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07.19.2007 – 비,천둥번개,작달비.. - 77km = 익산시-김제시-부안-주산-줄포-흥덕-중흥-선운산 선운사
김제시로 향하며 익산시 맨 끄트머리 정류장 근처에서 따끈한 빵과 커피를 사서 아침을 해결했다. 200원 깎아주는 제과점 아주머니가 오늘따라 천사친구처럼 보였다. 간간히 헛뿌리는 비가 얄굳다. 김제시를 얼마 남기지 않고 폭우가 쏟아진다. 판쵸우의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게 스페이스 프레임 바로 위에 달고서 달리고 달린다. 빗속을 달리는 요령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비나 눈이 온다고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사실 비보다는 다친 발이 더 거슬린다. 첫날 자전거를 멈추면서 페달에 오른쪽 다리 뒤쪽을 찍혔다. 계속 부어오 르고 비가 오면 더욱 시큰거린다. 결국 왼쪽 다리도 다치게 되었지만…여행 중 가장 부담이 되었던 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몸에 이상이 생겼을때 여행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이다..결국 아무 탈없이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만약 부상을 당하게 된다면,,하는 가정을 항상하고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 같다…..부안에 다 와가니 비가 그쳤다. 하지만 진통은 더 심해지고 붓기도 커져서 결국 진통제를 사먹었다. 고통을 잊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었으나 시간, 날씨를 고려해 더 남하하기로 했다.
부안군 영전초등학교는 이층교실건물이 반달 모양인 게 인상적이었다. 흥덕을 향해 내려가는 길 옆에 솔비라는 식물원이 오늘 개원식하는 날이란다. 기와 얹어 지은 작은 집이 크기는 작지만 키는 큰 소나무 사이에 멋지게 서 있다. 전라도 소나무는 경상도의 소나무나 내가 사는 곳의 해송과는 느낌이 또 다르다…
전라도 땅의 인상 깊은 것 중 가장 으뜸이 황토의 색이 짙은 붉은 색이다 는 것이다. 경상도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게 확실하다. 그 붉은 색 황토는 넘실대는 평야에서 얻는 엄청난 수확과 많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한국인의 인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또한 이 붉은 황토가 아닌가 생각된다..전북,,전남을 가로지르며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맑은 공기와 더불어 넓은 평야다…평야에서 쌀을 바다에서 생선을…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정말 풍족한 자연조건을 가진 곳이었다고 생각되었다.(지금도 그렇지만) 한반도에 고인돌 분포가 전라도 땅에 많은 이유중의 하나가 선사시대 부족의 힘은 바로 이런 땅과 바다의 농사에서 나왔으며 그들의 풍요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게 고창 고인돌(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등 이 아닌가 생각된다.
줄포를 지나 흥덕을 다와 가는데 작달비가 또 내린다. 티브이안테나에 담배광고판을 달고 있는 구십할머니가 운영하는 수퍼 앞에서 비를 피한다. 좋다.
선운사 전방 10여km에서부터 선운사가는 새 길로 접어 들수 있었다. 상용터널, 선운사터널 두 곳을 지나 선운사로 바로 가는 길인데 잘 만들어 놓은 국도이다. 상용터널을 올라가는 오르막길에서 엄청남 폭우를 만났다. 도랑의 물이 무섭게 흘러내려간다…붉은색 전등을 켜놓은 터널안이 오늘따라 따뜻해 보인다..양쪽이 분리되어있는 터널인데도 한쪽 터널을 빠져나가고 진입하는 차의 굉음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움을 준다.
동백꽃 피는 4월에 그토록 선운사에 오고싶었는데 비오는 7월에 결국 오게 되었다. 상사화와 동백꽃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의외의 기쁨과 발견에 가슴이 뜨거워져 왔다. 오전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오후엔 햇살에 쨍쨍 내리는 4월에 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비오는 날 빗소리 들으며 만세루에 앉아 녹차를 마셔보라. 조그마한 숨소리로 뜨거운 녹차를 휘저으며, 비와 바람에 귀 기울여 보라. 만새루 기둥처럼 부풀은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리라…
싸게 해서 이만오천원 달라는 민박집에서 오천원을 더 깎아서 이만원에 잠을 청하기로 했다. 비가 와서 이리저리 운 좋은 날이다. 에어컨, 선풍기, 샤워…이만원의 행복을 절절히 느꼈다. 비 때문에 손님이 적어 얻을 수 있는 행운이기도 했다.
