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하드 SF의 진수
아빠가 양자역학이 어렵지만 관심은 좀 있잖니.
그래서 양자역학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특히 소설이라고 하면
더 솔깃하게 된단다.
소설이니까 읽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야.
이번에 알게 된 소설 <쿼런틴>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이 소설이 양자역학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품절이 되어서 만나지 못했었는데,
작년에 재출간되어서 이렇게 읽어보게 되었구나.
이 소설의 장르는 당연 SF이고 특히 ‘하드 SF’라는 부른단다.
‘하드 SF’라는 정의를 제대로 몰랐던 아빠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읽기 어려운 고난이도 SF를 ‘하드 SF’라고 하는 줄 알았어.
그만큼 이 소설이 읽기가 쉽지가 않단다.
‘하드 SF’라는 용어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좀 찾아 보았더니
‘Hard Science’라는 말이 순수 자연과학을 뜻한다고 하는구나.
자연 과학 이론에 뒷받침한 SF 소설을 의미한대.
양자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쓴 <쿼런틴>같은 소설이 대표적인 ‘하드 SF’인 거지.
그런데 아빠에게는 여전히 읽기 어려운(Hard)은 소설의 의미가 더 강하게 담겨 있구나.
이 어려운 소설을 쓴 사람은
호주 출신 그렉 이건이라는 사람이란다.
이 무지막지한 소설이 그렉 이건의 데뷔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1992년에 출간되었는데,
외국에서도 주기적으로 재 출간할 정도로 인기가 좋고
점점 SF의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고 보면 돼.
책 제목 <쿼런틴>은 지난 몇 년 간 많이 들었던 말이 아닌가 싶구나.
우리말로 하면 ‘격리’라는 뜻이야.
격리는 코로나 19때문에 참 많이 들어본 말이잖니.
그렇다고 이 책에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나오지는 않는단다.
그렇다면 왜 이런 책제목을 가졌을까.
이 책을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아빠 나름 이해한대로 이야기를 해볼게.
아마 전문가들이 이 책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과는 다를 수 있어.
워낙 양자역학이 어렵고 다양한 해석이 있으니
아빠도 뭐, 아빠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1. 버블데이
때는 2034년 11월 15일.
갑자기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지기는 일어나기 시작했단다.
정체 모를 검은 막 같은 것이 하늘에 덮여지는 그런 일이 일어났어.
나중에 확인해 보니
태양계 전체가 장막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진 거야.
120억 km 반경의 구체의 장막이었어.
태양계만 우주로부터 완전히 격리가 된 것이지.
그래서 이 소설이 <쿼런틴>으로 지은 것이란다.
당시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이 의문의 장막을 버블이라고 불렀고,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당황을 했단다.
세계의 종말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컸겠지.
태양계 전체를 장막으로 가려졌으니 밤 하늘의 별들을 볼 수 없었어.
태양계에 있는 별은 태양이 유일하니 말이야.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전문가들이 연구를 해보고 분석을 했지만,
이유를 밝힐 수는 없었단다.
그리고 그 장막의 정체가 무엇인지 장막이 있는 곳까지 갈 수도 없고 말이야.
도대체 이것은 무슨 장막일까.
누가 임의로 친 걸까?
모르고 있던 자연현상일까?
그런데 그렇게 장막만 쳐져 있고 시간이 흘러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되찾았단다.
그 전과 달라진 것은 밤에 별을 볼 수 없다는 정도…
시간이 흐르고 버블데이에 태어났거나 그 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
그들은 ‘나락의 아이들’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나락의 아이들’은 테러를 하고 과격 행동을 하는 조직으로 변질되어 갔단다.
이 소설의 주인공 닉 스타브리아노스는 경찰로
‘나락의 아이들’을 상대해야 했단다.
닉은 ‘나락의 아이들’의 테러를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워 승진도 하고 그랬어.
그런데 ‘나락의 아이들’은 그에게 복수를 계획했어.
닉의 집에 폭탄을 설치하고 그를 죽이려고 했지만,
폭탄이 터지면서 닉은 강성 모드가 자동으로 동작하면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어.
강성 모드가 뭐냐고?
그 시대에서는 머릿속에 ‘모드’라는 장치를 넣어
상황에 맞게 능력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단다.
‘모드’는 돈으로 사고 팔았고 성능이나 기능에 따라 가격도 천치만별이었단다.
닉은 경찰을 하면서 여러 가지 모드를 가지고 있었어.
경찰만이 가지고 있는 강성 드는 여섯 가지나 있었단다.
그 강성 모드가 동작하면서 ‘나락의 아이들’의 폭탄 테러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어.
