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너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꿈속의 공기
/김중일
너는 부쩍 자주 외출한다
잠드는 것을 나는 그렇게 표현한다
항공권을 끊고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듯
커다란 트렁크 같은 베개를 베고 꿈에서 꿈으로
그사이 선잠이 흐르고
처음에는 밤에만 이제는 밤낮없이 외출한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잠시 너의 얼굴에 빨갛게 온기가 돈다
나 그때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로
시작하는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라면 물이 라면도 없이 익고 있는데,
형광등은 자꾸 감기는 눈꺼풀처럼 깜박거리는데,
어느새 다시 너의 잠꼬대가 들려온다
너는 부쩍 자주 외출한다
요즘 혼자 왜 이렇게 바쁘냐고 물으면,
네가 숨이 안 쉬어지도록 힘들 때 꿈속의 공기는 어떨까 숨 쉴만할까 궁금해했잖아 그래서 내가 확인하러 가봤어 놀라지 마 이것 봐 여기 꿈속의 공기를 가져왔어 어디 한번 크게 한 모금 숨 쉬어볼래 따뜻하게 마셔볼래 호호 불어가면서,
라며 너는 잠꼬대를 한다 가져 나오긴 뭘 가져 나와 구시렁대면 서도 잠든 너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꿈속의 달큼한 공기 맛을 살짝 본다
너 그거 아니 내가 주로 가는 내 꿈속에는 공기가 없어 거긴 수심 이 아주 깊은 물속 같거든 깊은 물속 공간은 대기권 밖의 높은 창공과 데칼코마니야 실제로 아이들이 놀이동산에서 무수히 놓친 풍선 처럼 떠다니는 개복치 여럿을 사귀기도 했지
아침 식사를 하며 그런 말을 했더니, 너는 말한다
무슨 소리야 지난 내 꿈속에서 너 봤는데, 네가 서서 혼자 울고 있던 거 똑똑히 기억하는데
그래 나는 울었다 그때 그곳에서, 그게 뭐 별일인가
울다가 울음이 떨어져 생수를 마셔가며 울었다
어쩌려고 너는 네 꿈속에서 길을 잃고 내 과거까지 오게 된 건가
네가 나를 봤다던 곳은 내가 상주인 장례식장이고,
심지어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꿈속으로부터 무려 삼 년 전인데
왜 거기까지 네가 찾아온 건가
당시 내 곁의 슬픈 공기를 한번
들이마셔보겠다고?
너는 몰랐을까?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꿈속에서나 만나는 생면부지이고,
그러니 네가 나를 봤다는 곳은 꿈속의 꿈속이고
사실 '꿈속의 꿈속'은 위험한 미지이고
그곳이 다시 '수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죽음 같은 꿈속일지
아니면 옴짝달싹 못하게 몸이 매인 현실일지
투신하듯 몸소 실험 중이었을까
어쩌나 거긴 절대로 꿈이 아니고 단지 꿈이었으면 하는 오래전
나의 현실인데
미래에서, 미래의 꿈속에서 네가 어떻게 거기까지 온 건가
그리고 나는, 미래에 꿈속에서나 만나는 너를 어떻게 대번에
알아본 걸까
솔직히 나는 그 점이 더 궁금하고
그때 내가 그 궁금함을 안고도 언제부터 기절하듯 잠들었는지도 궁금하고
미명의 새벽 미래에서 온 너는 내 손을, 현실의 악력이 느껴지도록 꼭 잡았다
꿈을 꾼 거야? 발인 준비해야지
그래 해야지, 꿈속에서 다 꿈인 줄 알았는데 이제 난 어쩌나
해야지
일어나야지
기억해?
그렇게 너의 손을 처음 잡았어,
라며 또 외출하려는 너의 손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