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만큼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을까.
예전에 담배 필 때는 식후 연초에서 사는 맛을 느꼈지만 니코틴과 이별한 지 20년, 이제는 커피 향기에서 사는 맛을 챙긴다.
커피 마시며 시집을 읽거나 창밖 풍경을 바라 보는 것도 점심 후에 챙기는 잠깐의 휴식이다.
어제 한 직원이 스마트폰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무슨 영상이냐고 물었더니 그룹 라이즈의 뮤직 비디오란다.
요즘 아무리 아이돌 그룹이 대세라지만 소녀시대 이후 나는 어떤 가수가 활동하고 있는지 통 모른다.
BTS가 K팝 열풍을 일으키며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그의 노래를 따라 가지는 못했다.
"함 들어보실래요?"
젊은 직원이 이어폰을 끼워주기에 잠시 들었다.
노래 제목은 <러브 원원나인>, 뭔 제목이 이러냐 할지 모르나 요즘 가요 트렌드가 이렇다.
표기는 <Love 119>로 하고 러브 원원나인이라 읽으니 나같은 형광등은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워낙 TV를 안 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그룹 라이즈는 rise가 아닌 RIZE라는데 모든 작명에는 나름 뜻이 있을 터, 이 친구는 그걸 설명하느라 바쁘다.
이 친구는 내가 관심을 보이자 혹시 아는 아이돌 그룹이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소녀시대라고 하자 깔깔 웃더니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 있지(ITZY)와 에스파(aespa)에 대해 말해준다.
대부분 영어 이름이고 스펠링을 보고도 무슨 뜻인지를 도통 알 수 없는 이름이다.
집에 와서 최근 아이돌 그룹을 찾아 보니 마치 외계어를 보는 듯하다.
요즘 잘 나가는 몇 개의 아이돌만 나열해 본다.
뉴진스(NewJeans), 엔믹스(NMIXX),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제로베이스원(ZB1), 에스에프나인(SF9), 배너(VANNER), 비원에이포(B1A4),,
아이고 어지러워라. 노래는 둘째치고 가수 이름부터 아득해진다.
과연 60대 이후 중에 이런 가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래전 내가 비틀즈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닐 적에 당시 어른들도 이리 생각했을라나.
그룹 이름도 생소하지만 일단 노래가 너무 빠른데다 가사에 공감을 못하겠다.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요즘 노래에 적응해 볼려고 해도 당최 뭔 말인지를 모르겠다.
어제 젊은 친구가 들려준 노래를 들은 후 농담 삼아 혹시 토끼소녀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당연히 모른다고 했다. 장난끼가 발동해 더 내려가 은방울 자매를 아느냐고 물어볼까 했다가 참았다.
때론 부끄러울까 봐 못 물어보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아이돌 이름들이다.
늙은 티 낸다고 흉을 볼지 모르겠으나 나는 직장 동료들에게 서슴없이 묻는다.
내가 최근 노래를 모른다고 하면 다행히 서로 알려줄려고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 버린다.
오늘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그룹을 떠올려 봤다.
펄 시스터즈, 김 시스터즈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토끼소녀와 희자매는 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매 가수들이 어디 이들 뿐이랴만 바니걸스와 희자매는 유독 군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군대 위문공연에 단골 초대 가수들이었고 삭막했던 군대에 잠시 화색이 돌게 했을 것이다.
추억이 담긴 자매들의 노래를 몇 곡 듣다가 오늘은 한 곡 올리고 싶었다.
선곡은 희자매의 <실버들>이다. 유행했던 노래지만 지금 들으니 가사가 너무 좋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 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 바람에 풀벌레 슬피울 때에
외로운 마음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요즘 아이돌 노래는 젊은 사람들이 실컷 좋아하라 양보하고 나는 이 노래로 위안을 삼을란다.
늙은 티를 조금 내면 어떠리. 그 시절의 노래가 이리 좋은 것을,,
첫댓글 현덕 아우야 논네 흉네내면. 안되유
하긴 우리도 한갑 진갑. 했을때 인생 다 산것 처럼 생각 했는데
젊은 생각으로 살믄 젊어 진대유 ㅡㅡ아이돌 ㅡㅡ음악 좋고 섹스폰 메로디가 좋으네 ㅡ
아고~ 제가 마야 누이 앞에서 늙은 티를 내서 죄송함다.
젊게 살고 싶은 역설적 표현을 하다 보니 제목이 이리 되었네요.
