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미, 각본없는 영화 '생활의 발견'서 '묘한 여인'역
2002-03-15 12:14
"내모습 그대로"
22일 개봉 '생활의 발견'
'묘한 여인'선영역…"가장 만족한 작품" "상미의 매력 발견해보세요"
"베드신이 많았다는데…"
"그 얘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잠시 불꽃이 튄다.
22일 개봉되는 영화 '생활의 발견'(홍상수감독, 미라신코리아)에서 차가운 듯 아닌 듯한 '묘한 여인' 선영역을 맡아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는 추상미와의 첫 만남이다.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도도함은 자신감의 표현인가? 똑똑 끊어지는 말꼬리가 상대하기 쉽지않은 타입이란 느낌.
"그래도 안물어볼 수 없는 부분인데…"(조금은 집요하게)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 버린 입술. OK~! 포기.
말머리를 돌려 '진짜 영화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그녀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정말 묘하다.(첫번째 발견)
"처음엔 시나리오가 없어 힘들지 않을까했는데 막상 그때그때 주어지는 감독님의 주문대로 연기하는게 더 편했어요."
'생활의 발견'은 '그와 그녀들이 함께한 짧은 로맨스'를 담은 홍상수 감독의 신작. 전체적인 스토리만 잡고 구체적인 시나리오 없이 제작돼 화제가 많았던 영화다.
"감독님은 배우의 습관적인 행동이나 기억들을 끄집어내 영화에 담고 싶어했어요."
상황만 던져준다. 말과 행동은 배우가 알아서 해야한다. 당연히 평소 모습이 나타난다.
'평소 모습!' 귀가 번쩍한 기자의 마음이라도 읽은 것일까?
"물론 낯선 만남으로 외도를 즐기거나 하는 영화속 인물과 실제 저와는 다르죠." 누가 뭐랄까봐.
추상미가 대뜸 "저 발목이 가늘어요"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렇게 나눴던 자신의 평상시 대화도 영화에 쓰였다는 설명.
하지만 얼떨결에 바라본 추상미의 발목은 진짜 가늘었다.(두번째 발견)
두달여간의 촬영이 순식간에 지나갔단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영화중 가장 만족감이 컸던 영화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가주의 감독과의 첫 작업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탁월한 능력중 하나는 배우로 하여금 자신의 연기와 인간 세상사에 대한 생각 등을 많이 하게 만든다는 것이란다.
추상미 역시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그동안 극적효과가 강조된 연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감독과의 대화가 도움이 컸다는 설명.
특히 "섬세한 연기를 해낸 것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진솔한 면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어쨌든 시사회를 통해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더이상 즐거울 수가 없다'는 등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이영화를 꼭 보러 왔으면 좋겠어요."
활짝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애정이 묻어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세번째 발견)
장담컨대 추상미를 만날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몇가지 '발견'을 할 수 있다. 느낌이 좋은 어떤 것 말이다.
〈 임태주 기자 sparkle@〉
홍상수 감독 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로 데뷔, '강원도의 힘'(98) '오! 수정'(2000) 등 2년마다 새로운 시각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중견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