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협정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농업 분야에서도 세계화와 개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따라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농민지도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러한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작목별 연구소에서 어떤 연구들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통해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알아본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 벼 품종은 〈동진1호〉로 전체 재배면적의 21.7%를 차지했다. 그러나 불과 몇년 전까지는 〈남평〉이 가장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었다. 지난해 〈남평〉의 재배면적은 13.2%로 〈추청〉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일본에서 도입한 〈추청〉을 빼고 1위와 3위 품종이 전북 익산의 작물과학원 호남농업연구소가 육성한 품종들이다. 또 2005년에는 〈동진1호〉의 뒤를 잇는 〈동진2호〉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최고 품질쌀 〈호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호남농업연구소는 우리나라 최대 곡창인 전남북과 충남지역의 쌀 품질 고급화를 담당하고 있다. 정광용 호남농업연구소장은 “호남쌀의 품질 향상 없이는 우리나라 쌀 품질 향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경기쌀은 없어 못 파는 실정이고, 영남쌀은 부산과 울산 등에서 거의 자체 소비되고 있어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쌀의 절반 이상이 호남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0년까지 4개 이상의 최고 품질의 품종을 개발해낼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가급적 RPC(미곡종합처리장)가 요구하는 도정 및 가공 특성에 맞는 우수계통을 우선 선발할 계획이다. 또 농가의 경영규모에 따라 생력기계화 모델을 개발해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앗 갱신과 재배기술 표준화, 수확후 관리 등이 아직 미흡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호남농업연구소는 또한 우리나라 보리류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 최근 보리 약정수매 물량이 줄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총체보리와 귀리·라이밀 등 사료용 보리류 생산으로 이를 극복할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다. 가축이 잘 먹을 수 있도록 까락이 부드러운 〈우호〉보리와 아예 까락이 없는 〈유연〉보리를 개발했으며,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귀리를 육성해 재배지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들 사료용 보리류는 사료가치와 값을 따졌을 때 옥수수 사일리지나 톨페스큐 등 수입 조사료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미 전남 영광의 한 목장에서 실증시험을 해본 결과 소득 면에서 한마리당 비육소는 72만원, 번식소는 82만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전북 김제시와 함께 총체보리류 한우 특구를 준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30만㏊까지 재배를 늘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전체 가축 조사료의 60%를 공급할 계획이다. 겨울 소득작물 유지와 가축 조사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셈이다.
일반 식용보리 연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수매제도를 유지하면서 품종 구분 없이 공매를 하는 탓에 가공업자들이 발아율과 수율 등 원하는 특성의 보리를 구할 수가 없었는데, 계약재배를 하면 엿기름용·보리차용 등으로 특화된 보리를 공급할 수 있게 돼 오히려 기회라는 것이다. 밥에 섞어 먹는 용도로 색깔 있는 보리를 만들고 있으며 100% 우리 맥주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시범사업도 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김정곤 호남농업연구소 맥류전작과장은 “사료용 총체보리류 개발뿐 아니라 각각의 특수 수요에 맞춰 계약재배용 전문품종을 개발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063-840-2109.
윤덕한 기자 dkny@nongmin.com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