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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쪽팔리게 살지 말자-시사in 주진우 원문보기 글쓴이: student
http://www.libro.co.kr/Webzine/WebzineContent.aspx?wzcode=0301&aid=17007
글 이예지 / 사진 박현성 ㅣ 2012-04-24
신드롬처럼 폭풍 같은 바람을 일으켰던 《나는 꼼수다》의 열풍이 조금은 사그라졌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던 《나는 꼼수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되었고, 비키니 파문으로 곤란을 겪었다. 그리고 김용민 PD는 총선에 출마했고, 막말 파문으로 또 한 번 난리가 났고, 낙선했다. 휘몰아치듯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진우 기자에게 세상은 여전히 창피하고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책을 썼단다. 제목도 간결하게 「주기자」.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 셀러 1위를 차지했고, 여전히 상위권에 올라있다. 다른 멤버들 보다 조금은 늦은 이 시점, 그 많은 일들이 지나간 이 때 그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낸 것일까.
인터뷰가 시작되자 창피해죽겠다며 인사를 한 주진우 기자는 뭐든 물어보라고 했다. 답하겠다고. 두서가 없으니 알아서 잘 써달라고, 소송을 걸진 않겠다고.
#. 첫 책 「주기자」
「주기자」가 「닥치고 정치」 보다 초반 판매율이 높았습니다.
초반에? 누나들이 많이 사준 거 같아요. (웃음)
기분이 어떠세요? 어느 정도 판매를 생각하시나요?
얼마나 팔았으면 하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어떻게 되었으면 하는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청춘이나 이 땅에 같이 사는 이들에게 꼭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 많이 버는 게 잘 사는 게 아니다. 나의 태도가, 내 삶의 질과 삶을 결정하는데 굳이 그렇게 신념을 포기하면서 양심을 잃으면서 사는 것만 사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조금 더 멋있게 아름답게 쓸 수 있었는데 러프하게 썼던 초고대로 거의 나왔어요. 그건 내 태도를 더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출판사에서도 그렇게 생각했고.
저의 태도와 제가 좀 철이 없게 살지만 그래도 그렇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거지 많이 팔겠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어요. 잘 하면 이름 값이 조금 있으니 베스트 셀러에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몇 부가 팔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까진 못했어요. 지금도 출판사에서 통장을 만들어서 달라고 하는데 아직 안 주고 있어요. 가계에 보탬이 된다는데. (웃음)
목표, 그런 거 없었어요. 「닥치고 정치」는 신드롬 같았고요. 워낙 책에서 보여주는 현상, 그리고 그 땐 《나는 꼼수다》가 신드롬같이 좀 그랬던 게 있었죠. 근데 지금은 약간 두들겨 맞는 타이밍이라서.(웃음) 아무튼 베스트 셀러 상위권까지 올라가서 가문의 영광, 본인의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팔리나, 추이, 그런 거 잘 몰라요. 사실 저는 원래 베스트 셀러는 잘 안 읽는 편이에요. 서점에 가도 고전이나, 제가 꽂히는 책들을 보는 편이지. 몇 만부 팔렸다, 하는 책들이나 중요하다고 하는 책들은 보긴 하는데 보고 나면 왜 잘 팔리지? 이 책이 어디에 닿았을까? 그런 생각들을 해요.
원래 글 쓰는 일을 계속 하셨는데 기사 쓰는 거랑 책 쓰는 거랑 어떻게 다르던가요?
저는 글 쓰는 거 싫어해요. 너무 싫어요. 차라리 주먹을 썼으면 좋겠어요. (웃음) 책 쓰는 거랑 어떻게 다르냐 하면, 저희는 다른 기자들에 비해 긴 호흡의 기사를 쓰잖아요. 기획특집 같은 거 쓰면 원고지 수백 페이지짜리 글도 쓰고 그러는데 일단 책은 더 많이 써야 하니까 쓰기 싫었고요.
두 번째로는 저는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 현상이나 MB 시대 이런 내용에 대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내용, 그리고 내가 가진 시선으로 바라 보는 거, 그런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왜 그걸 그렇게 보고 있는지, 왜 내가 이 사회를 보는 창이 이런 건지 사람들이 그걸 궁금해 하더라고요. 취재해서 내가 보는 시선과 그 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래서 제 이야기를 써야 했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전 제 이야기 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책이 나왔는데 아직도 못 보고 있거든요. 창피해서 아버지한테도 안 보여줬어요. 저희 회사에선 금서예요. 내 이야기 내 시선을 적나라 하게 말하는 게 조금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말했다시피 고치다 보면 저의 시선을 좀 더 있어 보이게, 멋있게 고쳐지는 게 보여서 그런 부분을 빼느라고 처음에 이야기했던 그대로, 최대한 초고에서 많이 고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놓기 좀 부끄러운 것이 있어요. 더 나은데, 잘 쓸 수 있었는데, 그런 생각도 해요.
책 제목이 「이것이 팩트다」에서 「주기자」로 바뀌었는데 지금 결정된 제목과 표지는 마음에 드시는지요.
얼굴도 좀 나은 걸로, 저 안 닮았어도 잘생긴 걸로 나오고 싶었죠. 근데 출판사에서 전문가들이 이게 좋다고 하니까 그런 건 맡기는 편이에요. 제목은 몇 가지 있었는데 「이것이 팩트다」는 출판사에서 들고 온 거고 저하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다가 고민 없이 「주기자」로 쉽게 결정했었어요. 표지 사진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아요.
저는 중요한 결정도 빨리 하거든요. 그리고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을 믿는 편이어서요. 고치고 얘기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서 그냥 다 맡겼어요. 평소에도 전문가 영역에 대해서는 별로 터치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취재나 다른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책 나올 때 쯤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요. 사실은 검찰에 끌려가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오늘도 돌아가면서 검사들한테 출두 전화를 받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약속이 있었는데 뭐였지? 그러고 여기 온 거예요. (웃음)특히 총선에서 지고 나서 검사들이 너무 괴롭혀요.
