이상으로!
먹음직스러운 카레가 완성됐다.
갓지은 하얀 쌀밥에 뜨거운 카레 한 국자 둘러내니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엄마가 만든 카레로 힘을 냈던 것처럼, 내가 만든 카레 먹고 좀 더 힘나는 오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