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에서 찾은 희망 - 고려소각로공업
□ 위기에서 길을 찾다 지금은 저유가로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30여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김향원씨, 소각로 수입 건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2차 오일쇼크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크니, 서둘러 소각로를 수입하도록 하세요”
국제 유가가 6개월 새 2.3배로 급등한 2차 오일쇼크로 에너지 파동을 겪은 1980년대 초반, ‘롯데알미늄’에서 근무했던 나는 해외에서 소각로를 수입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폐기물을 소각하면 연소에 의해서 고온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가공·처리하면 산업 생산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쓰레기가 자원이 되고, 환경을 보호하는 대체 에너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소각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 소각로 선두주자가 되다
1985년 소각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소각로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자’는 뜻으로 ‘고려소각로공업’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 ‘고려(KOREA)’를 전면에 내세운 나는 관련 기관과 함께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소각로 산업의 불모지였다. 그래서 외국기술 도입도 생각했지만, 외국 업체들은 터무니없는 로열티를 요구했다. 소규모로 창업한 기업으로 로열티 지급도 어렵지만, 우리나라 연구소 연구진들의 기술 개발 의욕이 높아서 나는 국내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사실 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 대학원을 졸업한 문과 출신이다. 그래서 열역학, 전기, 전자, 기계, 화공기술의 총화인 소각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토대부터 쌓아야 했다. 전문 서적을 갖다놓고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연구진들과 함께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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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소시엄 구성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
과학기술처 특정 연구과제 수행업체 및 통상산업부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사업 연구업체로 선정된 ‘고려소각로공업’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등 한국 최고의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소각로를 개발했다. 그 결과, 우리 회사는 생활·산업 폐기물 소각기술(30kg~2,000kg/hr), 의료폐기물 소각기술(30kg~1,000kg/hr) 등 20여 종의 소각로를 개발해 2014년 기준, 중소형 소각 설비 1600여기, 화장로 설비 30여기, 소각폐열보일러 100여기를 설계·시공한 국내 최고의 소각로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중 1994년 개발한 ‘하향 통풍식 화염 건류소각로’와 ‘준건식 세정장치’는 환경부에서 환경신기술로 지정되는 등 국내환경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향 통풍식 화염 건류소각로’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폐합성 고분자 폐기물을 안전하게 소각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즉, 상향식 건류소각로의 문제점인 타르응축에 의한 관로폐쇄, 연소가스의 연소성 저하, 폭발의 위험성 등을 제거하면서도 완전 연소가 가능하고, 가스 발생이 균일해서 안전사고 가능성이 없고, 에너지 회수는 쉽게 할 수 있다.
또 ‘준건식 세정장치’는 폐수의 발생이 없는 대기오염방지 설비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생성된 건류가스의 질이 양호하며 시스템의 열효율이 높아 환경 공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후로도 우리 회사는 산업자원부와 생산기술연구원의 지원으로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도시폐기물 고온 용융형 열분해 소각시스템 개발에 착수, 다이옥신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소각로를 개발 하는 등 끊임없는 산학연 공동연구개발로 중소기업도 첨단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사이 나는 후배 양성을 위하여 <중·소형 소각로>라는 책을 펴내는 등 ‘한국 소각로 산업의 여명기를 연 개척자’로 불렸다.
그렇게 국내 소각로 산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국산화에 노력해온 ‘고려소각로공업’의 열정은 1996년 ‘제1회 환경기술상 우수상(국무총리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4회 조선일보 환경과학대상, 각 학회 기술상을 받는 등 정부와 관련 학회의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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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각로는 다이옥신의 주범?
