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사람들은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서 생활한다. 그렇기에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력이다.
그런데 이 노동력은 땅 파서 나오진 않는다. 사람이라면 밥을 충분히 골고루 먹고 잠을 충분히 자야 노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동을 잘 먹이고 키운 후 사회화도 시켜야하며 교육도 시켜야한다. 또한 아픈 사람이 생기면 보살피고 병간호도 해줘야한다. 그리고 노동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곳도 필요하다.
이러한 가사노동을 사회는 여성에게 부과하며 이를 가정주부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가사노동은 충분한 댓가를 치르지 않고 무료로 제공된다. 여성들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는 말에 세뇌되어 무료로 가사노동을 자신의 가족들에게 제공해왔다. 이러한 성별분업은 여성들이 남성 가장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게 만들었다.
여성의 가사노동을 통제하는 것은 곧 국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사회가 성장하고 부를 누리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뒷받침되어야하는데 여성의 가사노동과 임신, 출산, 육아 없이는 노동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여성을 세뇌시키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통제하고자하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여성을 가사노동에 종속시키기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했을까? 첫번째로 '로맨스'를 창조하였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연애과정과 이후의 결혼, 출산, 육아, 가사를 낭만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세뇌하면서 여성은 자신을 노예화시킨 남성에게 성적인 친밀함을 느끼게되고 종속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두번째로, 남성 가장에게 '가족임금'을 주었다. 남성 가장에게만 노동을 시키고 남성가장에게 넉넉하진 않아도 굶진 않을 정도로 가족 전체를 먹여살릴 돈을 주었다. 그 대신 여성은 가사노동과 임신,출산,육아에 전념하게 함으로써 효과적인 노동력 공급망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의 책임감'이라는 판타지를 주입함으로써 여성들이 기꺼이 남성의 노예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한동안은 이러한 구조가 잘 돌아갔다. 적어도 70년대까지는 그랬다. 가끔 페미니스트라는 반동분자가 나오긴 했으나 구조에 제대로된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도 오래가진 않았다. 곧 '가정의 해체'와 '저출산'이라는 위기가 찾아온다.
점점 경제에 구조적인 위기가 찾아오면서 남성 가장 한 명이 버는 것으로는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로인해 여성들은 노동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했으며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였다. 그리고 페미니즘에서 '성해방'의 바람이 불면서 연애에서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흐름이 끊겨버렸다. 사람들은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하지 않던가 결혼을 해도 출산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사회에 노동력을 공급해줄 '가정'이 해체되는 중인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는 드라마 등을 통하여 여성들에게 연애를 하고 결혼 육아 출산을 할것을 세뇌시켰다. 한편으로는 '슈퍼맘'이라며 가사도 하고 노동도 하라고 강요하였다. 또, '가정'에 편입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을 김치녀, 된장녀, 노처녀라는 이름으로 매도하였다.
무엇보다도 국가는 여성들에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주고 제대로된 임금을 주지 않거나 승진이 잘 되지 일자리를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성들이 노동을 하더라도 아버지나 남편이라는 남성가장으로부터 독립할만큼의 돈은 벌 수 없게 만들었다. 여성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장시간 일했으며, 집에 돌아가서는 가사노동과 육아까지 도맡아야했다.
국가는 이러한 구조-여자들에게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이 구조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었다. 돈은 적게 지불하고 노동력은 최대한으로 짜내었다. 여성들은 일터와 가정을 가리지 않고 장기간 이어지는 노동에 이러한 구조가 얼마나 불합리한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한 구조에 순응해서 출산을 하면 새로 태어난 아이들까지 그 불합리한 구조를 유지하는데 이용당했다.
그러나 메르스 이후 페미니즘이 다시 부상하고, 여성들이 이러한 구조에 다시 물음을 던졌다. "여성들은 왜 비정규직으로 몰리며 연봉을 더 적게 받고도 가사노동에 육아까지 해야하며 전부 다 하고도 김치녀, 된장녀라면서 욕을 먹는가?"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여성들은 여혐적인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4B운동을 시작했다. 비연애, 비성관계, 비혼, 비출산이 그것이다. 이러한 운동이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진 모른다. 이제 막 시작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4B운동이 여성이 할 수 있는 실천 중에서 핵심에 가까운 실천이라고 나는 믿는다.
첫댓글 구구절절 맞는 말 가부장제 무너뜨리는데 4B 만한 게 없음
좋은 글이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