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
맹독성 식물…그러나 불치병엔 없으면 안돼
▶애정은 독이 되고 병이 되고
유정․무정 동물과 식물 그리고 광물까지 모두가 그들 나름대로 독성을 갖고 있다. 이 독성을 특성이라 할 수도 있고 약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어떤 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약이 될 수도 있을까. 인간에게는 탐․진․치 삼독심三毒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탐욕貪慾-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애착. 진에-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 우치愚痴-사리를 분별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이러한 삼독심에서 팔만사천번뇌가 벌어지게 된다. 이것들은 녹이 쇠에서 나와 자기 몸을 파먹어 가듯이 인간의 삼독심도 자기 마음에서 나와 심신을 갉아 먹고 병들게 하는 것이니 버릴 때 약이 된단다. 인간들이 품고있는 삼독심 가운데 가장 무서운 독이 탐욕심이라 했다. 탐욕은 애착심이다. 애착은 어떠한 일과 물건이나 특정한 사람을 특별히 사랑하여 끝없이 갖고자 집착하는 마음이다.
취하신님 사정없이 날 끌어단
끝내 비단적삼 찢어놓았지
적삼하나 아겨 그러는게 아니어
맺힌정 끊어질까 두려워 그렇지.
봄새라 추위는 가시지않아
볕드는 창가에서 옷을 깁노니
숙인머리 눈물이 떨어져
옮기는 실귀가 말없이 젖는다.
봄이 싫어 병상에 누운게 아니어
떠나신 그대가 그리워 그렇지
뜬세상 괴로움은 말하기 싫다
어쩌지 못한건 펴지 못한 정이어.
膾醉客․恨․病床吟 신석정역
조선 선조대 부안기생 매창梅窓 漢詩
매창은 유희경의 연인이요. 인조반정의 기수 이귀의의 정인. 허균의 문우였다. 시조와 한시에서 황진이와 쌍벽을 이루었던 시인. 한 사람을 사랑한 것이 병이 되었는지 만38세를 일기로 한많은 생을 마쳤다. 전북 부안 개암사 일대에 매창의 아름다운 일화와 무덤과 시비가 남아있다.
특히 사람에게 정이 쏠려 애정에 얽매이면 꼼짝없이 마음의 여유를 잃고 서로에게 이롭지 못한 독이 되는 것이다. 또한 탐욕에는 만족이란 없는 법 애정이 바뀌어 다시 증오심으로 변해 가는 것. 그래서 불문佛門에서는 사랑하면 안된다고 가르친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마음만 버리면 통연 명백하리라 했으니 우치의 독까지 버리는 길이 될 것이다.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 사랑은 병이 되고 독이 되는 구속이다. 옛사람들이 여우같은 아내는 감옥이요 고슴도치새끼 같은 자식은 족쇄라 하지 않았던가.
▶인간중심에서 생명존엄주의로
독초로 유명한 천남성과에 속해있는 천남성天南星은 전국의 산 그늘진 숲 속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독성으로 명성을 같이하는 부자附子와는 꽃만 다를 뿐 잎줄기 알뿌리 모습까지 신기하게 닮은 식물이다. 키 30~60cm 크기로 자라고 대개 굵은 잎줄기 하나가 땅위에 외대로 곧게 서나 종에 따라 1~3줄기가 돋아나기도 하는데 잎은 새발모양으로 갈라지며 퍼진다. 줄기에는 뱀등 같은 흑자색무늬 얼룩반점이 있으며 꽃전체 모습도 꼬부린 뱀머리를 닮아서 사두초蛇頭草라는 맹독식물다운 악명이 붙었다. 5~6월경 잎줄기 사이에서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한 개의 통꽃이 핀다. 이 길쭉한 원통형은 변형꽃받침이 꽃처럼 보인 것이며 참꽃은 그 속에 든 작은 부들형태로 생긴 황녹색 부분이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옥수수 대궁이 모양을 한 열매가 녹색에서 빨갛게 익는다. 그러나 독성이 강해 새들도 이 열매는 따먹지 않는다. 천남성의 특징은 땅속에 많은 실뿌리가 사방으로 뻗고 그 밑에 둥글납작한 살찐 알줄기가 생기는 것이다. 세월이 오랠수록 구경 球莖이 굵어지면서 여러개의 새끼 알줄기가 맺힌다. 약초 전체에 독이 있으나 특히 뿌리에 맹독성이 있다.
