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과 나뭇가지 사이로 고양이가 침범했다.
아침에 닭장으로 들어가는데 무엇인가 급하게 도망치는 놈이 있었다. 고양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토록 철저히 단속했던 그물망 사이로 손쉽게 달아나는 거였다. 그 동안 수차례 고양이의 침입이 있어왔고 그때마다 나는 고양이가 들어 온 곳을 막았다. 이제는 더이상 들어오지 못할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기우였던 것이다.
어떻게 그 틈을 비집고 들어 올 생각을 했는 지. 영리한 사람 도둑이라도 그곳으로 들어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문득, 집히는 것이 있었다. 요 며칠 닭들이 알은 낳지 않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그 원인이 바로 고양이가 알을 내 대신에 시식을 한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알을 훔치는 것은 고양이나 나나 마찬가지지만, 닭들의 효용가치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던 내가 머쓱해 질 정도였다.
나는, 다시 뒷산으로 올라가 다시 한번 그물망을 손보았다. 뒷꼍이 산으로 이어진지라 고양이는 그곳에 진을 치고 있다가 사람의 눈을 피해 닭장을 습격하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열망했던 강릉 말로 댄(뒷꼍)이 있는 집에 살수는 있었는데 뜻하지 않는 곳에서 복병을 만난 것이다. 몇 번이고 단속을 하였다. 그래, 이제는 놈들이 도저히 들어 없을 거야 라고 중얼거릴 때까지 아침 나절의 칼 바람을 맞으며 손을 호호 불어가며 그물망의 틈바구니를 돌로 다시 한번 틀어 막았다.
추운 아침에 닭장에 들어 간 이유는 사실 닭들에게 모처럼 신선한 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2주일 동안 집에 물이 나오지 않다가 드디어 오늘 아침에 물이 나온 것이다. 그 동안 물 없이 살아온 것을 이야기 한다면 구차하기 그지없지만, 대충 이렇다. 내가 먹을 물은 횟집에서 가져왔는데, 문제는 변기의 물과 개와 닭들이 마실 물이었다. 그 문제는 다행히 눈을 녹여서 해결했다. 그 동안 내가 아침마다 한 일은 눈을 퍼와서 싱크대에서 녹이는 일이었다. 눈의 부피와 물의 부피의 차가 엄청나서 그 일을 하는 시간도 제법 되었다. 하루 내가 쓸 변기의 물과 닭들과 개가 마실 물을 마련해 놓고 나의 하루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그 동안의 한파와 폭설이 나와 고양이에게는 똑 같은 이유로 작용을 했던 것이다. 비록 오늘 아침 쫒고 쫒기는 악연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고양이의 입장이나 내 입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닭들에게 되먹지도 않는 먹이(횟집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놓고 닭들이 힘들게 나은(실제로 닭들이 알 낳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분신을 양심에 거리낌도 없이 가져갔던 나나, 엄동 설한에 먹이를 찾아 애써 그물망을 뚫고 들어와서 그 알을 몰래 훔쳐 먹었던 고양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다행히 나는 만물의 영장인 사람인지라 시골의 작은 집에서 개와 닭들을 사육하는 제법 폼 나는 위치인 것이고,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고양이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젠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에 불과했다.
누가 옳고 그르고, 누가 도둑이고 주인이고는 오로지 사람의 기준으로 정할 뿐이다. 사실, 내가 고양이에게 당당할 이유는 아무도 없다. 닭들에게 쓰레기를 먹여놓고 그가 애써 낳아 놓은 단백질을 독차지 하는 것은 고양이 입장에서도 억울 한 일이다.
사실, 처음에 고양이가 닭장에 침범한 이유는 아마, 음식물 쓰레기 속의 생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계란이라는 행운을 만났을 뿐이다.
오히려 더욱 억울한 것은 고양이다. 원하지도 않게 안방으로 끌여 들여서는 온갖 보살핌으로 사랑하는 척 하다가 어느 새 변해 버린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고 그들이 원하는 야생의 땅도 사라지고, 오로지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를 찾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상. 누가 고양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아마, 내가 닭들을 키우는 이상 고양이와의 싸움을 계속 될 것이다. 고양이는 지금도 뒷산 양지 마른 곳에서 닭장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올 봄 병아리들이 부화되기 전까지는 고양이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계란은 고양이에게 양보할 수도 있지만 귀여운 병아리는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
더구나 따스한 봄날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