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유실물 보관소~
연하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그녀의 방문에 기대어 앉은 우석은 우석의 귓가에 들려오는
연하의 흐느낌 소리에 자신이 느끼는 아픔과 맞닿아 그녀의 울음에 대한 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 같이 흐느껴 울었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던 연하의 귓가에 들려오는 우석의 흐느낌 소리에 눈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동안 그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깊은 상처와 아픔....
고이 묻어 놓았던 슬픔이 퇴색되어 사라져 버리는 듯 했으나 잠식되어 늘 내 주변을 맴돈다
서로에게 전해지고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아픔들의 파편들이 다가와 마음이 아파왔다
너무 많이 울어 잠긴 목소리로 연하가 조용히 우석을 불렀다
“오빠..”
그제야 우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 문을 바라보았고 연하가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왔다
초췌해진 표정으로 눈물이 가득한 얼굴의 우석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하야”
“오빤 왜 울어?”
연하의 물음에 우석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몰라.. 그냥...”
“흐흐흑”
연하가 울음을 터트리자 우석이 연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오빠가 미안해... “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가슴을 치며 우는 연하를 보며 우석이 가만히 그녀를 안아 주었고 우석의 품에서
그렇게 울었다
우석의 품에서 울던 그녀가 불현듯 중얼거렸다
“미영이... 나 때문에 죽었어.. 구할 수 있었는데 흑...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놀란 우석이 고개를 들어 연하를 바라보았다
“그 날 바닷가 가자고만 안 했어도.. 흐흐흑.. 미영이가 뻗는 손을 내가 잡기만 했어도...”
굳이 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왜 그리 연하가 자신의 콤플렉스에 갇혀서 주눅들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상처 때문에 모든 것을 자신의 문제로 돌리며 당당하지 못 했었는지도 모른다
우석이 낮은 음성으로 조용히 연하를 불렀다
“서연하”
고개를 푹 숙인 채 엉엉 우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우석은 다시 그녀를 불렀다
“오빠 봐 서연하”
그제야 고개를 들어 우석을 바라보았다
“너의 잘못이 아냐.. 그 친구도 그렇게 생각 할 거야~ 그러니 더 이상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그랬구나...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그저 엉뚱하고 때로는 발랄한 천방지축 연하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아픔이 있을 줄은 미쳐 몰라 우석의 마음이 아파왔다
연하가 우석의 품에서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물 공포증이 있어.. 물에만 들어가면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몸에서 공포가 휘감아 모든
몸이 굳어지는 거 같아.. 흑... 그런데 그런데... 나는... 나는..”
그녀가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랬다 포기하기 어려웠던 수영선수의 꿈... 그만큼 물이 좋았던 연하였기에 그만큼 심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PTSD 진단을 받아 약이 없으면 잠들 수 없었고
닥치는 대로 먹어대 살이 급격하게 찌기 시작했다
<오래전 기억>
새벽에 주방에서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연하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식탁 위에 온갖 먹을 것들을 벌려 놓고 정신없이 먹고 있는 연하가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연하의 어머니는 연하에게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야.. 연하야.. 니 우짤라고 이러냐.. 잉? 수영 다시 해야 할 거 아녀... 이렇게 먹어대면 우짜냐고..”
정신없이 먹던 연하가 수영이라는 두 글자에 갑자기 멈칫하며 멈추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잠갔다
어머니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열어 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고 안에서는 연하의 구역질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잠이 든 연하는 공포심에 다시 눈을 번쩍 떴다
연하의 귀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연하는 두 귀를 막았다
하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그녀의 음성..
‘연하야... 너 때문이야...’
우석이 바라본 그녀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어 있었고 거침없는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흘러 내렸다
“지금도 그래?”
그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몸이 흐느낌에 떨려왔고 가만히 안아 주며 우석이 말했다
“이제 오빠가 있잖아 걱정하지마”
우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미안함이 몰려왔다 자신이 그 사진만 건네지 않았어도 아니..
그 사진만 찾지 않았어도 그녀의 마음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상자가 열리지
않는 거였는데..
하지만...
언제까지 그 아픔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힘들어 하며 살 수는 없었다
힘들겠지만 그 아픔과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아야 하는 시간....
잃어버린 시간과 꿈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무엇을 찾으려 했었는지
한참을 뒤적거리다
다시 닫으려 했을 때
먼지가 앉은 기억들이
고개를 살며시 내밀었다
흔적을 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