그러나 이 독초는 자기만이 갖는 독성을 사람들에게 나눠줘서 중풍 반신불수, 와사풍 안면마비, 간질병 같은 불치의 고질병을 고치게 하고 있으니, 우리들이 독초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인권중심사상인 독선에서 비롯된 이름일뿐. 식물의 입장에서 독이란 자기의 개성이고 특성이며 남과 다른 자존심일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무심히 바라보는 산천초목들. 그들의 생명들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아 숨쉬고 먹을 것을 얻고 삶의 터전을 일구며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풀 한 포기 생명이라 하여 은혜를 모르고 하찮게 여긴다면, 인간은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일 수 없고 식물들은 말할 것이다. 인권이 뭔데, 사람이 뭔데, 니가 뭔데, 이 땅이 니끼가. 걱정되는 인간들 참말로 우짤낀고? 늦기 전에 인간중심주의에서 생명존엄주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뭇 생명들을 보호하여 공생 공존하는 것만이 자연환경과 지구를 살리고 자멸해 가는 인간을 구하는 길이 될 것이다.
천남성은 온대 아열대 지방원산으로 이 나라에는 같은 종속으로 넓은 잎천남성, 둥근잎천남성, 점박이천남성과 꽃차례 끝이긴 섬천남성, 무늬천남성, 두루미천남성이 자생하고 있다. 이 모두가 유독성 식물이며 같은 약효로 쓰인다.
▶사람을 살려내는 독초
한방에서 초목들의 독은 모두 약으로 응용된다. 천남성天南星의 한문이름은 호장虎掌, 반하정半夏精이며 주로 알맹이 뿌리를 약으로 쓴다.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한데 강한 독성이 있다. 폐․비․간경에 작용하며 풍담․습담을 삭이고 제거하며 마비와 경련을 멈추고 어혈을 없앤다. 그러므로 중풍으로 말을 못하고 반신불수와 눈과 입이 돌아가는 안면신경마비인 와사풍과 어지럼증 어린이 경풍간질에 엄중히 다루며 소중하게 쓰이는 약이다.
그 외에 약효와 적용질환은 거풍, 거담, 진정, 진경, 소종, 통혈의 효능이 있고 신경통, 관절염, 파상풍, 연주창, 창종, 경련, 해수기침들 증상에 적용한다.
천남성의 약성을 요약하면 몸 속의 담痰을 원활하게 함으로 담이 순조롭지 못해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을 주치하는 약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담이라 하는가. 「동의보감」제1권 내경편 담음痰飮항 첫머리를 살펴보자. 담痰이라는 것은 진액津液의 다른 이름으로 사람은 이 진액을 갖고 있어서 사지四肢와 몸뚱이를 적시고 기르는 것이다. 담痰-진액, 연延-침, 음飮-위액이라고 하는 것은 이치는 하나이며 다만 그 직분이 여러 가지로 나뉠 뿐이다. 그리고 담병痰病에는 열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그중 풍담風痰은 흔히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특이한 증상이 있으며 두풍頭風으로 어지럽고 암풍暗風으로 가슴이 답답하며 심란하거나 혹은 경련이 일고 살갗이 떨린다.라는 증상 설명이 있다. 「동의보감」 단방편에서「본초」를 인용, 천남성은 풍담을 치료한다. 통째로 (황토진흙)싸서 누렇게 구워 생강 일곱쪽과 함께 물에 달여 먹거나 생강즙으로 풀을 쑤워 환약을 지어 복용한다.로 기록하였다.
천남성 약초를 민간에서 한의원의 도움 없이 응용할 때는 주의하면서 반드시 법제-한약의 독성을 줄이거나 약성을 높이는 방법-하여 약용해야 된다. 천남성 독성제거 기본적인 법제는 뿌리 약재 1kg에 생강100g와 백반 100g를 함께 넣고 물로 끓여 약재의 속까지 완전히 익힌 다음 햇볕에 말려두고 쓴다. 백반이 없으면 생강즙만 써도 된다. 「북한동의보감」에서 약초채취시기는 봄가을. 달임약 1회 쓰는 양은 법제한 것 1.5g 이내. 임산부에게는 쓰지 않는다. 연주창, 부스럼, 타박상들 외용할 때는 법제하지 않은 것을 쓴다. 우담남성牛膽南星이란 약은 천남성 가루를 소 쓸개액과 섞어 쪄서 쓸개주머니에 다시 넣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둔 것. 약효는 담을 삭이고 열을 내린다. 1회 1g 경련과 어린이 경풍, 경간에 쓰이는 귀한 약이다. 이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