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고(最古)의 다리, 농다리
고려 시대에 축조됐다고 알려진 신비로운 문화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된 충청북도의 유형문화재로 총 길이 933.6m, 폭 3.6m, 교각 1.2m의 규모다. 자연석을 그대로 쌓았는데도 견고해 장마에도 유실되지 않고 천년을 견딘 터라, 우리나라 토목공학적 측면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연구되고 있다. 예로부터 농다리에서 울음소리가 나거나 장마에 농다리 상판이 뜨면 나라에 큰일이 난다고 알려졌다. 울음소리가 들린 해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종 31년의 동학혁명을 예고했다는 설이 있다. 마을 입구에 농다리 전시관이 있으며 9~10월 매주 토요일에는 누구나 참여해 민속놀이와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농다리 놀이학교’가 열린다.
초평호를 가로질러 설치된 93m길이의
출렁다리 '하늘 다리'.
산은 높고 들은 평평하다. 중부내륙의 작은 도시 진천에 들어섰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도시를 둘러싼 높고 낮은 산들이다. 짙은 녹음의 청량한 기운을 뿜어내는 명산들, 환희산과 덕성산, 만뢰산과 두타산 등에 포근히 둘러싸인 진천은 그리하여 더 포근하고 안락해 보였다. 들은 어떠한가. 눈 두는 곳마다 초록의 물결이 일렁인다. 성실한 농부들 노고의 결실이 논과 밭을 가득 메워 보는 이마저도 마음이 뿌듯하다. 문득 먼 데서 불어오는 바람에 생량한 기운이 묻어남을 느낀다. 더운 바람 속에도 가을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멀리 농다리가 놓인 세금천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박한 농촌의 멋을 간직한 굴티마을 앞을 지나는 너른 냇가에 농다리가 놓여있었다. 다리 입구에 서니 상판으로 쓰인 돌의 붉은색이 선명하다. 사력 암질의 붉은색을 지닌 자석을 썼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기엔 아무렇게나 돌을 늘어놓은 모양새였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꽤 정교하다. 눈짐작으로는 다리 길이는 100m가 조금 못 돼 보인다. 길쭉한 돌을 이어 놓고 그 사이사이에 조금 넓게 자연석을 쌓아 다리를 지탱하는 형태다. 다리의 모양은 옆면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 마치 발이 잔뜩 달린 지네의 모습이다. 얼핏 허술해 보이는 돌다리가 천 년을 견디어왔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는데 밑이 뚫린 장대석 부분을 지날 때마다 아찔하다. 수심이 깊진 않으나 유속이 빠른 탓이다. 돌에 부딪힌 물이 내는 소리 또한 쩌렁쩌렁하다. 긴장감과 동시에 천 년의 시간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해진다. 어느 소설에서 읽은,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자의 길이 딱 이 같은 모양이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농다리를 건너면 농다리 수변 탐방로가 시작된다. 농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천년정에 들러 잠시 땀 흐른 몸을 바람에 내맡기고 난 후 산책길을 따라 나지막한 고개를 넘는다. 구릉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초평호가 나타난다. 전망 공간을 지나 호숫가를 따라 왼쪽으로 1km쯤 가면 하늘다리가 나타난다. 초평호의 북쪽 구간을 가로지르는 하늘 다리는 고요한 호수의 정경과 어우러져 꽤 멋스럽다. 호수에는 카야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농다리에서 하늘다리까지 다녀오는 산책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진천이 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진천은 이름난 관광지는 아니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니 담담하고 무던해 보이는 도시가 품은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한 신라 김유신 장군이 태어난 곳이 진천 상계리 계양마을이다. 생가터 뒷산인 태령산에는 장군의 태실이 묻혀있고 인근에는 영정을 봉안한 사당인 길상사가 있다. 그뿐 아니다. 조선 전기의 문인 송강 정철에서 시작해 중기의 문인 강백년과 이명한 그리고 일제강점기 당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됐던 이상설 선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이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진천읍 인근 백곡호의 동쪽 기슭에 들어앉은 종박물관에서는 오래된 시간의 소리를 귀로 들을 수 있다. 진천종박물관은 한국 종의 연구와 수집, 전시와 보존을 통해 한국 종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진천 석장리는 4세기 무렵의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제철로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박물관 입구의 성덕대왕신종이 실물 크기로 완벽하게 재현된 것을 시작으로 범종의 역사와 제작기술, 주물법 등이 실제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다양한 종소리를 체험하고 범종 소리에 담긴 신비한 과학적 비밀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박물관 앞마당의 커다란 범종은 실제 타종을 할 수 있다. 굵은 당목(방망이)의 줄을 잡고 당좌 부분을 가볍게 밀어치니 ‘뎅-’하는 깊고 맑은소리가 사위에 퍼진다. 길고 긴 여운에 마음이 절로 비워진다.
진천읍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21번 국도를 따라 덕산면을 지나다가 문득 달고 시큼한 술 향기가 나기에 따라가 보았다. 여느 시골 읍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용몽리의 한 건물에서 풍기는 술 향기는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어찌나 진한지 냄새만으로도 불콰하게 취할 판이다. 1930년에 문을 연 덕산양조장(세왕주조)이다. 일단 건물이 범상치 않다. 백두산 전나무를 가져와 바람에 말려 지은 목조 건물은 썩지 않도록 검은 칠을 하고 함석지붕을 씌웠다. 건물 자체로 등록문화재(제 58호)로 지정된 귀한 곳이다. 양조장 천장 대들보에는 1930년 상량했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3대째 술 빚는 가업을 잇고 있다는 양조장에서는 막걸리와 약주를 만든다. 진천에서 생산된 흑미로 와인도 빚는다고 했다. 운 좋게 걸쭉한 막걸리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었다. 달고 쌉싸래하면서도 묵직한 맛이다.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서쪽 하늘로 해가 기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근처 국밥집에 들러 막걸리 맛이나 제대로 봐야겠다.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곳, 오늘의 진천 여행을 안주 삼아서 말이다.
첫댓글 이와같이 우리나라에는 곳곳의 숨박하고도 아름다운 유적지 들이 많고 볼걸이도 많은데 우리들이 일상 생활에
쪼달리다 보니 여행 을 제대로 다녀 보지 못한 생활에 젖어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4~5년 후에는 캠핑카를
만들어 아내와 같이 3~5년 계획으로 전국 방방곡곡 돌아 다니며 가는곳의 유래와 풍경 숨어있는 여러가지의 장단점
을 낫낫히 기록하고 사진으로 본 카페와 제 불로그에 소개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집에 계시는 여러분들과도 제가 보고 느낀 모든것을 공감할 생각입니다.
늘 여행자들이 그립고 부러웠지만 저에게는 그럴 여유도 없고 주어진 여건때문에 실천을 못해
모든것을 다 내려놓고 떠날 생각임니다.
천사님 화이팅 ! !
저의 계획을 이토록 공개 했으니 반듯이 실천 해야 하겠지요.
조상님들의 엄청난 지혜가 보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성곽도 보면 옛 사람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모든것을 내려놓고 떠나기 만큼 어려운일이 있을까요
농다리 고속도로를 지나며 내려보곤
했지만 직접보지는 못했는데
어느날 장마에완전히 잠겨있는걸 보며 고속도로를 지난적이있지요 걱정되는 마음으로 올라오는길?멀리 보이는 롱다리 멀쩡하더라구요 신비스럽기까지 했어요 구조적인것도 중요하지만 혼이담겨있지 않았나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