하지만 그녀의 아내 캐런은 아니었어.
‘나락의 아이들’의 폭탄으로 아내 캐런이 죽고 말았단다.
아내 캐런이 죽었지만,
홀로그램으로 호출을 할 수 있어서
캐런 AI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단다.
그렇다고 홀로그램의 캐런 AI가 캐런을 대신할 수 없었지.
그 이후 닉은 경찰을 그만 두고 사립 탐정을 하게 되었어.
2. 수축과 팽창
닉은 어느날 실종된 어떤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단다.
선천성 뇌손상 환자로 태어난 이후 병실에서만 지내던
로라 앤드루스라는 32살의 환자가 사라졌다고 했어.
뇌 손상을 입어서 인지능력은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아서
혼자서는 병실 문도 열지 못했는데 병실에서 사라졌다고 했어.
닉이 의뢰를 받기는 했지만 누가 의뢰했는지도 몰라.
익명의 의뢰인이 거금을 제안하여 로라 앤드루스를 찾아달라고 했어.
그래서 닉은 로라를 찾기 위한 수사를 시작했단다.
언니 마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3년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마사는 로라를 병원에 위임하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어.
로라의 실종이 ‘나락의 아이들’과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는 없었어.
AI들의 도움을 받아서 닉은 로라가 비행기 화물칸을 이용하여
뉴홍콩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아냈단다.
뉴홍콩은 소설 속에서 가상으로 설정한 도시로,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만들어진 새로운 도시란다.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홍콩에 살던 사람들이 탈출을 해서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로 오게 되었고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도움을 주어 뉴홍콩에 조성하게 되었단다.
후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여 대만에서도 뉴홍콩으로 이주해 왔어.
닉은 곧장 뉴홍콩으로 갔단다.
그리고 로라가 잡혀 있는 곳을 찾았지만, 이내 잡혀 감금당하는 신세가 되었어.
그런데 얼마 후 그는 ‘앙상블’이라는 조직에 스카우트되었다고 했어.
앞으로 ‘앙상블’을 위해 일하라고 했단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앙상블’이라는 조직에 충성하라는 ‘모드’가 심어져 있어서
‘앙상블’이 무슨 조직인지도 모르지만 그 조직에 충성하게 되었단다.
이제 로라를 찾을 생각은 하지도 않게 되었어.
그는 ‘앙상블’ 내의 ‘ASR<Advanced System Research>라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고,
주요 임무는 포콰이라는 사람을 우발적인 사태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어.
12시간 2교대로 일하는 것이었어.
포콰이는 앙상블이 하는 프로젝트의 피험자였단다.
포과이하는 사람 실험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
실험실에 앉아서 이온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처럼 보였어.
위 위 아래 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 ….
이렇게 말이야.
이 즈음부터 소설을 읽는 아빠도 멘붕이 살살 오기 시작했단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스토리를 잘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부터는 정신을 집중해서 읽어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부분들도 있었어.
좀더 읽어보니, 앙상블이 하는 프로젝트가 대략 무엇을 하는지 알겠더구나.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회전을 하게 되는데,
그 방향이 각각 50대 50대이라고 하는구나.
이것은 일종의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앙상블에서는 이 자연현상을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던 거야.
전자의 회전을 한쪽으로만 제어를 할 수 있는 연구..
그러면 무엇이 좋냐고?
음… 아빠도 잘은 모르지…
대충 이해한 바로는….
양자역학이라는 것은 물질이라는 것이 확률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그 물질을 관찰하게 되면 한가지만 남게 된다는 거야.
그래서 전자라는 것도 누군가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의 형태를 띠고 있다가
누군가 관찰을 하게 되면 입자의 형태를 띠게 되는 거지.
관찰 전의 상태를 확산되어 있다고 하고 관찰 후의 상태를 수축되었다고 해.
(그렇게 이해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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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문제는… 둘 중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당신이 관측을 행하기 전에는, 파동함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당신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파동함수는 단지 50대50의 확률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가르쳐 줄 뿐이에요. 하지만 일단 당신이 관측을 행한 후에는, 다시 한번 그 계를 관찰하더라도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와요. 처음에 상자를 들여다보았을 때 고양이가 죽어 있었다면, 다시 들여다 보았을 때도 여전히 죽어 있을 거라는 얘기죠.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관측한다는 행위가, 각기 다른 가능성을 대표하는 두 개의 파동함수의 혼합을 단 한 가지의 가능성만을 대표하는 ‘순수한’ 파동, 그러니까 고유 상태라고 불리는 것으로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파동함수의 수축’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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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이야기한 전자의 스핀을 제어할 수 있다면
수축된 상태에서 다시 확산된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했어.