국내 환경산업 1세대 기업으로 폐기물을 안전하게 소각하는 길을 열어온 ‘고려소각로공업’은 많은 개발비와 인력을 투입하여 연구개발을 통하여 다기종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산업발달에 따라 환경정책 변화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소각로는 다이옥신이 배출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각장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시설 폐쇄를 요구했고, 소각로에 대한 불신감은 팽배해져갔다. 연소 효율 기능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일부 소형 소각로 때문에 소각로업계가 불신받으면서 정부는 소형 소각로 억제정책을 펴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이 중형 소각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1990년대 200여 곳에 달했던 소각로 업체는 2000년도 후반기에는 대부분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하였다. 당시 나도 환경사업을 중단하거나 전업해야 하는지, 수없이 고뇌했다.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낸 끝에 나는 포기 대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로 했다
‘처음부터 이 곳은 불모지가 아니었던가? 길도 없던 이 곳에 하루 하루 발걸음을 내면서 길을 만들어온 나인데, 길이 끊겼다고 두려울 것이 무엔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내자
□ KOTRA와 에티오피아에서 얻은 길
1995년 대우와 ‘하향 통풍식 화염 건류소각로’ 수출독점계약을 맺고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등으로 수출을 추진한 경험을 토대로 ‘고려소각로공업’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2001년 중국 북경 상설전시관을 개관하는 등 여러 시장을 타진하던 중 2010년 나는 에티오피아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고려소각로공업’ 김향원 회장님이시죠? 여기는 KOTRA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입니다. 이 곳 병원에서 의료폐기물 소각로 설치를 원하는데, 에티오피아 진출 의사가 있으십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성교회가 2004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명성기독병원Myungsung Christian Medical center(MCM)’을 지었는데, 매일 500여명이 넘는 외래환자와 100여명의 입원환자를 돌보다보니 배출 감염성 폐기물이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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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에티오피아 병원들은 감염성 폐기물을 노천 소각하여 보건 위생위험과 환경오염이 극심했다. 김철수 명성기독병원 원장은 병원 환경 개선을 위해서 소각로를 설치하기로 하고 여기저기 문의해봤지만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극소화하면서도 작동이 쉬운, 그러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병원용 소형 소각로를 만드는 회사는 없었다. 결국, ‘명성기독병원’은 KOTRA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적합한 기업을 찾던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소형, 중형, 대형 소각로를 전부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인 ‘고려소각로공업’에 전화를 하게 된 것이다.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의 소개로 김철수 병원장과 통화를 한 후, 나는 에티오피아 실정에 맞는 병원 소형 소각로를 개발하기로 했다. 우리 회사는 인하대 부속병원, 연세대 부속병원, 성빈센트 병원 등 국내 300여 곳에 의료 폐기물 소각로를 설치했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은 모두 갖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소형 소각로에 적용해서 폐기물을 일괄 투입하되 연소 효율이 높고, 무연·무취 등 공해 방지 효과가 크면서도 작동이 쉽고, 설치 면적까지 적은 제품을 목표로 ‘열분해식 소형 의료 폐기물 소각로’ 제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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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헌신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서 연구하고 노력한 끝에 열분해식 소각방법의 고효율 연소방식으로 간단한 구조이지만 일산화탄소 수치가 낮고, 매연과 악취가 없는 친환경제품을 저렴한 금액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2010년 11월, 에티오피아 ‘명성기독병원’으로 수출했다. 마음을 담은 제품은 에티오피아에서 빛을 발했다. 우리 회사의 소각로를 설치한 후, ‘명성기독병원’은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병원폐기물처리의 공로로 환경상을 수상했고, KOTRA의 도움으로 에티오피아에 진출한 ‘고려소각로공업’은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에 지사화사업을 신청하며 개발도상국 폐기물 처리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병원 관련 정부 기관과 만날 때마다 ‘고려소각로공업’의 카탈로그를 전달하며, 환경을 지키는 깨끗한 소각로의 필요성을 알린 당시 에티오피아 김종건 대사와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의 노력으로 우리 회사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신뢰를 얻을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현재는 탄자니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파푸아뉴기니 등 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 개도국의 환경을 살리는 기업
‘고려소각로공업’의 주력 수출 시장은 개발도상국이다.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은 우리 회사에 많은 기회를 주지만, 우리 회사가 줄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우리나라가 소각로 불모지였던 시절, 사업을 시작해서 개도국, 중진국, 선진국 형 소각로 제작 기술을 경험하였기에 지금 개발도상국의 환경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개도국에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렇게 우리 회사는 국내에서 많은 의료폐기물 소각로를 설치한 경험과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환경도 살리고, 세계 최고의 병원용 소각로 전문 기업이 되는 비전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출처: 지사화 우수사례집: 2017 코트라 지사화사업을 통한 20개 기업의 수출 성공스토리(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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