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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피천득
잠이 깨면 바라다보려고 장미 일곱 송이를 샀다. 전차를 기다리고 섰다가 y를 만났다. y와 헤어져서 동대문행 전차를 탔다. 문득 c의 화병에 시든 꽃이 그냥 꽃혀 있던 것이 생각났다. 그 화병을 그냥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전차에서 내려 사직동에 있는 c 하숙을 찾아갔다. 두 송이를 꽂아 놓았다. 그리고 딸을 두고 오는 어머니같이 뒤를 돌아보며 그 집을 나왔다. 숭삼동에서 전차를 내려서 남은 세 송이의 장미가 시들세라 빨리 걸어가노라니 누군지 뒤에서 k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남은 꽃송이를 다 주고 말았다. 그는 미안해 하지도 않고 받아 가지고는 달아난다. 집에 와서 꽃 사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는 꽃병을 보니 미안하다. 장미 한 송이라도 가져서는 안 되는것 같아서 서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