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이가 방송에 나와 짧으면 루저라고 했다가 욕을 잔뜩 먹은 바 있다만, 짧아서 억울한건 격투기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세기의 졸전'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의 경기만 봐도 잘 드러나죠. 파퀴아오의 리치가 5cm만 길었어도 저렇게 심란한 경기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번 경기도 짧은 쪽과 긴쪽의 대결입니다. 리치가 차이가 무려 20cm입니다.
마크 헌트와 스티페 미오치치 모두 로이 넬슨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두 경기를 통해 두 선수의 스타일이 잘 드러났습니다. 헌트와 넬슨은 체형은 비슷하지만 기술적인 수준은 차이가 꽤 큽니다. 넬슨이 스텝이 느리고 펀치 기술이 오버핸드 라이트 훅만 조심하면 되는데 반해 헌트는 그 덩치를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인스텝이 빠르고 부드러우면서 펀치 기술도 훨씬 다양합니다. 그리고 아마 복싱 경력이 꽤 있는 미오치치는 전형적인 아웃파이터죠. 스텝 좋고 긴 리치를 살린 잽과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원거리에서 공략하다가 상대가 들어오면 상대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고 바로 빠져 버립니다. 결국 헌트와 미오치치의 경기는 헌트가 미오치치의 거리를 깨고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었습니다.
1라운드에 헌트가 평소에 안쓰던 미들킥을 날리는 걸 보니 아마도 헌트는 상대와 거리 싸움을 위해 킥을 준비해온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전혀 안쓰던 기술을 연습 좀 했다고 실전에서 갑자기 능숙하게 구사할 순 없는 법이죠. 미오치치가 기술이 없는 상대라면 몰라도 미오치치 정도의 스텝과 복싱 기술을 가진 상대로 헌트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MMA에서는 리치 차이가 큰 경우 상대의 거리를 깨기 위해선 그래플링으로 압박해야 하지만 헌트의 그래플링은 방어만 하는 수준이라 그런건 불가능 합니다. 오히려 레슬링 경력이 있는 미오치치가 헌트를 타격으로 흔들어 놓은 다음 테이큰 다운으로 재미를 보았죠.
반면 미오치치는 저번 주니오 도스 산토스 전에서의 패배에서 얻은 교훈 탓인지 타격에 치우친 스타일에서 벗어나 그래플링의 비중을 확실히 늘린 모습입니다. 다음에 주도산과 또 경기를 하면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저는 헌트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3라운드 끝날 무렵 철장에 밀려 있다 순간적으로 돌아나오면 날카로운 훅을 날리는 모습이나 파운딩을 많이 맞아 한쪽 눈이 감긴 상태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투혼은 아름다웠습니다. 저 아저씨 나이가 40이 넘었습니다.
헌득이형은 상남자니까요.
첫댓글 음... 3라운드에서 끝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ㅁ;
헌득이형 맷집이 워낙 엄청나서요... 게다가 심판도 tko로 끝내기 미안했던 모양이에요.
언제적 헌튼데,,,대단하다
좀 더 일찍 정신차리고 노력했으면 더 대단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