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천막농성 진행, “회사 정리해고 강행 의도”
윤지연 기자
K2코리아 사측의 신발생산부 공장 폐쇄를 하루 앞 둔 30일, K2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은 파업 2일차 천막농성을 진행하며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고 있다.
회사측은 3월 8일, 신발사업부 생산직 노동자 93명의 정리해고를 통보한 시점부터 5월 31일부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생산부서 공장을 폐쇄하겠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5일에는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의 중재안을 거부하며, 교섭 불참을 선언했다. 사실상 정리해고 강행 의지를 밝힌 셈이다.
K2사측, ‘교섭 최종 결렬’ 선언...지노위 중재안도 거부
회사의 정리해고 통보 이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고용보장 방안을 위한 노사교섭을 진행해 왔다. 3월 22일부터 5월 25일까지 8차례의 교섭이 진행됐으며, 5월 22일과 25일에는 서울지노위의 조정회의가 이어졌다.
그간 회사는 교섭기간 전반에 걸쳐 신발생산부서 폐지와 생산직 전원 인력 재배치, 명예퇴직 신청 시 1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명예퇴직금 지급을 주장해 왔다. 고용유지 방안으로 인도네시아, 개성공장, 행랑, 신발A/S, 의류A/S, 의류검사, 신발개방, 직영매장판매 등에 추가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신발생산부서 유지가 가장 적합한 고용보장방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사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신발생산부 라인 2개 중 1개 폐쇄와, 신발AS업무의 본사 유치를 양보안으로 내놓으며 교섭을 진행했다. 약 40명의 인력이 배치되는 라인 1개와, 20명의 신발AS업무의 본사 유치 등 현재 남아있는 60여 명의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회사가 이 같은 노조 양보안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사 교섭은 사실상의 파행수순을 밟았다. 이에 서울지노위는 5월 22일과 25일, 두 차례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국내 생산라인을 폐지하는 대신 신발 AS와 신발개발 업무에 전환배치 △전환배치를 원치 않고 희망퇴직 하는 경우 명퇴금으로 12개월치 통상임금을 지급하며, 이와 별도로 3개월분의 격려금 지급 △위 전환배치와 희망퇴직 외에(다른 부서를 원하는) 조합원의 전환배치는 3개월 직무숙련교육을 실시하고, 이후 업무적응에 문제가 있을 경우 다른 곳으로 배치전환 희망을 수용, 만약 자율적으로 명퇴를 요구하면 통상임금 12개월분을 명퇴금으로 지급 등을 중재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회사는 서울지노위의 중재안마저도 거부하며 사실상 ‘교섭 최종 결렬’의 종지부를 찍었다.
노조 29일부터 파업 돌입, 회사 앞 천막농성 진행
“회사 고용보장 의지 없어...정리해고 강행하려는 의도”
회사가 교섭을 거부하면서, 노조는 파업과 천막농성 등을 이어가며 사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9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오전 1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며, 동시에 회사 앞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노조 측은 회사의 교섭결렬 선언은, 사실상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임영국 화섬연맹 사무처장은 “사실상 지노위에서 내놓은 중재안은 회사측이 주장해 왔던 요구안과 다를 바 없다”며 “그럼에도 회사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나간 것은, 그들이 지금껏 주장해 왔던 전환배치안 역시 허울뿐인 것으로 결국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노위 역시 중재안으로 사측 요구안과 일맥상통하는 △국내 생산라인 폐지 △신발 AS와 신발개발 업무에 인력을 전환배치 할 것 등을 내 놓았다. 다만 회사 측의 요구안과 차이가 있다면, 3개월분의 위로금 지급뿐이다.
또한 임영국 사무처장은 “지노위에서는 조정위원회를 한 번 더 연장해 입장을 좁혀나갈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마저도 거부했다”며 “이는 회사가 문제해결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영훈 K2코리아 사장은 지노위의 요청에도 그간의 교섭자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조 측은 30일, 처음으로 정영훈 사장과의 면담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사측은 현재까지 공장 폐쇄와 교섭거부 등의 강경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태 장기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영식 K2코리아 노조 지회장은 “회사는 5월 31일 5시 30분 부로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미 한 달 전부터 노동자들이 일 하고 있는 도중에 기자개를 밖으로 옮겨왔다”며 “공장폐쇄가 완료된 6월 1일부터 노조 측과 충돌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K2코리아지회를 비롯한 쌍용차, 재능, 기륭, 국립오페라 합창단 노조 등 200여 명의 연대단체들은 30일 오후 6시, K2코리아 본사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개최했다. 노조는 이후 천막농성과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며, 6월 7일부터 K2 불매운동 등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