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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가 어떻게 해서 철천지 원수가 되었는지에 대해 그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형제간에도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화합하고 국가를 통치하려는 허황된 욕심을 가질 수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 '굿바이, 이재명'이다. 같은 핏줄로 태어난 형제가 지켜야 할 천륜(天倫)과 동기간의 우애(友愛)는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버려야 할 패륜(悖倫)과 악담의 설전(舌戰)만을 계속하면서 복수혈전에 휩싸인 한 가족사의 비극적 진상이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된 책이 '굿바이, 이재명'의 일관된 스토리다.
그러나 '굿바이, 이재명' 한 가족사의 참담한 슬픔과 공포와 고통과 비참함에만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새로운 챕터의 시작'으로 확대되고 있다. "마스크에 표정을 감춘 그 실체를 벗겨낸 책이 '굿바이, 이재명'"이라고 저자 장영하 변호사는 표지에서 밝히고 있다. 작가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7년간의 판사생활을 거쳐 성남지역에서 이재명과 함께 시민운동과 정당활동, 법조인으로 함께 활동해왔다. 한때는 이재명과 동지적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지금은 이재명과 헤어져서 이재명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며 자질 검증에 나서고 있다.
'굿바이, 이재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변호사이자 성남시장인 동생 이재명과 공인회계사이면서 시민운동가인 형 고(故) 이재선이다. 이재명은 8년간의 성남시장직을 마치고 경기도지사를 거쳐 현재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기세등등하다. 불행하게도 형 이재선은 폐암 4기로 투병하다 4년 전 불귀(不歸)의 객이 됐다.
형제간의 복수혈전에서 동생 이재명은 칼자루를 쥐었고 형 이재선은 칼날을 쥔 형국이었다. 이재명은 권력자요 강자인 한편 이재선은 약자의 입장이었다. 현재 진행중인 대선판국에서 '굿바이, 이재명'이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리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재명이 유력한 대권후보자이기 때문이다.
형제간의 복수혈전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재선이 성남시의 문제점을 공개질의했다는 이유로 이재명은 2012년 5월경 친형 이재선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다. 이재선과 그의 부인 박인복은 이재명이 권력을 남용하여 이재선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하는 것에 대한 방어로 대부분의 통화를 녹음하고 기타자료를 모아서 성남시 시의원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에게 이메일 또는 USB 메모리에 담아 보내면서 도움을 청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은 차마 입에 담기 참담한 일을 자행했고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책 16~17쪽 인용).
이렇게 시작된 형제간의 다툼에서 전개된 수많은 내용들은 20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2022년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에 대한 자질검증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장영하 변호사는 9장(章) 40개 항목에 걸쳐 그동안 전개된 사건과 다툼에 대해 각주(各註)를 달아가며 법률용어에 대한 해설과 법률전문가로서의 유권해석 등을 병기했다.
각 항목의 제목만 훑어봐도 진상이 어떠한가는 짐작이 갈 정도다. '굿바이, 이재명'에 기록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작가 장영하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로 이재명측의 대응이나 반론은 아직까지 제시된 것이 없음을 밝혀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굿바이, 이재명'에 대한 출판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이다.
작가 장영하는 '시작하는 글'에서 명진스님의 글 "강자의 변명은 대부분 거짓이고 약자의 항변은 대부분 진실이다"를 인용하고도 있다. 40개 항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모두 소개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만큼 말미에 자세한 목차 제목을 밝혀두기로 한다. 장영하변호사는 뒷면표지의 표사(表辭)로 다음과 같은 본문 내용을 인용해 놓았다.
"한 사람의 억울함은 그 개인의 삶만 왜곡하고 매장시키는 게 아니었다. 그 시대를 함께 하는 또다른 가까운 사람들과 가족들도 왜곡되고 매장당한 일은 다반사였다. 살아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휘두르는 한 개인에 대한 삶의 왜곡과 매장시킴은 실로 참혹하고 끔찍했다. 조리돌림과 멍석말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갖고있는 권력 앞에 줄을 선 군중들의 심리를 이용해 타깃이 된 개인을 온갖 모략으로 코너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끝내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불러왔다. 권력자와 그 앞에 줄을 선 이들은 그렇게 공범자가 되었다". "권력이란 스스로가 도취되어 자기연민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에게도 우아한 냉혹함을 일깨워야 한다. 당연히 냉혹의 덕목을 갗춘 자만이 권력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은 권력을 가질 자격이 없다. 우아하기는커녕 천박하고 잔인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이다."(책 32쪽 인용)."
장영하 변호사는 "거짓말쟁이가 영웅이 되는 세상, 마침내 언더독의 반격이 시작되다. 이것이 그 거짓말의 진실을 밝힌 마지막 촛불이다"라고도 선언했다. 이재선의 부인 박인복 여사도 "더는 권력을 가진 거짓말쟁이가 영웅이 되는 비극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봄이 대지에 따스한 체온을 불어넣듯 진실의 온기가 이 땅에 가득해졌으면합니다"란 마음의 글을 남겼다. '굿바이. 이재명'을 일독하는 내내 가족이란 어떤 관계이며 권력이 천륜과 동기간의 우애보다도 더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했다. 결론은 그래서는 안된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