표지 사진이 찡그린 얼굴인데,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사진 작가분이랑 스튜디오 촬영을 하루 이틀 정도했는데 컷을 못 건졌을 거예요. 왜냐면 제가 연기가 안되거든요. 그리고 가까이서 보면 못생긴 얼굴이어서 표정이 안 나왔는데, 저희 (시사인) 사진 기자가 다른 사진을 찍다가 몇 컷 찍어 준 것 중에 한 컷이었어요. 그 때도 표정 좀 잘 해봐 그러는데, 아유 싫어~ 그러는 게 찍힌 거지 생각을 하고 찍은 건 아니에요. 연기는 안돼요, 당시 시사인 기자였던 사람이 다른 데 사진 찍다가 잠깐 찍어 준 거였어요.
책이 《나는 꼼수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늦게 출간되었는데요.
《나는 꼼수다》에 대한 관심과 호응, 애정에 대해서 대단히 감사한데 그걸 상업화 하는 부분에 대해서,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인기가 있으니 책으로 돈 벌려고 한다는 말도 있고 이런 저런 생각이 좀 있었어요.
저는 남들한테 부담이 된다든가 그러면 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안하고 안 하다가 올해는 좀 중요해서 사회적으로 이런 생각도 해봤으면 하는 게 조금 있었고요. 그리고 생활고에 너무 시달려서 (웃음) 고소 고발 건이 많아서 군자금을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도피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고요. 전화기가 6대인데, 전화비도 많이 들고. 거처도 계속 옮기는데, 감수하자 생각했었던 거지만 그런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감당이 안 되어서 빚을 좀 탕감할 수 있을까 하고 한 것도 있어요. 작년에 책을 냈으면 콘서트도 했었으니까 거기 온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더 많이 팔 수 있는 기회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사람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두서는 없지만 그런 저런 생각이 좀 있었어요.
책 구성이 기사와 그 이후 뒷 이야기로 되어있는데 구성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구성은 출판사에서 얘길 하다가 나중에 나왔어요. 처음엔 출판사가 조금만 쓰면 된다고 저를 꼬셨죠. 좋은 기사가 많으니 뒤에 평이나 이야기를 조금만 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죠. 제가 당한 거죠, 구성은 출판사 아이디어였고, 내용은 그냥 제 전공분야예요. 잘 아는 부분에 대해서 쭉 쓰고, 뒤에 이야기를 붙이고 그렇게 한 거죠. 원래 내용은 훨씬 더 많죠.
실제로 기사로 인해 문제가 해결된 일이 있을 정도로 기사도 힘이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 뒷이야기의 내용에 감성적으로 더 공감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는 평소 기사와 다른 형태의 글이 또 다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글을 쓰는 걸 더 할 생각은 없는지요?
아직은 없어요. 얘기의 1/10도 풀지 않은 건데 저는 그 뒷정리보다 쫓아 가는 과정을 좋아해서요. 집요하게 취재하는 사람이지 정리는 잘 못해요. 어떤 선배들이 네가 취재 수첩이나 뒷 이야기를 정리해 놓으면 정말 좋은 역사책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몇 번 했었는데 뒷정리가 잘 안되어서 더 쫓아가야 하지 않나.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책을 내는 것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어요. 책을 쓰고 앉아서 물리적으로 뭘 해야 하는 시간인데, 난 그 시간에 누굴 만나고 싶고 뭐가 궁금하고 그래서 좀 미뤄지기도 하고 그랬어요. 전 앉으면 금방 쓰거든요. 앉으면 바로 하는데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첫 책이 좀 잘 되었잖아요. 근데 두 번 째 책 내서 안되면 창피하잖아요. (웃음)
책을 내는 건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는데 아직 두 번째 책이나 다른 걸 정리하는 건 생각 못하겠어요. 저는 정리를 잘 안 해서요. 다 잃어버리고, 잊어먹고 그래가지고 걱정이에요. 그나마 이렇게 한번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 생각하고 마음에 울림을 가졌다면 즐거운 일이죠. 감사한 일이고요.
책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사를 선별하셨을 텐데, 책에 넣지 못해 아쉬운 주제나 기사가 혹시 잇나요? 아니면 원 것 다 넣으셨나요?
아니요. 그렇진 않죠. 사실은 인쇄기 돌아갈 때만 해도 이런 책을 내도 괜찮겠냐고, 일단은 내놓기 부끄러운 것이 있었고요. 저는 모든 기사를 거의 소송을 염두에 두고 쓰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여러 명이 검수를 했는데 걸면 다 걸리는 내용이거든요. 근데 통보만 했어요.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알려주는 거지 내용 자체를 고칠 자격은 없다고.
쓸 내용은 더 많죠. 그리고 날 것들은 더 많죠. 많은데 어디까지 써야 될지, 나중에 기회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번 책은 1/10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아쉽다는 생각 잘 안하고요. 일단 냈으면 잊고 다른 거 생각해요. 그런 스타일입니다.
삼성이요? 검찰이요? 제가 많이 쓰면 다 뒤집어 집니다. (웃음) 저는 도청까진 안 해도 명절에 택배 직원으로 한 2~3일 살아요. 집에도 다 가보고, 카메라도 만들고, 사설 미행조도 있어요. 오토바이 2대 하고, 승합차 1대 하고, 승용차 1대 하고 이렇게. 돈 많이 들어요. (웃음) 창고엔 많지만 말할 수 없는 얘기들이 많아요.
#. 총선, 김용민, 그리고 《나는 꼼수다》
많은 일이 있었던 총선이 끝났습니다. 총선 결과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다면?