^[7일] 07.20.2007 – 비, 흐림 – 131.67km = 전북선운산 선운사-고창고인돌-무장-공음-법성-전남영광-불갑-함평-학교면-공산-반남-신북-영암월출산국립공원야영장 [속도계고침 와우!!]
선운사의 안개 낀 계곡을 일찍 나설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리하여 9시가 다 되어 출발하게 되었다..저녁 7시를 훌쩍 넘겨 도착한 월출산야영장까지 줄기차게 달리고 또 달렸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남도의 황토가 왜 저리도 짙 붉은색일까 하는걸 하루종일 생각하며,,,
고인돌 유적지에선 불친절한 관광안내센터직원을 만났는데 너다섯평쯤 되는 안내소안의 에어컨 냉기가 사람마저 냉동시킬 만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이곳에 기념관도 짓고 있었으나, 전체적인 느낌이 보존에 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오직, 풀 베러 나가는 아주머니만이 고인돌의 후예 같았다…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이정표가 있는 곳을 막 지나기 전에 한 무리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만났다. 제일 기분 좋은 날,,,여름방학 하는 날이었다. 물통의 물도 달라고 하고, 자전거도 맘대로 타보려고 하고,,,정감있는 남도사투리로 정신을 빼놓는다..기분 좋은 우중만남이었다. 꿈은 땅에도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 맘속에 있는 거다. 아무도 모를 꿈, 쉽게 드러나지 않는 꿈..하지만 한번 이루어 지면 땅도 하늘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꿈. 그런 꿈이 이 아이들에게도 늘 끊이지 않길 바라며 길을 재촉했다..
불갑을 지나오는데 새까맣게 탄 라이더를 만났다. 처음 만나는 라이더와의 만남이라 더욱 기뻤다. 20여일을 계획으로 서울에서 내고향 포항으로 그리고 땅끝마을을 찍고 서해안을 통해 서울로 귀향중인 대학 2학년 학생이었다. 막 펑크 수리를 하고 오는 길이라 그런지 손이 더 새까맣다. 자출사 얘기도 하며, 다음엔 외국에서 만나자고 인사하고 길을 재촉했다. 그가 후기를 올렸다고 댓글을 달았다.
월출산 들어가는 입구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멀리 월출산 중턱에서 피어오르는 흰구름을 앞에 두고 야영장까지 오르막을 오르면서,,오직 젖어있는 땀만이 유일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야영장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레스토랑에서 비빔밥과 팥빙수를 제일 맛있게 먹고 멋진 야영을 했다. 샤워도 좋았고, 어둠이 내리고 나서 도착한 두 여성 산악인의 텐트치는 소리도 싫지 않았다. 잠 만이 최고의 비타민이었다.
첫댓글 멋진 여행이시네요.
와하~~
날씨가 흐려서 더 인상적 멋집니다^*^
어떤걸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보고 ............. 한번 퍼왔어요
잘읽었습니당~~~~~~~~~~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에서 그런 일이 있어 군요 -_- 작년11월 중에 미국에서 고창고인돌 견학차 오신분을 모시고 4시간 동안고창에 있는 전체 고인돌 가이드 중에 고창 매산 고인돌군에 들렸을 때는 미국에서 왔다고 그랬는지 두 분 밖에 없는데 자세하게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도 불친절한지 아님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지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군요.
한마디~~가.어렵지요?..칭찬으로,더 잘할수게..누구신지는 모르지만,고창이미지를 흠집내었네요..ㅎㅎ,그쵸? 에효..
넘 멋져 퍼다 날릴랍니다. 내고향 고창
이야~~~~
좋아요....
마음은...해 보고 싶은데......ㅋㅋㅋ
의메~ 줄포지나 흥덕...울집도 봤을까..ㅎㅎㅎ
우와~~~
괘안네여~~~
<<줄포를 지나 흥덕을 다와 가는데 작달비가 또 내린다. 티브이안테나에 담배광고판을 달고 있는 구십할머니가 운영하는 수퍼 앞에서 비를 피한다. 좋다.>> ....오늘 후포 우리시골집에 가면서 ...담배가게를 보니까 .......그 가게가 맞더라고요~ 평상이랑 안테나도 그데로 있고.,, 저도 가끔 들르는......
글 쓴이의 정감어린 맘 ! 칭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