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마음팁] 마음이 힘들 때 탈출법 ⑤ 비판단하기(Non-judging)
"흙탕물도 가만 놔두면 맑아지듯 마음도…"
마음이 힘들 때 마음과 싸우지 말고 잠시 심호흡을 하라. 이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비판단' 모드를 유지할 때 당신은 스트레스에서 빨리 해방될 수 있다. /셔터스톡
마음이 힘들면 온갖 감정들이 솟구치고 신체 감각도 따라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거나, 아랫배가 편치 않으며, 몸에서 열이 나거나 반대로 한기가 나는 등 전형적 신체 반응이 수반되죠.
그런데 괴로운 마음의 핵심은 대개 생각에서 나옵니다. 끊임없이 부정적 생각이 계속 떠오르면서 쉬지 않고 이러저리 돌아다닙니다. 거기에 따라 감정과 신체감각도 세트로 따라다니죠.
그 생각을 가만히 보면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 그렇게 되죠? 특히 우울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 생각패턴이라 의학적으로는 ‘우울증적 반추현상(depressive rumination)'이라고 한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은 잠잠해지지 않는다.…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생각은 더 생생하고 거세게 일어난다.…걱정을 멈추라고 스스로 타이르면 새로운 걱정거리가 더 일어난다.…잠을 청해보지만 어느새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밤이 깊어가는 동안 기력이 점점 고갈되면서 자신이 나약하고 나락에 빠져든다는 느낌이 든다.…새벽 알람이 울릴 즈음이 되면 전신이 탈진된 상태에서 이루 말할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든다.…’ (영국 우울증 환자의 체험기)
그런데 이런 생각을 제어하기가 참 어려워요. 제가 ‘마음이 힘들 때 탈출법’을 쓰면서 첫 칼럼으로 ‘내버려두기(Let it go)’에 관해 썼죠. 떠오르는 생각들과 다투지 않고, 그저 반응하지 않고 바라만 본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사실 마음공부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어느정도 마음근력이 생겨야 가능한 것이죠.
제가 십수년전 우울증으로 고생할 때 교회 가서 아무리 기도하고 마음을 진정시켜보려고 해도 안돼 하루는 목사님에게 물어봤습니다. 기도해도 마음이 편치 않고 힘들 때 당신은 어떻게 하냐고?
“저는 판단중지 합니다”
그말이 그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명상을 배우면서 알게 됐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의 제1 수칙이 ‘비판단(Non-judgement)'이란 것을.
① 판단하지 말라(Non-judging)
우리는 늘 판단하거나 평가한다. 좋고 나쁨을 따지며 반응한다. 호흡 명상을 하면서 “지루하다”, “잘 안되는 것 같다”, “왜 이런 걸 하지?” “아마 잘하지 못할거야”라는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이게 모두 판단이다. 이를 알아차리고 판단하는 생각을 멈춘다. 이후 무슨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냥 고요히 바라본다. 이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이다.
- 마음챙김명상(MBSR)의 7원칙중에서
비판단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요? 바로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모든 주의력을 호흡에 두고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하면할수록 발전이 됩니다.
심호흡을 하면 몸이 조금씩 이완되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신경생리학적 자연적 작용입니다. 누구나 숨만 제대로 쉬면 자율신경계중 극도로 흥분된 교감신경계가 가라앉고 부교감신경계가 전면에 나와 휴식으로 이끄는 것을 경험할 수 있죠.
하루에도 짬을 내서 주변 공원이나 나무, 숲 등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심호흡을 하는 습관을 들여라. /셔터스톡
심신이 이완되기 시작할 때 소진되던 에너지는 줄어들고 몸이 정상모드로 가게 됩니다. 이에따라 방황하는 마음의 강도도 떨어집니다.
심호흡을 계속 집중해서 행한다면 결국 임계점에 도달하게 돼 그때부턴 에너지가 오히려 저축하게 됩니다. 일종의 ‘절전모드’ 유지입니다.
흙탕물을 가만 놔두면 맑아지듯, 마음도 가만 놔두면 맑아집니다. 생각의 강도도 잦아들고, 점차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며 궁극적으로 생각을 제어할 수 있는 작은 힘(마음근력)이 생기기 시작한답니다. 이것이 바로 ‘비판단’의 힘 입니다.
종합하자면 정말 골치 아프고 화나는 일이 생겨 스스로를 괴롭힐 때 판단중지, 즉 비판단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인지적으로 비판단은 잘 안되니까 호흡을 통해 스스로 신경계를 조절하고 이완시키는 것입니다.
호흡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복잡한 생각들은 조금씩 힘이 떨어지고, 지나가거나 저 멀리 가버리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린 힘든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죠.
그래서 마음이 평상으로 돌아온 후 나중에 힘든 생각을 되돌아보면 대체로 두가지 중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됩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리 노심초사했지?’
‘아. 그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되겠네’ <계속>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