제가 평가하거나 할 위치는 아닌 거 같고, 우리 국민은 조금 더 좋은 나라를 좋은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편향적 언론, 영혼 없는 기자들 때문에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다는 생각 때문에 좀 아쉽죠. 아무튼 우리 국민은 조금 더 나은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는데 그러지 못했던 거 같아요.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에 대해서 기자 입장, 동료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본적으로 기자 입장으로 봅니다. 일단 잘못했죠. 방송에 나가서 아무리 인터넷이라도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제가 옆 사람에 옮길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민간인 사찰이나, 성폭행, 논문 표절 같은 이슈들 보다 심하지는 않은 사안이었어요. 물론 매섭게 기사를 쓸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아니지 않나. 이건 다분히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의도로 말이 안되게 너무 많이 와 졌죠. 벌금형이면 될 사안을 사형시킨 거랄까.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기자 입장으로도 비슷해요. 대선 이슈에서 몇 가지 사안으로 거론 될 수는 있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저희 매체의 성격상 저는 다른 기사를 썼을 것 같아요. 이렇게 처참하게 광장에 끌고 다닐 사안은 아닌 거죠. 신문 1면씩이나.
그리고 제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제 이야기를 그렇게 크게 다룰 필요가 있나 싶어요. 지난 번에 정봉주 전 의원이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서 그걸 편지로 대신 했고 그걸 받았다. 그래서 나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칼럼을 거짓말이라고 썼어요. 아니, 내가 사랑한다는데 거짓말이라니! 물론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는 않지만. (웃음)
하여튼 뉴스 가치로 따져보면 그렇게 큰 사안은 아니었다는 거죠. 그리고 앞뒤 잘라 먹고 이야기 하는 것도 있고. 교회에 대해 막말을 했다는데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게 아니에요. 문제 있는 교회에 대해서 이야기 한 거였지. 일부 교회, 일부 목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제일 많이 한 사람이 저잖아요. 사탄 기자라고 하잖아요. 전 실명을 거론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요. 만만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런 것도 있어요. 《나는 꼼수다》가 만만하죠. 다 싫고.
김용민 후보의 사건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 알리고 이야기할 때 그 사안을 사안 자체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교급으로 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면 객관적일 수가 없죠. 이 사안들은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이 판단할 거예요.
듣는 입장에서는 ‘우리가 잘못하긴 했어, 그런데…’ 하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화법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이 부분에 대해서 반성이나, 그런 것들을 공개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김용민 문제에 대해서 꼭 어떻게 이야기 하는 게 필요한가도 잘 모르겠어요. 차라리 용민이를 제가 개인적으로 몇 대 때리고 하면 되지 않을까? (웃음)
총선 이후 《나는 꼼수다》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4월 19일 인터뷰 당시) 곧 《나는 꼼수다》 1주년이기도 한데요. 다음 회가 언제 업데이트 될 지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데요.
저는 가능한 한 많이 안 나왔으면 좋겠고, 자숙했으면 하는데 김총수는 가능하면 빨리 나왔으면 하는 거 같아요. 1주년쯤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저는 가능하면 우리가 잘못한 건 자숙하고 반성하자는 입장이에요.
저는 어쨌거나 우리끼리만 한 이야기라도 멀리서 들은 사람이 기분 나쁘면 미안하다고 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래서 그 동안 잘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사과를 해왔어요. 비키니 파동도 그렇고 몇 가지 부분에서 꼼수가 잘못한 부분도 있고, 불완전한 것도 분명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성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 제 생각인데 그래서 지금은 (자성의) 그 시간입니다.
《나는 꼼수다》를 녹음하실 때 대본이 없다고 하셨는데,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조율이나 합의점을 도출을 어떻게 하시는지요.
잘 도출은 안하고요. 그냥 얘기해요. 일단 용민이는 PD 역할이 강하고, 정봉주 전 의원은 자기 혼자 아무렇게나 떠드는 사람이니까 신경 안 쓰고, (웃음) 김어준 총수랑 제가 있죠. 제가 주로 팩트 취재를 하면 앞뒤 정리를 하는데 오랫동안 맞추다 보니 시선이 비슷해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별로 크게 차이가 없어서 가끔 놀라요. 어떨 땐 아이템이 아니었는데 둘이 얘기하다가 아이템이 하나 묶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부분은 잘 맞는 거 같아요.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의견이 다르기도 하죠. 김용민 출마라든지, 사퇴 관련 문제라든지. 저는 출마는 반대, 사퇴는 해야 한다고 초창기엔 그렇게 생각해서 좀 달랐는데 둘이서 얘기하면 30초만에 결정을 내려요. 그리고 결정을 하면 그냥 가요. 그걸 얼마나 잘 끌고 가나를 생각해요. 고민할 때까지는 고민하지만 가고 나면 그 이후는 고민 별로 안 해요. 워낙 많은 일이 있기 때문에 일단 결정하면 갑니다. 그래서 결정도 금방 하는 편입니다.
언론을 접하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 절망적인 사회를 보면 비관에 빠질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분노를 힘으로 삼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낙담하고 있는 분들에게 낙담하지 말자는 의미로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저는 거의 매번 지는 편에 서기 때문에 맨날 져요. 약자는 곧 지는 사람들이에요. 뺏기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선배한테, 문정현 신부님한테 맨날 지는 싸움만 하나, 매번 지는 데만 와 있냐고 그러기도 해요. 저는 축구도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팀이나 응원하는 팀은 꼭 져요. 항상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강정에서 문정현 신부님을 뵈었는데 “그래도 이게 바른 길인데 저쪽으로 가면 안되잖아요.” 그러시더라고요.
SBS 사장을 고발했었는데, 그때 그 사장 편을 들면 편했겠죠. 해외 취재도 가고, 돈도 받고. 잘린 직원 편을 들면 고소 고발만 당하고 끌려 다니고. 근데 늘 지는 편을 들게 돼요. 그냥 잊어먹어요. 혼자 걷다가 잊어 먹고, 저녁에 그 일을 빨리 잊고 목욕하고 연애 소설을 열심히 보고 그래요. 아예 다른 것,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잊는 거죠. 또 다른 싸움에서 지면 또 다른 소설을 보고 잊고.
다른 건 몰라도 지금 관심을 갖고 분노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이 불행해져요. 가진 사람들이 다 뺏어 가는 시기에요. 다들 자본주의가 그렇지, 세상이 그렇지, 그러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아요.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돼요. 비겁하지 않아도 돼요. 근데 이번 총선처럼 다 그렇지, 세상이 그렇지 그러면 다 뺏기게 되어있어요. 정말 가진 자 몇에게 뺏기고 살게 되는 거에요.