확산된 상태에서는 동일 물질이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어.
그 중에는 이 공간을 벗어나 있을 수도 있는 거지.
그랬다가 다시 수축을 할 때 처음에 있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축을 하게 되면
일종의 공간 이동이 되는 것이지.
그러니까 병실에 갇혀 있던 로라도 그런 능력으로 병실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거란다.
로라는 애초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로라는 뇌손상으로 갇혀 있던 것이 아니라
뇌손상인 척 하면서 병실에 머물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밖에 나가고 싶다면 자신의 몸을 확산해서 병실 밖을 나가서
가고 싶은 곳을 이곳 저곳 다니면 되는 거였어.
그렇다가 병실에서 다시 수축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데 수축이 잘못되어 병실 밖에서 수축이 되면,
병원에서는 인지능력 5살인 로라가 실종되었다고 하는 것이지.
사실 로라가 병실에서 사라진 것이 이번이 세 번째였대.
먼저 두 번은 병실 밖에서 발견되었지만 모두 병원에서 발견되어 이슈가 안 되었는데
세 번째는 병원 밖에서 수축이 되었던 거지.
…
아무튼 포콰이는 앙상블에서 연구한 모드를 주입 받고
그런 실험을 계속 하게 되었고,
점점 한쪽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단다.
3. 지구인의 횡포
어느날 뤼라는 사람이 닉을 찾아왔어.
앙상블에는 두 파가 있는데
앙상블의 본질을 무엇인지 결정하는 사람들의 비밀 조직이 있다고 했어.
그 조직의 이름은 <캐넌>이고 닉에게 그 조직에 들어오라고 했단다.
캐넌은 닉에서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는데,
닉은 조심스럽게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그리고 닉도 수축 억제 모드라는 것을 뇌에 투입하였고,
그 또 한 확산 상태로 앙상블 비밀 공간에 잠입하려는 시도를 했단다.
그렇게 얽히고 설킨 일들이 벌어지게 된단다.
일이 진행되면서 뤼 또한 어떤 목적으로 닉에게 접근한 것으로
아무도 믿지 못하고 독자행동을 하게 된단다.
아, 소설의 결말은….
…
아빠가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마치련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이야기했던 태양계를 둘러싼 버블의 정체….
양자역학은 관찰에 의해서 파동함수의 수축에 의해
확산되어 있는 여러 가지 존재 중에 한 가지만 남는다고 했잖아.
이 소설에서는 파동함수의 수축이 관찰 전에 존재했던 많은 물질(생명체 포함)을 죽인다고 했어.
그리고 이렇게 파동함수를 수축하는 것이
모든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지구의 생명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지구의 생명체가 무엇인가를 관찰하게 되면,
수축이 되어 많은 확산 상태에서의 많은 존재들 중에
하나만 남기고 모두 죽인다는 거지.
그런데 지구에 있는 인간들의 과학이 발전하면서
천체망원경으로 점점 멀리 있는 우주까지 관측을 하게 되었고,
지구의 인간에게 그렇게 관측된 우주는 수축되고 한 개 존재만 남고 모두 죽게 되는 거지.
더 이상 지구인의 관측을 놔두면 안되겠다고 결정을 한 거지.
우주 대부분이 수축되어 많은 존재들이 사라지니까 말이야.
그래서 지구인들이 우주를 더 이상 관측하지 못하도록
태양계 전체에 장막을 뒤집어 씌운 것이란다.
이 임무를 맡은 사람이 누구였나면… 바로….
….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좀 검색해 봤는데,
이 책에서 나온 앙상블이라는 조직도 이름을 괜히 앙상블로 정한 것이 아니더구나.
앙상블도 양자역학의 다양한 해석 중 하나였던 거야.
아주 간단히 이야기해서 앙상블 해석이라는 것은
양자역학을 확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하더구나.
음, 그래서 이 소설에서 자꾸 주사위를 던졌던 모양이구나.
쉽지 않게 읽은 소설이라서
자꾸 이 소설에 대해 캐묻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ㅎ
역시 양자역학은 이해하지 쉽지 않아.
양자역학에 대해서 더 공부 좀 해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자고 있을 때 연락을 취하는 의뢰인은 가장 편집증적인 축에 속한다.
책의 끝 문장: 모든 것은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귀속되는 법이다.
책제목 : 쿼런틴
지은이 : 그렉 이건
옮긴이 : 김상훈
펴낸곳 : 허블
페이지 : 468 page
책무게 : 608 g
펴낸날 : 2022년 12월 21일
책정가 : 17,500원
읽은날 : 2023.06.29~2023.07.02
글쓴날 : 2023.07.15,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