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없고 벌거벗은 진정한 나를...
- 신상환 수필
작년부터 겨우내 얼은 땅이 봄에 무너져 내리듯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퇴행성 질환과 50년이상이나 무리한 혹사의 결과 몸의 반란, 당연귀결
신체의 근간인 허리가 디스크쪽에서 심각해져 2개월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기어다니며 초라해지는 노년을 절절히 느끼고,
그것이 4개월 한의치료로 완쾌되자, 여러이유를 대보지만 어리숙한 관성적 일
과몰입으로, 오랜 소망인 일년의 나무집짓기에 뛰어들어 또 몸을 혹사시키다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애써 모른체하다 나이들며 찾아온 전립선비대로 10월
하순에 갑자기 119에 실려 응급조치하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일.
무너짐의 시작일 뿐이려나.
회복되지 않는 만성피로를 숨어있는 명의인 저지한의원 의사의 배려로 한약을
조제해 다스려본다. 나아지면 더는 일 벌리지 않겠지? 한국노인의 건강수명은
60대중후반이라니 갑자기 뇌리를 맹렬히 때려대는 통계치.
겸허해지고 엎디어야 하는 나이.
삶은 그렇게 나이먹어 지혜가 늘어나야 함에도, 늘 시행착오와 과오의 반복과
되돌이표로 순환한다. 현명하지 못하고, 백팔번뇌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의 한계
인지, 하느님앞에 언제나 참회로 시작해 끝맺음해야 하는게 인생전부인지 의문이다.
미뤄온 독서를 시작하며 한림도서관, 한경도서관에 들러 관심분야의 책을
대출한다. 시, 수필. 소설등 문학, 정원과 인테리어, 걷기등 자연치유, 노인과 건강.
인생후반부에 접어들어 오래 세웠던 계획을 하나하나 명함에 새기어 놓고,
순식간에 진행하려던 것을 다 내려놓고, 얼마 남았는지 신만 아실 시간이지만
남은 생의 시간을 천천히 조금씩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하는 걸로 궤도 수정하고,
어리숙한게 인생인걸 깊이 들여다본다.
걷기와 탁구, 그림, 글과 시쓰기 등 문화예술활동으로 몸, 정신, 마음의 건강을
돌보고, 다 걸은 제주바당길. 반걸은 제주 올레길, 남은 한라산 둘레길을 가늠해본다.
구름처럼 한가로이 느리고 반추하며, 때론 고개돌려 쓸쓸하게 돌아보며.
헌신, 봉사로 방향을 더 크게 분명히 흔들리지 않도록 틀어본다. 잘못과 후회를
덜하고 자식, 사랑하는 이들, 사회, 나라에 짐이 되지않기 위한 준비.
집옆 자연유기농 텃밭에 물, 흙만으로 건강히 키운 야채를 손수 길러먹고,
가지고 있는 땅에도 유실수, 약초, 야채를 느리고 게으른 5무농법으로 야생초와
함께 가능한 내 힘안에서 키워 나간다. 자립과 움직임의 살아있음, 일상내재화
남은 시간은 오롯이 책을 읽고, 그간의 직간접 경험을 수필, 소설, 시를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싶다. 가식없고 벌거벗은 진정한 나를. 언제 갈지 모를 나를.
새벽에 초를 키고 앉은 나를...
첫댓글 진솔한 가식없는 숨은 문학인이 미사려구 없이 노력하는 서포선생 같은 모습.존경스럽 읍니다.
다만.과중하게 하다가 건강이 지나치게 무리가가기 전에 서서히 회복을 먼저하는게 우선일듯 합니다.
복많이받고 건강되찾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