자기 현상, 자기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사랑 받고, 더 나은 대접 받고, 더나은 사회를 가질 자격이 있어요. 존경할만한 지도자를 가질 자격도 있고요. 근데 사는 게 그런 거지 하고 외면 회피 하고 그러면 자기한테 주어진 걸 찾아먹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정치인, 언론인들이 그렇게 만드는데 그 부분에 대해 좀 자각하고 깨어있으면 좋겠어요. 분노하고 행동하면 더할 나위 없고요. 자기 밥그릇이라도 챙긴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왜 길가다 오백 원 뺏기는 건 흥분하면서 세금으로 몇 백 몇 천씩 뺏기는 건 왜 그냥 방치하고 있어요. 내 호주머니에서 당장 없어지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거에요.
#. 기자 주진우
기자 이전에 한 사람으로 약자가 당하고 있는 걸 그냥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으신 거 같은데 그 동기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어렸을 때 다들 그런 생각하잖아요. 나이 먹어도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저는 계속, 많이 하는 거죠. 제가 잘 하는 게 별로 없어요. 어렸을 때 예술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많이 했는데 재능이 없더라고요. 학원 다녀봐도 내 옆에 애가 나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는데 피아노를 더 잘 치고, 그림도 그렇고요. 재능이 없는데 뭘 할까 하다가 돈 벌어서 잘 살아야지 그런 거 보다는 조금 더 가치 있게 살아야지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좀 약자 편에 서야지 그랬던 거 같아요. 그 때의 마음이 그대로 가서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지 제가 뭘 잘하고 있다, 아니면 어떻게 한다 그런 생각 안 해요. 철이 안 들어서. 17살 때 여자 뒤꽁무니 쫓아다니고 할 때 생각하고 똑같아요. 제가 잘 하는 건 없는데 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죠.
책 내용도 그렇고, 그냥 그게 제 태도예요. 꼼수에서도 얘길 하는데 꼼수는 대본이 없어요. 심지어는 무슨 이야기 할 지도 모르고 가서 얘길 하는데 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잘 짜여진 각본처럼 할 수 없어요. 팩트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캐릭터나 내용이 들어가는데 그 내용을 수십 시간, 수백 시간을 여러분에게 내 놓으면서 뭘 꾸미고 내놓을 수 있는 연기가 안 돼요.
기사를 편파적으로 쓴다고 말하시는데 대중이 언론을 통해 보는 팩트가 있고, 기자님이 발로 뛰어서 알게 된 대중이 모르는 팩트도 있을텐데요. 주기자님께 팩트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어유, 저한테 정의 같은 그렇게 어려운 질문 하지 마세요. (웃음) 근데 그 생각 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쓰면서도 얘기했는데, 우리가 보는 세상은 언론을 통해 보는 게 많지 않습니까. 왜곡되고 굴곡된 한 면만 보거나 어떤 의도된 시선에서 보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자각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 언론 지형이 너무 편향되어 있습니다. 한쪽 시선으로 보는데, 그 시선도 정파적 이해에 따라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보고 있는 팩트가 팩트가 아닐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인이면. 고뇌하는 지식인들은 특히 그렇고요. 사실을 말해도 소송 당하고, 거짓말쟁이가 되어있는 현상을 보듯 우리가 보는 팩트가 누구의 의도를 통해 왜곡되지 않았나 생각 봐야 하는 슬픈 현실이죠.
아까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으셨는데 저는 항상 그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1등 국민으로 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3류로 사는 건 지도자를 갖지 못했던 것과, 세상을 의도대로 조작하려는 세력들에 지배당하는 측면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보고 있는 사실이 사실이 아니에요. 맨 얼굴이 맨 얼굴이 아니고요.. 그것이 팩트인 것 같아요.
사회가 나아지는데 벽돌 2장 놓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정말로 벽돌 2장을 보냈어요. 그걸 어디다 쓰라고. (웃음) 그 말은 제가 시사저널 파업 때 PD수첩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에요. 20년 전에 제가 학교 다닐 때 아버지한테 “제가 뭐하면 좋겠어요?” 물어봤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네가 사회 나간다고 똑바로 살 것 같지도 않고, 제대로 될 것 같지도 않고, 나는 네가 그냥 학교 선생님 했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이 좋은 직업이고 가치도 있고“ 그렇게 얘길 하셨어요. 근데 선생님은 나랑 별로 안 맞는데 하면서 그때 생각했던 거예요. 내가 세상에 나가서 큰 인물이 되진 못하더라도 벽돌 2장 좋은데다가 놓고 살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었고, 그걸 시사저널 파업 인터뷰 때도 얘기했던 거고요.
지금 생각한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한 생각이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사기 치지 말고 옆 사람들에게 저 놈 괜찮은 놈이야 인정받고 살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이발사가 머리를 잘라주면 그 순간 산뜻하고 기분이 좋잖아요. 그럼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준거니까 그런 것처럼 제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서 보람 있는 일을 해야지 하는 마음에 그 때 벽돌 2장 생각을 한 거예요.
딱 2장인 것에 의미가 있나요?
아니요. 2장의 의미는 별거 없어요. 한 장은 그냥 좀 그렇고. (웃음) 제가 기자들 중에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데 아침에 회사 가면 책상에 팬레터가 20통 정도 와 있어요. 선물도 와 있고요. 다 못 읽으니까 아침에 한 10통 읽고, 이메일이나 트위터 한 4~50통 읽고, 그 다음에 선물로 들어 온 먹을 거 나눠주고 시작해요. 저녁에 잘 때는 연애 소설이나 시집 좀 읽다가 팬레터 10통 읽고 자거든요. 근데 왜 내가 깔때기를 들이대고 있지? (웃음) 벽돌 2장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태도인 거 같아요.
