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아빠’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니 말이다. 대한민국 아빠들에게 고(告)하는 ‘아빠의 자격’.
아빠는 왜 육아에 ‘젬병’인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여성은 가볍든 심각하든 ‘산후우울증’ 을 경험한다. 의외로 남성도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연구에 의하면 엄마가 임신 상태인 동안 아빠의 체중이 느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술과 과식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여성은 임신 10개월을 거치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엄마’ 될 준비를 하는 반면 남성은 자신이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 채 얼떨떨할 뿐이다.
언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또한 아빠는 아이와 친해지기 어렵다. 엄마에 비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가 주도하는 육아 방식에 압도되어 양육에 대한 의견은 감히 꺼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엄마의 양육 독점에 대한 이 같은 침묵은 곧 ‘체념’으로 바뀐다.
남성의 뇌 구조만 보더라도 육아에 그리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우뇌가 발달한 여자는 아이와 말이 잘 통하지만 좌뇌가 발달한 남자와 아이는 좀처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엄마는 아기의 컨디션에 맞춰 놀이 주제를 융통성 있게 바꾸지만 아빠는 자신이 마음먹은 주제를 아이에게 강요하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 뇌 구조의 차이에서 기인한 차이다. 그밖에도 아빠를 육아에서 멀찌감치 물러서 있게 만드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아빠’가 필요한 이유
하지만 모든 육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아빠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양육방침을 경험하며 자란 아이가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빠와의 놀이나 상호작용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를 발달시키며, 영유아기 때 아빠가 없었던 아이들은 수리 능력이 떨어지고 성취동기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빠는 아이들의 사회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의 저자 로스 D. 파크는 이를 ‘아빠 효과(Father Effect)’라는 말로 개념화했다.
아빠는 아이와 대화할 때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한다. 이는 감정을 어루만지는 엄마 특유의 대화법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엄마의 말에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면, 아빠와의 대화는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는 자극제가 된다. 엄마뿐인 줄 알았던 세상에 ‘아빠’라는 의외성은 사회성을 싹틔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빠로 인해 그만큼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또한 아빠는 아이들과 놀아줄 때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때문에 아이의 성격을 좀더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나만의 ‘아빠 스타일’로 접근하라!
최근 <엄마는 모르는 아빠 효과>를 펴낸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는 ‘좋은 아빠로 타고나는 사람은 없으며 부단한 반복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기저귀 갈기나 분유 타기, 놀이법, 대화법 등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배워서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이런 점을 인정하고 엄마, 육아 전문가, 선후배 아빠들 에게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아빠 노릇’을 찾아 배우려고 애쓰는 것, 이것이 바로 아빠의 첫 번째 자격 요건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세상에 같은 아이가 없듯 똑같은 아빠도 없으니 말이다. 또 엄마의 육아 스타일을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 아빠가 잘할 수 있는 신체놀이를 하며 놀아주면 된다. 아이에겐 어떤 놀이를 했느냐보다 얼마나 즐겁게 놀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그저 아빠가 옆에서 적당히 장단만 맞춰주어도 재미있게 놀았다고 여긴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바라는 것은 무얼 가르친다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하는 것이다.
출처: 아이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