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역시 위주로 경영난 가속
폐업비 부담에 휴업중인 곳도 증가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올 들어 석 달 새 전국에서 사라진 주유소가 35곳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열 경쟁과 전기차 보급 확대로 경영난 속에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 1109개소로 지난해 말(1만 1144개소) 대비 35개소 감소했다. 2017년 말만 해도 약 1만 2000개소였던 주유소는 올해 말 1만 1000개소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관리원은 “이런 주유소의 감소는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과 광역시 등에서 더 뚜렷하다”며 “업체 간 치열한 경쟁과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 등 경영상 어려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6년여간 주유소 감소는 세종(4개소 증가)·제주(1개소 증가)를 제외하면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경기(114개소)에서 가장 많은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이어 경남(110개소), 서울(93개소), 경북(73개소), 전북(72개소), 강원(64개소), 부산(58개소), 전남(55개소) 순이었다. 지역별 분포율을 보면 경기(2312개소·20.81%), 경북(1241개소·11.17%), 경남(1056개소·9.50%) 등의 순으로 높았다.
같은 기간 상표별로는 4대(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정유사 주유소가 줄고 알뜰주유소(석유공사·농협·도로공사)는 늘어나 대조를 이뤘다. 4대 정유사 주유소는 2017년 말 1만 497개소(87.42%)에서 2023년 3월 9655개소(86.91%)로 842개소 감소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같은 기간 1139개소(9.49%)에서 1301개소(11.71%)로 증가했다.
휴업 중인 주유소도 적지 않다. 휴업 주유소는 2020년 249개소에서 2022년 307개소로 쌓여가는 추세다.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철거 비용과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부담해야 하는데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빠듯한 형편 탓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폐업 대신 휴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주유소의 휴·폐업을 부추기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현재 약 1만 1000곳인 주유소가 2040년 약 3000곳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로 휘발유 기준 ℓ당 30~40원가량 저렴한 알뜰주유소로 손님이 몰리는 쏠림 경향이 심해졌다. 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시세 이하로 급매물을 내놓았지만 투자가치가 하락해 연락이 뜸하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