사실 언론계에선 제가 나름대로 운이 좋게 큰 기사를 많이 썼어요. 그 때도 사람들이 많이 싫어했어요. 시기 질투도 있었고, 깡패란 소리도 있었고 심지어 나랑 에리카 누나랑 사귀었다고. (웃음) 왜냐면 그 때 특파원들, 기자들 다들 몰려가 있었는데 저만 만나주니까. 좋은 기사 보다는 결국 태도가 중요한 거죠. 여튼 전에 없는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 건 맞아요. 기자가 이런 자리를. 이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방금 말씀하셨지만, 상황이 많이 변했잖아요. 취재하시는데 변화된 상황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나요?
네, 그렇죠. 제가 꼼수에서도 얘기한 적 있는데 식당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지나가면 사인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근데 저는 잠복, 미행 좋아하잖아요. 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닌 사람을 미행하는데 2시간 하다가 놓쳤다가 점심시간 지나 다시 미행하고 있는데 건물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건물로 따라 들어가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사인해달라 그래가지고 걸렸어요. (웃음) 대신, 제보해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오죠. 근데 제보는 거의 대부분 취재에 직접적인 도움은 안돼요. 하지만 그런 사람도 있고, 저를 만나서 얘기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잃어버리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있어요.
저는 뒤에, 저기 구석에 있는 게 좋아요. 학창 시절에도 뒷자리였고요. 아웃사이더라면 아웃사이던데 이렇게 유명세를 타는 거에 대해서 대단히 고통스러워요. 그런데 측면에는 다른 것도 있죠. 누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있고, 작지만 의미 있는 기사를 썼을 때 사람들이 많이 봐주면 좋겠다 싶은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점 같은 게 있어요.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보다는 지금 상태가 이러니 여기서 좋은 것만 생각하고, 나쁜 건 또 금방 잊어먹어요. 누군가를 또 쫓아가야 하거든요. 이런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이런 상황은 당황스러워요. 빨리 좀 사라졌으면 하는 그런 생각도 해요.
책을 읽으면서 아, 그 때 이런 사건이 있었지 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기사는 터진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만 금방 잊혀지는데요.
그 생각 때문에 이 사회를 크게 바꿀 수 있다든가 아주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마음보다는 생각하게 하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기사를 써야 하는데, 그런 마음 때문에 책이 나온 거예요. 올해는 정말 중요한 해니까, 삶의 태도나 정치, 사회를 바라보는 눈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거죠. 꼭 해야 하는 건데 잊어먹고, 잊어 먹게 하고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좀 안타깝죠.
가카는 꼼꼼하고 집요해서 꼭 되풀이하는데, 절대 포기하지 않고 KTX 민영화도 들고 나오는데, 뻔히 알면서 잊고 있다가 다시 이야기가 되면 아 맞다. 그러죠. 좀 있으면 또 잊어 먹어요. 근데 그게 대중이 우매해서 라기보다는 그렇게 만들려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요. 제가 기자이기 때문에 언론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거지만 언론이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들이 세상일을 직접 다 찾아가서 볼 수 없잖아요. 저처럼 가서 물어보고 그럴 수 없으니 기자들이 잘 해야 해요. 그래서 안타까워요. 그걸 망각하게 하는 세력, 언론 때문에. 우리는 우리 사회에 걸맞지 않는, 참 말도 안 되는 언론사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핸드폰을 6개 가지고 있습니다. 알려드린 번호는 공개된 번호이기 때문에 전화하셔도 됩니다. 거기다가는 사랑 고백 하셔도 됩니다. 팬들이 4~50명이 항상 사랑한다고 전화를 하기 때문에 국정원도 난감할 거예요. (웃음) 장난 같지만 저는 운전할 때 유턴을 한 두 번 이상 합니다. 신호가 떨어질 때 가고요, 걸어 다닐 때는 3초 남으면 달려갑니다. 옆 건물 들어갈 때 앞 건물 들어 갔다가 들어가고, 특별한 사람들 만날 때는 돌아갑니다. 지하철은 옆 칸으로 가서 내리고 코너를 돌거나 계단을 올라갈 때도 전력질주 합니다. 그래도 항상 찾아집니다. 전화기도 보고되고. 짧게 짧게 통화합니다. 저에 대해 정보 보고 하는 걸 제가 또 빼서 보거든요. 집요합니다. 얼마 전까지 그 얘기 했어요. 제가 아내랑 별거하고 나와서 마포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뚱뚱한 여자랑 동거하고 있다는데 뚱뚱한 여자는 돼지 김용민이에요. 파마머리는 김총수고요. 에잇. (웃음) 언론사 정보부에도 그렇게 떠요. 뻔히 아는 사람들이. 근데 저는 누가 올렸는지 다 알고 있거든요. 나중에 혼내줄 거야. (웃음)
압박이 간단치 않아요. 총선 이후에 걸려오는 검사들 전화, 제가 만성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통스럽거든요. 근데 어떻게 잊냐 하면 다른 소송이 금방 들어와서 잊어요. (웃음) 한 사건으로 전화가 와서 열 받고 있으면, 다음날 다른 사건 소송 검사한테 연락이 와요. 얘를 욕하다 얘를 잊고, 이 검사를 욕하려고 그랬더니 또 다른 곳에서 고발을 당해서 그쪽 검사한테 연락이 오고. 그래서 금방 잊어 먹습니다. 고발이 고발을 잊게 해요.
압박이 심하시다고 하셨고, 집에서도 나와 지내신다고 하는데 가족들에게 피해는 없나요?
책에도 살짝 써 놓긴 했는데, 이해가 안되죠. 독립운동 한다고 생각해라 그러는데, 만주 가서 못 오는 것도 아니고. 그날 바로 집에서 쫓겨났어요. (웃음) 쫓겨나죠. 꼼수 한다고 하고, 어디 콘서트 한다고 그러니까 네가 뭐라도 되냐, 그러죠. 쉽지 않아요. 가족들은 희생이 많죠. 바깥에서 미친놈처럼 다니는데, 가정생활이 정상적이면 그게 비정상이죠. 우리 집 애는 아빠의 정의를 먼 데서 온 친척 형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지금도 전화를 한 통화 안 해요. 토요일 저녁에 집에서 나가도 당연히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내일은 오려나, 모레는 오려나 그렇게 생각하죠. 집 앞에 누가 서성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온 것도 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이 제일 크죠. 일단 기본적으로 월급은 없었으니까. 항상 안 주니까. 그러면 월급날 싸우죠. 월급날 0원이면 은행 갔다가 기분 나빠서 전화하잖아요. 그러면 미안하다고 두 번 하다가 조금 있다가는 내가 언제는 줬냐. 왜 갑자기 오늘 달라고 하냐. 저도 화 나잖아요. (웃음) 그래서 싸우기도 하고. 기자 생활 하는 동안은 좀 포기했다 하고 감수하는데, 감수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죠. 요새는 감수를 할 수 밖에 없어요. 잘 안보이니까요. 몇 주 만에 만나니까. 잘못됐죠. 가정 생활은.
