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승률 G20 중 최고… “과열 경계” 목소리도
셀바스 411%, 에코프로 384%↑
2차전지-로봇-AI가 상승세 주도
서학개미까지 “코스닥으로 컴백”
“특정 종목 독주 따른 착시” 우려
코스닥지수가 올해 1분기(1∼3월) 약 25% 오르며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2차전지 관련주 등 특정 종목의 독주로 인한 ‘착시 현상’이란 지적 속에 단기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88% 오른 887.78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말 679.29였던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31일 847.52로 마감하며 올해 1분기 동안 무려 24.77%나 올랐다. 이는 G20 국가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0.75%)의 2배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애플, 테슬라가 속한 미국 나스닥종합지수(16.77%), 일본 닛케이평균주가(7.4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5.94%) 등 해외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100%를 넘어선 아르헨티나의 메르발지수(21.59%)보다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2차전지,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테마주다. ‘챗GPT’ 열풍을 타고 AI 관련주인 셀바스헬스케어 주가는 1분기 411.48% 오르며 코스닥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에코프로(383.98%), 자이글(342.10%), 엠로(320.53%)가 뒤를 이었다.
특히 2차전지주인 ‘에코 3형제’(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가 코스닥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마감 기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9만2500원으로, 지난해 말(9만2100원) 대비 217.5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에이치엔 역시 77.95%의 상승률을 보였다.
‘에코 3형제’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며 2차전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기업들이 생산하는 양극재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이온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시장 규모는 549억 달러(약 72조 원)로 추정된다. SNE리서치는 4대 소재 시장이 2025년 934억 달러(약 123조 원), 2030년 1476억 달러(약 19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투자했던 ‘서학개미’들도 코스닥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8억990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1억554만 달러)의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코스닥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약 596조 원으로 전년 동기(약 511조 원) 대비 16.67%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질주를 두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의 상승이 ‘에코 3형제’ 같은 일부 종목과 산업에 집중되며 단기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산업의 성장세와 수급 쏠림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과열됐다”며 “1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며 최근 같은 급등세는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4일 에코프로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공매도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 코스닥 종목 중 공매도 잔액 비율이 4%가 넘는 종목은 총 18곳으로, 코스피(8곳)의 2.25배로 나타났다.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