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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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 되고, 나는 남자친구에게 줄 러브장을 꺼낸다.
하늘색 표지에 영어가 써있고, 작은 창가에 파란리본이 달려있는 아주 예쁜 스프링노트였다.
"백일이라고, 러브장 꾸미는구나?"
"응…."
"나 잠깐 봐도 돼?"
끄덕.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게 꾸몄네!"
"응."
활짝 핀 얼굴로 한장 한장 넘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
그런 애 없다.
형식적인 선물. 그것이 끝.
사람을 좋아하지 못한다.
사람이 좋아서 러브장을 꾸미는 게 아니다.
다음달이면 백일이 된다. 자꾸자꾸 넘어가는 나날.
그 애와의 만남이 벌써 백일이라니…….
하지만 그 애가 좋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 5
그 하얀 손에 이끌려……
"어디까지 가는 거야?"
"음, 좀만 가면 돼."
"알기는 하는거야?"
"아니."
그 애의 손을 뿌리치며 그앨 노려 본다.
"힘들어 죽겠어!"
"좀만참어."
"어딘지도 모른다며!"
"이쪽으로 가면 될것같아."
베시시 웃으며 내 손을 다시 잡아 이끈다.
나는 다시 그 손에 이끌려 어딘 가로 간다.
어디까지 가야해?
좀만 참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어디서 들었었지?
- 6
"은정아!"
교실 앞문을 바라보니 내 남자친구가 와있다.
나는 활짝웃으며 달려갔다.
마음은 고요한 상태로.
"빨리도 끝났네? 오늘 주번이라며."
"하루정도는 봐주겠지."
피식.
바람 같은 만남.
언제 찢어질지 모르는 얇고 얇은 종이.
물에 젖힌다.
물 속에서 넓게 퍼져간다.
자신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지만….
살며시 다가오는 그 애의 입술.
가벼운 붉은빛.
내 입술은 그 애의 입술을 거부한다.
"왜 그래?"
"……."
마른하늘에 작고작은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 볼에 흐르는 작은 빗방울.
-7
"정신차려!"
살짝 눈을 뜨자.
낯모르는 소녀가 보인다.
길게 딴 갈색 머리에 검은 눈동자.
검은 웨이트리스 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녀.
"누구…?"
"아, 여기서 만난 내 친구야."
"혹시…, 이애도 은정이야?"
키득.
"왜 웃는 거야?"
아무 말 없이 웃는 소녀들. 왜 웃는거지?
기분 나빠.
이 기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이야.
"너희 둘이 닮은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이 애는 널 닮았어."
"내가, 이렇게 생겼어?"
"아니, 비슷해."
"거울 있니?"
"없어."
보고싶다. 내 얼굴.
내 모습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곳은 아기자기한 곳이다.
분명 내가 정신을 잃기 전까지는 나조차 안 보이는 하얀 곳이었는데….
어떻게 이곳으로 왔을까?
"엘리스!"
"어?"
"네 이름은 엘리스로 하자."
"그래, 너는 혼자 하얀 옷을 입고 있잖아."
엘리스라 무언가 생각난다.
동화에서 본 것 같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이곳 이상하기는 하네.
"너희들은 뭐라고 할건데?"
"나는 블렉로즈! 분명 내 얼굴은 장미처럼 이쁠테니까!"
푸훗-.
나와 검은 색 웨이트리스 복을 입은 소녀의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못생긴 것은 아니지만 왠지 웃겼다.
"우씨. 왜 웃고 그래."
"그럼 난 뭘로 해야할까?"
순간 내 머리 속에 한 단어가 생각난다.
"비쥬"
"와, 그거 이쁘다. 난 그걸로 할래."
"그럼 내가 제일 촌스럽다. 블랙로즈가 뭐야."
"그냥 로즈라고 하자."
"좋아."
카페 게시글
소설연애
☆.*.자작
소녀의 꿈 [2]
16번째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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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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