책에서도 얘기했지만, 취재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계신데 그럴 수 있는 기자님의 매력은 뭘까요?
어유, 그런 건 없고요. 재수가 좋아서예요. 기존 언론에선 서평을 하나도 안 써줬는데 『씨네21』에서만 기사를 써줬어요. 취재원이 나한테만 얘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뭐라고 해야 하나… 저는 제 입장이나 회사의 입장, 누군가의 정파적 입장 때문에 그 사람의 입장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저하고 만난 사람, 인터뷰를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이에요. 기자라는 건 듣는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에요. 그 진심을 전하는 게 저의 역할이고요. 최진실, 정선희씨도 다들 제일 어려웠을 때였고, 서세원씨도 연예인 비리 때 제일 어려웠을 때, 에리카씨도 가장 결정적인 때 저에게 이야기를 한 건 그래서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뒤에서 거짓말 하지 않아요. 다른 건 몰라도 제 주변 사람들이 쟤는 그래도 거짓말 하지 않고 기자 같다고 생각해줘요. 주변사람들에게 그런 작은 신뢰를 쌓은 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한테 오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어려울 때 자기 얘기를 좀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다른 데 가면 그들의 이익에 따라 다르게 써지지만 저한테선 그렇게는 안 써진다는 걸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곽노현 교육감도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되고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바로 어제 만나서 인터뷰했어요. 잘 써서가 아니라 그 사람 이야기를 그대로 잘 듣는 사람이라는 거, 그걸 주변에서 인정해 준 게 아닐까 해요. 매력은 무슨 매력이 있어요.
그 다음엔 제 주변 사람들이 절 좋아해요. 물론 다들 그렇겠지만 그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원수가 되고 그러지 않아요. 그래서 기사를 안 쓰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습니다.
취재원의 진심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는데 취재 다니시는 대상이 거짓말 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거짓말을 밝혀야 하는 것이 기자님이 하시는 일인데 거짓말 하는 사람들을 계속 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들어줘야 하는데 다 들어주면 거짓말도 들어줘야 하잖아요. 제가 만나는 건 범죄자, 사기꾼, 정치가, 다들 거짓말쟁이죠. 특히 그들이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때 제가 만나러 가잖아요. 그때부터 고민은 시작됩니다. 제가 보는 창이 있어요. 거짓말인데도 그걸 들어서 써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거짓말인데 뻔히 드러날 거짓말, 금방 눈에 보이거나 아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때는 욕해요.
한나라당에 김용균이라는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박철언의 오른팔이었어요. 그러니까 노태우 대통령의 아주 핵심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죠. 그 사람이 구권화폐 사기 사건을 자꾸 정치자금 받은 거라고 해요. 근데 정치 자금이 아니야. 사기를 친 거예요. 그래서 취재를 하려고 그 사람한테 갔어요.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짧아요. 그래서 그걸로 하면 무죄가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사기로 하면 걸려요. 그러니까 자꾸 정치자금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건 사긴데 왜 그러냐, 변호사라 잘 알아서 그런 거냐 물으니 거짓말을 계속해요. 결국 얘기하다가 국회의원한테 아저씨, 그랬어요. 자꾸 사기 치지 말라고 그러면서 욕했어요. 그랬더니 당황하더라고요. 그렇게 얘기 듣다가 싸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보는 창, 그어 놓은 금을 넘는다. 물론 제 창이 틀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편파적이더라도 저는 제 기준이 중요해요. 그걸 넘는다 하면 욕해요.
주진우라는 기자는 독보적인 위치, 혹은 그런 활동을 하는 기자입니다. 잘못된 언론 상황에서 기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자에게 주진우처럼 하라고 할 수는 없는데요.
누가 저한테 기자 지망생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책인데, 기자에게는 창피와 모멸감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기자라는 직업이 출세하려고, 돈 벌려고 하는 직업이 아닌데 우리 사회에선 그러고 있어요. 대접받으니까. 기업 출입하는 기자들은 자기가 임원인줄 알아요. 임원들이 맨날 밥 사주고 그러니까. 검찰 출입하는 기자들은 자기가 부장검사는 된다고 생각해요. 높은 사람들이 대접해주니까.
오세훈 시장이 퇴직 관련해서 뉘앙스만 뿌리고 정확히 말을 안 하고 있었어요. 근데 정작 그 이야기는 아무도 질문을 안 하더라고. 시청 출입 기자들은 이미 반 공무원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오세훈 시장한테 언제 퇴직하냐고 질문을 했었죠.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던 거죠.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리로 가서 물어보고 그 자리에 있는 거기 때문에, 국민입장에서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부족하죠.
기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본 팩트와 다른 기사가 뻔히 나오는데, 잘 알면서도 사주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그렇게 쓰고 있으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죠. 그게 어떻게 기자예요. 그냥 월급쟁이, 그것도 영혼을 판 나쁜 월급쟁이죠. 적어도 기자들은, 알고 있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부끄러워하고 얘기를 먼저 해야죠. 그게 지식인이고 기자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하는 거죠.
다 그렇게 살순 없어요. 나처럼 뛰어나와서 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좀 하고 그래야죠. 왜 조중동에서는 내부에서 자성이 없어요. 신정아 사건 때 문화일보에선 누드를 돌렸어요. 근데 왜 내부에서 자성이 없어. 월급을 위해서, 돈을 얼마나 번다고. 좀 쪽 팔리게 살지 말자 그 이야기예요.
