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3.05.07)
< 천렵국 >
-정영인
뜨거운 여름날,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복날도 되었는데 어죽 먹으러 가자고 한다. 파주 쪽에 가성비 좋은 어죽집이 있다. 한 그릇에 9,000원에 리필도 된다. 단, 소주는 1인 반병이다. 사람도 워낙 많지만 값에 의한 회전이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딸은 어죽을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한다. 어죽은 일종의 천렵국(川獵-)이다. 뜨거운 여름철을 이기기 위한 보양식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은 개장국, 삼계탕, 추어탕, 천렵국 등이 있다.
이런 음식은 예로부터 복날에 먹는 ‘복달임’ 음식이다. 한자의 ‘복(伏-人+犬)’자를 보면 뜨거운 여름에 더위에 사람이 지쳐 개처럼 엎드려 납작 헉헉 된다는 뜻일 것이다. 땀으로 진이 다 빠진다. 그러니 영양 보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개장국인 보신탕이다. 길러서 잡아먹은 삼계탕, 어디서나 잡아서 먹을 수 있는 추어탕, 그리고 냇가 민물고기인 미꾸라지, 꺽지, 모래무지, 쏘가리, 붕어 등을 개울에서 잡아서 냇가 옆에서 솥단지 결고 푹 끓여 먹는, 거기에 수제비, 국수 등을 넣은 천렵국 등. 천렵국에 수제비를 떠 넣으면 어탕 수제비, 밥을 말아서 끓이면 어죽이라고 한다.
이젠 서민 보신의 대표적인 단백질 보신탕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개를 좋아하는 서양인이 야만에 혐오 식품이라 하고, 월드 컵 때부터 보신탕이 혐오식품이 되더니…. 천만 반려동물 시대에 극구 반대파들이 득세하여 개고기 먹지 말자라는 풍조가 되어 가고 있다. 그 바람에 염소탕이 뜨고 염소 값이 천정부지란다.
지인이 아주 큰 수술을 했다. 주치의가 말했다. 빨리 회복하려면 개고기를 먹으라고. 이런 민족 음식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려고 한다. 말고기를 먹는 나라도 있고, 원숭이 골을 먹는 나라도 있다. 개고기는 우리 민족의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고유 보양식이었다. 서민이 자유롭게 길러서 잡아먹을 수 있는 고단백 식품은 개고기나 삼계탕이었다. 옛날에 폐병에 걸리면 고단백인 보신탕을 장복하여 치료하였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이다. 그러면 식권재민(食權在民) 아니겠나? 한국 산모는 미역국을 먹고, 베트남 산모는 족발을 먹는다고 한다. 중국인은 원숭이 골도 먹는다는데, 불란서인은 달팽이를 좋아한다는데…. 하기야 국민의 입맛까지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골, 초등학교 담임 시절. 나는 봄, 여름, 가을에 아이들을 데리고 천렵을 자주 갔다. 반 아이 전원이. 여자 아이들을 솥단지 이고, 남자 아이들은 그물 메고, 쌀, 고구마, 된장, 고추장 들고서 산으로, 들로 바닷가로 천렵을 갔다. 사내 녀석들은 물고기 잡아 천렵국 끓이고, 여자아이들은 밥하고 고구마 삶고…. 처음에는 밥이 설고, 질고, 타고 삼층밥에 자지러지고…. 지금으로 말하면 완전히 자연인의 삶이었다. 혹 가다 그 녀석들을 만나면 천렵 이야기만 한다. 초복, 중복, 말복, 월복. 복달임에 으레 먹던 개장국이 없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그리도 개장국을 잘 끓이셨다고 한다. 그나저나 지인 중에 초복부터 말복까자 보신탕 20그릇을 목표로 하시는 분이 계신데….
오랜간만에 보신탕 대신 염소탕을 먹으러 갔다. 황견의 은근한 냄새도 없고, 염소의 누린내도 없으니 밍밍했다.
올해 복달임은 어죽으로 달래나 볼까 한다. ‘어죽이네’라는 어죽집으로 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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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죽은 경험이 없어서 ㅠㅠ
과거에는 매운탕은 매운 음식인 줄만 알았던..,,물고기 연상이 없었죠. ㅎㅎ
어죽은 작은 민물고기를 ㅡ 붕어, 송사리, 피라지, 구굴이, 미꾸라지 등ㅡ 푹 고아서 그냥 거기에다 국수나 수제비, 쌀 등을 넣고 끓이거나 푹 곤. 것을. 으깨어 걸ㆍ낸 다음국수나 수제비 등을 넣고 끓인 것입니다. 무론 토장국입니다.
무리네 먹는 것까지 간섭하는 세태가 우습습니다.
아, 보신탕.
정말 좋았었는데.
어디서든 천렵을 즐기시는 삶을 동경합니다.
가자, '어죽이네'
인천에 가게 이름이 '어 ㅡ죽이네' 라는 어죽집이 이습니다.
보신탕에 대한 동경이 흔적처럼 되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너나들이 한번 가보고 싶군요.
ㅎ.ㅎ.
모두를 대표하여 한번 다녀 오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