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한지도 펴놓고 군사회의 주재… 평택 美기지 가리키며 “전쟁억제력 확대”
北매체 “대응 못할 군사행동 마련”
軍 “美기지가 핵 타깃 선언한 것”
11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경기 평택 주한 미군기지로 추정되는 한국 중서부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 작전 계획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지도는 흐릿하게 처리됐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쟁억제력은 사실상 핵무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핵 협박 수위를 더욱 노골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지도상 서쪽 일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일대를 지목한 것으로, 한미를 동시에 핵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엔 대남 타격용 전술 핵탄두 실물까지 대거 공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또 한미를 겨냥해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광란적으로 감행한 적들은 연일 반공화국 대결 망발과 공격성 군사 행위들을 의도적으로 고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와 기구편제적인 대책들을 토의하고 해당 결정들을 전원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날 손가락으로 평택 기지를 지목한 것을 두고 군 당국자는 “주한 미군기지가 주요 핵 타깃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 옆에서 다른 간부는 지휘봉으로 각 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인근을 지목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간 평택 미군기지와 계룡대 등을 겨냥해 그 도달 거리에 맞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반복해 왔다. 군 안팎에선 개전 초 주한미군과 한국군 지휘부를 전술핵 타격으로 궤멸시키겠다는 속내를 이번에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맞서 정부는 미국, 일본 등과 대북 군사 공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는 11∼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22차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어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및 대응 정책 공조, ‘핵우산’ 등 확장 억제 실행력 강화와 맞춤형 억제전략(TDS) 개정, 한미일 안보협력을 포함한 역내 안보협력 증진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14일에는 차관보급 한미일 안보회의(DTT)가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방안 등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이번 DTT에 앞서 이전까지 불린 ‘3국 안보협력’ 대신 ‘3국 군사협력’으로 표현했다. 군은 “3국 연합훈련 등 군사적 협력이 심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