책에 중간 중간 언론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게 제가 기자니까 기자들한테 그렇게 살지 말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다 나처럼 하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알잖아요.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 창피함을 느껴야죠.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느껴야죠. 느끼겠죠. 사람이면.
꼭 그렇게 비굴하게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 책 썼잖아요. 책 써서 빚도 갚고, 사람답게 고기도 살 수 있어요. 거기서 영혼을 팔고, 양심을 판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고 떼돈을 버는 건 아닌데 과연 영혼, 양심과 바꿀 그럴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 봐야죠. 친일파를 생각해보면 일제 시대 때 어쩔 수 없이 창씨 개명한 사람, 정신대에 끌려간 사람하고 일본 군인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려고 앞에 서서 선동한 사람을 사는 건 다 그런 거지, 그땐 다 그렇게 친일 했지 하고 똑같이 볼 수 있나요. 그럼 독립운동 한 사람은 어떻게 하고요. 이게 지금 현실에도 그대로 통용되는 거 아닙니까. 그 때 제일 잘 나가던 친일파들이 지금 우리나라 메인 스트림이고 정권을 잡고 있어요. 신문사들 다 그 때 신문사들 아닙니까. 민족지라고 하면 안 돼요. 창피한 줄 알아야지.
저는 원래 은퇴하고, 순복음 교회, 삼성, 통일교 같은 이렇게 한 주제에 천착해서 책을 쓸 줄 알았어요. 그러면 퇴직금 정도는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얘기했었어요. 지금은 없지만 퇴직금은 있을 거다. 뭐가 있어서 그러냐 길래 서류 박스 2개 있다. 그랬었죠. 근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근데 올해가 너무 중요하고 군자금이 필요한 관계로. (웃음)
기자들은 돈이나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보다 신념, 양심, 가치, 그런 걸 더 중요히 해야죠. 검사, 경찰도 그래야죠. 그런데 다들 출세하려고 난리예요. 창피해죽겠어요.
#. 언제나 부끄러운, 사람 주진우
어렸을 때부터 부끄러움이 많으셨어요?
네! 저는 누구한테 좋다고 말 못합니다. 끙끙 앓고.
그런데 결혼은 빨리 하셨잖아요.
철이 없어 가지고 그렇죠. (웃음) 내가 그것 때문에 우리 아버지랑 형한테 많이 따졌어요. 말렸어야지. 뭐 했냐고. 지금도 따져요.
주기자님에게 부끄러움이란?
다 부끄러워요. 지금 이 자리도 부끄러워 죽겠어. 앞에 나서는 거, 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거, 칭찬이라도 누가 제 이야기 하는 거 다 싫어해요. 근데 요즘 마이크 잡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깜짝 깜짝 놀라요. 말도 못하잖아요. 오래 알고 지낸 성악가 한 분이 전화해서 제가 방송하는 걸 보고 언어 장애 있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말을 않고 가만이 앉아있고 그러니까. 술자리도 안 가고, 회식도 안가요. 시끄러운 자리 모임도 안 좋아해요. 그런 자리에서는 얘기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고요. 혼자 뒤에 가만히 있는 듯 없는 듯 있고 그래요. 근데 지금 제가 원치 않는 삶을 살고 있어요.
요즘은 사람들 앞에 많이 서시는데 마음가짐이 인기 영향으로 변하신 건가요?
마음가짐이요? 부끄럽죠. (웃음) 나올 때 옷을 그냥 입고 나가야 하는데 요즘은 어디 가면 사진 찍혀 올라오니까 남의 눈이 의식 됩니다. (웃음) 지금 얘기 잘못하면 고발 당하지 않습니까.
좀 유명해져서 말이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무거워지고 자숙하면서 한 걸음 천천히 침착하고 침묵해야 한다고 항상 주문을 외우는데 잘 안돼요. 너무 관심이 많고 좋아해주셔서 부끄러워요. 아우, 지금 이 자리도 부끄러워 죽겠어요. 기자가 사인에 간담회에 이게 뭐예요. 너무 창피해. (웃음) 그래도 참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부끄럽고요. 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는데요.
그러니까요. 어떤 만두 가게에 간판도 생겼어요.
자제해주세요. 도 유행어예요. 사인에도 그렇게 하시던데요.
사인할 때 써달라고 그러면 부끄러워서 안 써줬어요. 근데 출판사에서 한번 써달라 그래서 해줬더니 그걸 이렇게 책에 박아서 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어제 앱북이 나왔거든요. 거기다가도 표지 사진 찍으려고 찍었던 사진들이 있었는데 못 쓰고 있던 사진들을 거기다 넣었더라고요. 출판사의 농간이에요. 이건. (웃음) 저는 외국 취재 가거나 여행을 가도 거기서 사진 한 장 안 찍어요. 한 장 찍거나 안 찍거나 인데. 요샌 사진도 많이 찍히고 전혀 원치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독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독은 아니고 하루에 1권 읽기, 그런 거 해요. 빨리 읽기도 하는데 얇은 책, 그림 책, 시집 같은 거 많이 읽어요. 서점 자주 가면 책 사고 싶어지니까 얇은 책, 그림 책, 시집 많이 사놔요. 읽고 싶은 책, 두꺼운 책도 읽는데, 그런 책들은 일주일씩도 읽으니까 그 사이 사이에 얇은 책 한 권씩 읽고 아, 나 책 많이 읽었어 그래요. (웃음)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아닌 책도 있는데 그런 건 빨리 버리죠.
두서 없이 아무렇게나 읽는 거죠. 권역을 두고 이번엔 정치 관련 책, 이번엔 시민운동관련, 환경 관련, 그 다음엔 일본 소설, 남미소설 이런 식으로 모아서 읽는 건 있지만 누구한테 책 읽었다고 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이 따뜻했다, 좋았다. 그런 생각만 나지 문구는 못 외워요. 그래서 여자한테 써먹지도 못해요. (웃음) 사실 이번에도, 책 쓸 때 좀 자랑하고 싶잖아요. 근데 그런 거 안 하느라 좀 그랬어요. (웃음)
책 많이 읽는다 할 정도는 아니고 서점에 많이 가고, 그리고 주변에 문인들이나 책 많이 읽는 사람한테 물어봐서 추천 받아서 읽고. 그리고 주변인에게 책 선물하고, 책 얘기 하는 정도예요.
