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싫은 사람이 있다.. 머...

화이트데이 오후였지. 날씨가 잔뜩 흐렸었어. 화이트데이 뭐시기 어쩌구.. 하지만 사무실 분위기는 사탕과는 전혀 상관없는 속도로 일하고 있었다. 때마침 여의도서 오신 할아버지.. 너무도 반가왔다. 실은 뵌지 오래되서 뵙고 싶었는데.. (수화)어서오세요. (수화)지부장님 계셔? (수화)어디 가셨어요...(속말..실은 중국 가셨는뎅...씨!) (수화)어딜 갔는데 금욜날 삼실을 비워? 내가 오는거 알면서.. (수화)그러시지 마시구 앉으세요. (수화)그려 고마워 (수화)차는 무얼 드실래요? (수화)녹차... 울 간사에게 녹차를 부탁하고는 찾아오신 목적을 간략히 들었다. 올 여름에 두 차례 보이스카웃대회와 잼버리 대회가 있는데 여기에 지부장과 나를 초청하여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하신다. 고성과 일본에서 하는데 나더러 갈 의사가 있냐구 물으신다. 헐~ 난 못가쥐.. 삼실 오래 비워두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은 수화교재(시중 서적에 유통되는)를 한국최초로 집필하신 분이고 대단히 유명하신 '장규식'옹이시다. 그분을 만나뵙는 건 대단한 영광이었고 그분의 신망을 받는다는 것도 대단한 기쁨이기도 했다. 헤헤~~ 나 그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고 살지만(ㅋㅋ 내 잘난척) 한참을 그분과 대화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사무실로 들어오신다. 헉~ 이 아주머니는 임신 7개월째(실은 오늘내일 해 보일정도로 만삭) 산부인과를 내가 한번도 함께 가 주지 않고 다른 수화통역사를 내 보낸 다고 내게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는 양반이었다. 심지어는 자다말고 부부싸움 한 내용까지도 문자로 보내 나의 잠을 방해하던가.. 아니면 광고방송에 나오는 음식이 먹고 싶다고 대신 주문해 달라고 하는 아주 귀찮은(?)-실은 귀찮아 하지 않을 수 없는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도 무조건 나에게 문자를 보내서 내가 해 주기를 바라는 중증 공주였고 그 집에서 조차 포기한 자기만 아는 골치아픈-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병원 다녀왔다며 컬러로 된 아기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이쁘냐 귀엽냐며 의사에 동조할 때가지 나를 쫓아 다닌다.. 아따 내가 칼라 초음파 사진을 어케 아냐구요? 씨.. (ㅠㅠ 허긴 나도 그런 칼라 초음파 사진을 찍을 날이 오것지?) 암튼 그 아주머니를 피해 일부러 밖으로 외출중이라는 표시를 해 놓곤 부랴부랴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역전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 할아버지와 함께 역전으로 갔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방향 감각없이 휘돌아 다니는 한 아저씨가 있었다. 앗~ 저런 며칠전 내게 수화통역을 의뢰한 아저씨였다. 참고로 그분은 수화도 한글도 잘 아니 거의 모르는 수준.. 손짓발짓 다 해가면 동사무소를 알려주고 사무실 약도를 알려 주었다. 본인이 찾아왔던 사무실도 제대로 기억을 못해 계속 헤맸던 모양이다. 만나기로 한 사람은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 아저씨.. 갈 길을 모르고 마냥 헤매고 있었던게 눈에 보이고 심한 고민과 안타까움에 때마침 만나기로 한 사람이 고맙게도 자신은 괜찮으니 도와 주란다.. ^^* 주저없이 아저씨의 팔을 붙잡고 신호가 바뀐 횡단보도로 뛰었다. 동사무소에서 필요한 정보 얻어 내고는.. 아쉬운 발걸음,,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해 주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 떨칠수 없다. 그 아저씨는 복지카드(장애인카드)도 집도 기초생활생계보조비(영세민) 모두를 여동생이 관리(강탈)한고 있으며 아저씨는 아무런 혜택없이 그렇게 떠돌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의뢰를 하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지역의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권유를 하였던 것이었는데.. 참고적으로 우리 단체는 지역(선거)구 관리와 거의 흡사 하여 전국의 도, 시. 군구에 지부가 있다.. 동사무소에 알아보니 서울에 거주하고 계셨다. 일단 서울 관할 구지부에 가서 회원 등록하고 난 후 내게로 오면 구역에 관계없이 통역서비스를 해 드리겠노라고 설명했는데 돌아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은 참으로 막막하기만 했다. 가끔은 이런 생각으로 나를 위로한다. 난 통역사지 해결사가 아니라고... 전국이 화이트데이의 상술에 휘청거리고 있을 때 내 가슴 한켠은 해결사이기를 원하는 기원으로 휘청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