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날로 좋아지며 5월 둘째주 경마 주간에는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운도 좀 따라 주었고 7번 기승해서 5승을 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은 한 주 였고 '코리안더비'대상경주에서 '파이널보스'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기뻤다.
경주마에 오랜시간 기승을 하다보면 운동 선수이다보니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첫번째 기승을 할때부터 몸이 달랐다. 순위권을 기록했음에도 몸과 마음이 산뜻하면서 붕 뜬 기분과는 다른 설레임이었다. 최근에 이렇게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은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토요일은 남은 세개의 경주를 모두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고 일요일도 첫번째 경주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일요일의 하이라이트 였던 '코리안더비'대상경주에 49조의 '파이널보스'와 호흡을 맞췄다. 부산의 쟁쟁한 마필들과 붙기 때문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들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도전을 했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파이널보스'는 최상의 상태였어도 우승까지는 반신반의 했을 것이다.
'파이널보스'는 4월 2일 부산에서 열린 'KRA컵마일'대상경주에 출전을 했었다. 당시 채식상태가 좋질 않아 체중이 빠지면서 약간 컨디션이 다운되어 있었다. 하지만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스타트가 느린 마필이 아니고 1600m 거리도 직선이 길어 경쟁력은 충분하리라 판단했다. 경주때 발주 잘 나왔고 밀어주는데 초반 페이스가 워낙 빠르다보니 따라가질 못했다. 모래까지 된통 맞는 바람에 전과 같은 전개가 나오질 않았다.
기승 기수가 발주 후 밀어주는 모습에서 초반 탄력을 받으려 몰아주지만 몰았을때 경주마가 알아서 물고 가는지 밀어줘서만 가는지에 대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지만 그 미세한 차이에 따라 기승자가 느끼는 체감은 확연히 다르다. 경주마에 의지하며 기승자도 힘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작은 차이가 'KRA컵마일'경주와 '코리안더비'경주의 실전 차이였다.
'코리안더비'에서는 발주 잘 나왔고 최대한 붙여보려 했으나 1,2코너를 넘어서면서 앞선 마필들이 자리를 전부 잡아버려 중후미권 따라갔다. 그런데 '파이널보스'는 덜따라 가려했고 꾸준히 자극을 주면서 힘으로 몰아갔다. 3,4코너를 돌때 쯤 '파이널보스'의 느낌이 남달랐다. 힘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었고 뛰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후미 추입을 시도하고 있는 '로열루비'의 외측을 치고 나갔는데 직선주로 들어서자마자 이겼다는 강한 자신감과 믿음이 생겼다.
그날의 '파이널보스'는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결승선을 통과 할때까지 발을 바꾸지 못하고 한발로만 경주를 뛰었다. 직선주로에서 외곽 펜스로 붙는 것을 의도적으로 내측 진로로 제어하며 발바꿈까지 시킬 수 있었지만 최대한 '파이널보스'에게 저항을 주고 싶지 않아 뛰는데로 몰아주었다. 베스트 컨디션이었다면 최외곽 진로를 선택하고 한발로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보면 '파이널보스'가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건 마필의 잠재력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파이널보스'는 좋은 마필이고 기특하다. 훈련과 실제 경주와 완전히 다른 특이한 케이스의 마필이다. 망아지때부터 훈련시의 불안한 발걸음과는 달리 실전만 가면 믿음을 주는 마필이다.
한 주에 7번의 기승을 해서 5승을 차지했었다. 그날따라 몸의 컨디션이 날아갈 듯 가벼웠고 경주 중에 미리 생각했던 작전보다는 몸이 반응하는데로 움직였던 것이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