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물벗기 ◈
어렸을 때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엔 커다란
창고 하나가 있었다. 집에서 어디로 나갈 때나,
나갔다가들어올 땐 꼭 그 창고 곁을 지나야만 했다.
사면은 높다란 벽, 출입구가 있기는 했으나 내 작은
키의 열 배나 더 큰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그 창고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 무지무지하게
큰 공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창고의
커다란 문이 삐죽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참으며 가까이 다가가 문 사이로
들여다본 나는 그만 어이없는 웃음을
픽 터뜨리고 말았다. 그 속에는 구석구석에
주렁주렁 매달린 거미줄과 바닥에 흩어져 있는
가마뙈기들, 그리고 천장까지 차오르는 어둠뿐이었다.
나는 그 문 앞에 허물 하나를 벗어놓고 돌아섰다.
【-*** 서영은의《사막을 건너는 법》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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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물 벗기 잘 보고 갑니다.
오랫만에 정겨운 가마떼기 들어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