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지사, OST ‘좋은날’ 연주속 조국 땅 밟아
순국 100년만에 美서 유해 귀환
임정 외교관으로 佛-獨서 활약 기려
태극기-임시의정원 깃발이 맞이해
봉환식 거쳐 대전 현충원에 안장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외교관으로 활약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 봉환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황 지사의 유해가 봉송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착륙장. 오전 9시경 대한항공 KE086편 문이 열렸다. 국방부 의장대가 태극기로 감싼 관을 들고 나왔다. 국기에 대한 경례가 끝나고 국방부 의장대와 관을 떠받치고 있던 리프트가 땅으로 내려왔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초이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황기환 애국지사(1884∼1923)의 유해가 한국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1923년 4월 17일 심장병을 앓다 순국한 황 지사의 유해는 미국 뉴욕 마운트올리벳 묘지에 안장된 지 100년 만에 15시간을 날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유해가 비행기에서 내려오자 국방부 의장대는 20명씩 양쪽으로 도열해 100년 만에 돌아온 애국지사에게 예우를 갖췄다. 유해가 운구될 땐 트럼펫 연주자가 미스터 션샤인 삽입곡 중 ‘좋은 날’을 연주했다. 착륙장에 마련된 분향 제단 앞에는 태극기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입법부) 깃발이 함께 나부꼈다. 임시정부에서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황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공항에서 직접 유해를 맞았다.
1919년 미국에서 프랑스로 간 황 지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되면서 독립운동에 나섰다. 1921년부터는 임시정부 외교부 런던 주재 외교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일제의 실체를 알리는 등 조국 독립을 위한 활동에 앞장섰다. 보훈처는 황 지사의 유해 봉환을 2013년부터 추진해 왔지만 파묘를 두고 미국 법원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다 순국 100주년인 올해 묘지 측과 극적으로 파묘 합의를 했다.
이날 공항에서 열린 영접 행사에선 황 지사에게 1995년 추서된 건국훈장 애국장이 헌정됐다. 이어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운구됐고, 현충원에선 박 처장과 각계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봉환식이 진행됐다. 2008년 황 지사의 묘를 처음 발견한 장철우 전 뉴욕 한인교회 담임목사도 행사에 참석했다. 장 전 목사는 “오늘 이분을 모시고 조국 땅을 밟게 돼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그동안 후손이 없어 무적(無籍)으로 남아 있던 황 지사의 가족관계등록 창설은 최근 완료됐다. 이에 이날 박 처장은 직접 가족관계등록부도 헌정했다. 박 처장은 “황 지사는 독립운동의 별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