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나무들아, 미안하다!
2021년 12월 22일 수요일
음력 辛丑年 동짓달 열아흐렛날, 동지
그러고보니 이제 올해도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올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또 한 해가
저무는 것 같다. 어느새 벌써 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코로나19 사태의 긴 터널은 밝은 불빛이 보이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점점 악화되는 것 같아 큰일이다.
세계적인 이 팬데믹 현상은 지구상의 큰 재앙이다.
악화일로에 있는 지금의 이 상태가 하루빨리 종식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뿐이다. 이맘때쯤이면
연말 분위기로 떠들썩했을 텐데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언제쯤이나 예전같은 분위기를 느낄까?
이렇게 서민들은 불안하고 초조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한심한 작태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권력욕에 사로잡혀 앞뒤
분간도 못하고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추한 모습들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까? 이놈이든 저놈이든 모두 다 꼴보기 싫다.
아무리 촌부와 같은 무지렁이가 지껄여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는 하도 어이가 없어 하는 말이다.
촌부는 산골살이 일상에 충실하면 그만인데 괜히
열을 냈나?
24절기 중에 스물두 번째 드는 절기, 동지(冬之)가
오늘이다. '동지 섣달 기나긴 밤...' 이라는 노랫말도
있듯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라고 한다.
동지에는 시절음식으로 팥죽을 쑤어 먹었는데 오늘
아내는 동지팥죽을 쑤려나? 이런 속담도 있는데...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
나이 먹기는 싫지만 새알심 넣은 팥죽은 먹고 싶네!
요즘 촌부는 나무들에게 못할 짓을 수없이 하고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예쁘게, 아름답게, 보기좋게 잘
다듬어 준다는 미명하에 전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좀 잔인한 생각이지만 어차피 나무는 우리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인간에 의해 살리고 죽이고
하는 것이라서 심어서 기르기도 하지만 베어내기도
한다. 기르면서 나름의 방법으로 전지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내의 조경수들은 촌부의 손에
의해 가지가 잘려 나가기도 하고 아예 밑둥을 잘라
없애기도 한다. 그래서 전지를 하거나 베어낼 때는
"나무들아! 미안하다!"라며 혼잣말로 지껄인다.
전날 둘째네 앞쪽의 나무들을 다듬은 것에 이어서
어제는 막내네 주변 나무들을 정리했다. 현관앞의
멀대처럼 보기싫게 키만 엄청 큰 주목을 과감하게
윗부분을 잘라냈다. 집안에서 보면 앞쪽을 가리고
밖에서 보면 건물을 가려서 보기가 좋지 않았다.
아랫쪽을 둥그렇게 다듬어 기르면 좋을 것 같았다.
데크쪽 목련도 죽은 가지가 있어 잘라내고 옆으로
보기싫게 뻗어 자란 가지들도 과감하게 잘라냈다.
그동안 너무 관리를 하지않았고 자연스럽게 기른
탓이다. 조경수는 보기좋게 꾸미기 위해 심는 것,
그래서 사람의 손이 가야만 하는 것이기에 자르고
다듬어 주는 작업, 전지를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위험한 엔진톱을 들고 사다리까지 올라타면서...
많이 깔끔해져 보기가 좋다고 아내가 칭찬을 하며
저녁상을 차려놓고서 시장할테니 어서 먹으란다.
고향 남해산 미역으로 국을 끓이고, 안동간고등어
자반을 굽고, 피자치즈를 가운데 넣은 김치부침개,
마실 갔다가 마을 아우네에서 얻은 싱싱한 무우로
만든 무생채, 산골아낙표 오이지무침에 반주까지
곁들여 놓은 산골 밥상은 아내의 정성이 가득하여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오늘은 또다시 수은주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을
했다. 영하 8도, 서리도 하얗게 내려 지붕을 덮고
나뭇가지에도 상고대가 끼었다. 하루 사이에 무려
5도가 뚝 떨어진 기온이지만 바람이 없어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다. 무슨 일로 하루를 채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