연애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제일 재미있었던 건 무엇인가요.
찌질 하면서 재미있고, 연애는 다 그렇잖아요. 마음대로 안 되고. 혼자만 살다가 연애를 하면 세계관이 바뀌잖아요. 그 사람 위주로 생각하고, 인생이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래서 연애 소설은 오묘한 거 같아요. 그 중에서도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제일 좋아해요.
김어준 총수는 공포가 없어서 그래서 쫄지 않는다고 하던데, 주진우 기자님이 쫄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철이 없어서예요. 잘 되고, 성공하고 그런 건 모르겠고 어떤 게 멋있나 그건 진짜 중요해요. 고등학교 때 짝이 옆 학교 짱을 때렸어요. 그래서 걔네 학교에 짝이 끌려 가는 거예요. 가면 걔가 맞는 건 뻔한데 그래서 혼자 못 보내고 따라갔어요. 근데 제가 좀 건방지잖아요. 제가 대들고, 키가 크다는 이유로 그 친구보다 제가 더 많이 맞았어요. 그래도 그날 오늘 나 좀 멋있었다. 생각했죠.
그 태도 그대로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꼼수도 조금만 나가고 그러면 더 좋다는 거 잘 알아요. 너무 많이 나가면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물러서거나 거기서 멈추면 나한테 쪽 팔린다 그런 생각이에요. 내 태도, 내 관점에서 뭐가 멋있는가가 중요한 거죠. 뭐가 나한테 도움이 되는지 잘 알죠. 누구한테 잘 보이고, 어떻게 가고, 그 때 손을 잡았으면, 이런 거 알죠. 기득권에 있는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왜 그런 제안이 없었겠어요. 그래도 멋지지 않으니까요.
기자 생활은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신가요?
오래 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좀 놀아야죠. 저도 좀 살아야죠. 너무 늙었어요. 특히 요새 얼마나 늙었는지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게 보여요. 하루에 두 시간씩 자거든요.
그럼 기자 일을 하시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일단 놀아야죠. 모르겠어요. 전 내일 일도 모르겠는걸요. 법과 교도소를 넘나들며 살지도 모르는데, 이제 좀 유명해져서 나중에 ‘한 때 스타로 각광받던 기자 누구, 어디서 기소.’ 이러면 안 되잖아요. 걱정이에요. (웃음) 조용히 사라지는 게 목표예요.
책을 쓰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하버드에서 특강을 하는데, 지금까지 강의하러 온 사람들은 자기가 어떻게 공부해서 어떻게 성공했고 어떤 자리에 올랐다. 또 어떻게 돈 벌었다. 그러니 너희들도 어떻게 해야 성공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얘기 안하고 이렇게 사는 게 정답이 아니라고 다른 얘기를 해서 놀랐대요. 한번도 삶의 가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대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랐어요. 공부 열심히 하면 어느 대학가서 편하게 산다. 맨날 그런 이야기만 하고 살았잖아요. 아예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죠. 그런 생각을 청춘이 한번 해 볼 수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주 타겟은 청춘인가요?
청춘이요? 그런 건 아니고, 음…일단 누나들은 아니에요. (웃음) 저 누나 전문 아니에요. 전화도 다 형들 전화고.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했는데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정리해주신다면.
정리는 안 된다니까요. (웃음) 삶의 태도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자기의 신념, 가치를 꺾지 않고 살아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좀 잘되고 성공하면 그것도 한 예가 될 수도 있겠죠. 근데 그 예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돈도 좀 벌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기자들도 있는데 저처럼 사는 것도 좀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죠. 후배들이 저를 닮아서 더 많이 사주, 데스크에 대들고 반발하고 그러면 행복하고 좋은 일이죠. 그렇다고 그 뒤를 내가 책임져 주는 건 아닙니다. (웃음)
#.이제, 마지막...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라고 해야 하나? 많이 읽어라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어렵진 않죠? 잘난 척 안 하려고 많이 노력 했어요. 기자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아는척하고 싶어하거든요. 근데 그건 안 하려고 생각했어요. 딱 물어보니까 모법답안이 나갈 거 같은데 알아서 정리해주세요. (웃음) 1등이잖아. 근데 보도가 안 나와서 사람들이 몰라요. 저주받은 1등 인가. 모든 언론이 싫어하는 1등인가봐요. (웃음)
‘자제해주세요.’ 라고 자주 말씀 하시는데, 요즘 제일 자제시키고 싶은 건?
(웃음) 가카를 자제하게 하고 싶죠. 가카는 가만히 놀고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건희 회장도, 검찰 총수들도 그렇고요. 그들이 바쁘게 움직이면 불안합니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 주는 건데 그 사람들 자제시키고 싶어요. 부끄러워요. 어디 내놓기도 그렇고.
원래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긴 하지만,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은 ‘창피해죽겠어.’와 ‘부끄럽습니다.’ 였다. 이렇게 책을 내게 된 것도,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다니는 것도, 기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전부 다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하지만 그는 그 창피함을 무릅쓰고 언제나 자신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베스트 셀러 1위인데도 주요 언론에서는 그의 책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는 사인회를 진행 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는다. 오늘도 그의 트위터에는 게릴라로 사인회를 진행하겠다는 글이 떴다. 막는다고 막아지지도, 못하게 한다고 못하지도 않는다.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직한 세상,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 그런 이들을 위해 그가 그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꼿꼿이 할 말을 하는 것일 테다. 다른 건 몰라도 좋은 세상을 꿈꾸는 것, 그거 하나 만은 창피하지도 부끄럽지도, 또 자제하지도 않아도 되는 것 아니던가.
첫댓글 아..주기자.. 넘 멋있네요..
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