그래도 오늘은 희자매 노래 속 섹서폰 소리에 위안을 삼을랍니다.ㅎ
2030한테 '토끼소녀'와 '은방울자매' 아냐고 물어보다니..ㅋㅋ
솔직히 요즘 아이돌 그룹 이름도 어렵지만 노래 따라하기는 더 어려운 게 사실~~
그래서, 해외서는 BTS가 엄청 인기였을때
국내선 트로트 열풍이 불었다는 아이러니...ㅠ
요즘 아이돌 가요 트렌드 따라 가기가 너무 힘들어 나름 장난 삼아 던진 질문이었다네.
어쩌면 그 친구도 집에 가서 토끼소녀 노래를 검색해 들었을지도,,
나도 아이돌보다는 차라리 트롯이 낫다요.ㅎ
예전에 제주에서
근무할때 서울에서
잘 아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
동생~형님 잘지내십니까
나~ 응 그래 오랜만이네
동생~ 형님 이번에
가수 조성모 제주콘서트 가는데
표 5장 보내드릴께요
나~ 조성모가 뭐하는 사람인데
동생~ 형님 요즘 잘나가는 가수입니다
나~ 야 남진 나훈아 이미자 아니면 필요없다 전화끝
몆일후 아는집에
저녁 먹으러 갔는데
그집에 대학생 고등학생 애들이
있어서 야 조성모가
누구냐 제주 콘서트 온다고 표 보내준다고
했는데
내가 보내지 말라했다
그랬더니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
삼촌 빨리 다시 전화해서 표 달라고 해서 저희 주세요
그래서
다시 서울에 전화해서
야 표 5장보내라
해서 줬더니
거짓말 쫌 더해서
인사를 열번쯤 한듯
이것이 세대 차이인지
두대 차이인지
네대 차이인지 ㅎ
ㅎㅎ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에 웃음 짓습니다.
세대 차이를 실감하는 새강자 친구님 댓글에 공감 백배네요.
나도 배호, 이미자부터 시작해서 심수봉, 김수희, 최성수, 김현식, 김광석, 변진섭에서 유행가 가수 진도가 가물가물,,
최백호 신곡은 기대 만땅이어도 bts 노래는 히트곡을 들어도 그저 대면대면하다는,,ㅎ
@유현덕 배호의 안녕 최성수의 플잎사랑이 내18번임돠
지금은 진성의 안동역 ㅋ
@원브라더. 부르는 노래가 그 사람의 인생 일부이기도 하다더니 브라더 친구 레퍼토리를 보니 무지 감성적이네요.
언제 이런 노래 들을 날을 기대하면서,,ㅎ
나도 아무도 모르요~
동방신기, 2PM, 2AM 그정도?
이름도 어렵고 노래 제목도 어려워요
그냥 모르고 살라요
알아놓으면 또 새로 나올텐디..
방장님 신세대네요.^^
그래도 동방신기, 2pm, 2am 등의 노래는 따라 부를 정도는 되더이다.
요즘 아이돌 노래는 댄스가 우선이여선지 정신이 하나도 없데요.
젊은이들이 이런 말 들으면 늙은 티 난다고 흉볼 테지만서도,,
나는 귀에 착 감기는 노래 듣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요.ㅎ
요즘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발음도 어렵고
뜻도 모를
국적불명의
외제들 일색이여~ㅎ
알기쉬운 국산
이름쓰면 인기가
없어지나?
나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찌끈찌끈~ㅎ
덕분에 희자매의
"실버들" 오랫만에
듣고 갑니다~ㅎ
요즘 아이돌 이름이 무슨 암호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한때 바니걸스, 어니언스 등이 토끼소녀가 되고 양파들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 정감 있는 이름이였지요.
유행가도 7080 가요를 들어야 가슴에 들어 오고, 팝송도 저는 올드팝송이 여전히 좋습니다.
제목 늙은 티가 그런 의미이기도 합니다.ㅎ
현덕 출석부 고마우이 장문 수고했네
아우가 그러할진데 하물며 따동값인
우리네야 그래도 아우처럼 내 좋아하는거
즐기며 주위(범)과 더불어 행복하면 됐지
안그런가? 모는게 맘먹기 나름 ㅇㅋ?
그럼요.
변해 가는 세상 어느 정도 적응은 해야겠지만 좋아하는 것 즐기기에도 인생은 짧지요.
창조로 형님은 뵐 때마다 건강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접때 엘베도 안 타고 계단을 척척 내려가시는 것을 봤지요.ㅎ
오래 건강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