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옛날 자장면 맛은 연하다. 감자, 양파, 양배추를 큼직큼 직하게 썰고 물과 전분을 잔뜩 넣어 춘장의 맛을 연하게 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의 ‘옛날 짜장’(730-9988), 강남역 뉴욕제과 뒷골목 의 ‘초만원’(3481-8585) 등이 유명하다.
요즘 중국집마다 옛날 자장면을 메뉴에 올려놓았는데, 맛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옛날 자장면 전문 체인점들도 간혹 눈에 띄 는데 맛이 괜찮은 편이다. 가격이 싸서 좋다. 2,000원짜리에서부터 비 싸봤자 3,500원을 넘지 못한다.
진한 자장 맛
진짜 진한 자장 맛을 즐기려면 돼지기름을 써야 한다. 그러나 수년 전 비식용 기름 파동으로 돼지기름 쓰는 데는 없어졌다. 집에서 진한 자 장 맛을 보려면 돼지 비계를 프라이팬에 녹여 쓰면 된다.
진한 자장 맛을 내는 곳으로는 종각 전철역에서 제일은행 쪽으로 나 와 피맛골 조금 들어가 있는 ‘신승관’(735-9955), 혜화동 로터리와 성균관대 입구 사잇길의 질경이 옷집 골목 안 ‘명보성’(744-5955)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자장에 물을 안 넣는다. 채소에서 나오는 물로 도 충분하다는 것. 신승관은 특히 채소를 아주 잘게 다져 자장 맛이 깊게 배게 한다.
구수한 자장 맛
춘장도 구수한 맛이 있지만 여기에 더 구수한 맛을 더한 자장면이 있 다. 종로 네거리에서 인사동 길로 올라가다 왼쪽으로 보이는 ‘신신 원’(723-8854)은 삶은 콩을 거칠게 갈아 춘장과 함께 볶아 구수한 맛 을 낸다.
감자와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옛날 자장처럼 모양을 내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 중국식당 ‘팔선’에서는 된장자장면을 낸다. 춘장과 그 절 반 정도의 된장을 따로 볶아 자장을 만든다. 얼마 전부터 고속버스 휴 게소에서도 자장면을 파는데, 이 자장면에서도 구수한 맛이 강하게 난 다. 진짜 육류가 아닌 인조 콩고기를 써서 그런 듯하다. 매콤한 자장 맛
자장이 매콤할 수도 있다. 자장을 만드는 기본적인 것은 같고 여기에 고추기름을 더해 매운맛이 나게 한다. 중국 사천 요리가 광동 요리에 비해 매운 편인데, 그래서 대부분 ‘사천자장면’이라는 이름으로 메 뉴판에 올라 있다.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 중국식당 ‘가 빈’(2222-8657)과 종로구 명륜동 ‘가야성’(747-3357)의 사천자장면 이 맛있다는 평이다. 자장면에 고춧가루 넣고 비벼 먹는 사람들은 이 것 먹으면 품 하나를 더는 셈이 되겠다.
별난 자장 맛
케첩자장면, 유니자장면, 쟁반자장면, 유슬자장면, 안주자장면, 웃기는 짜장…. 중국집 메뉴판에서 별스럽게 눈에 띄는 자장면들이 있다. 오 랜 경력의 주방장들이 개발해 내는 자장면들이다. 케첩자장면은 대학 로 ‘학림’ 옆골목의 ‘대림성’(741-3451)에서 몇 개월 전 내었으나 손님이 찾지 않아 메뉴판에서 삭제되었다. 그외 케첩자장면을 시도한 곳들도 실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림성에서는 채소와 해물을 길쭉 길쭉 채썰어 춘장에 볶은 유슬자장면을 낸다. 역삼역 상록회관 골목의 ‘경회루’(552-6648)의 웃기는짜장은 마늘에 볶은 해물에 춘장, 고추 기름을 더한 자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