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23번째 국립공원’ 승격,
대구·경북 지역에 걸친 팔공산도립공원이 국내 23번째 국립공원 승격을 앞두고 있다.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이 43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것이다.
신규 국립공원 지정은 2016년 태백산 이후 7년 만이다.
한 나라의 보호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 바로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자연 생태계 보고이자,
자연 및 경관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2곳이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올해 대구·경북의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추진 중이다.
국립공원 제도 도입과 발전 과정에는 경북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의 고뇌와 열정이 녹아있다.
그는 1965년 5월 미국 존슨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경제 개발 자금이 필요했던 박 대통령은 깊은 고심 끝에
월남전 파병 대가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경제 원조를 받아낸다.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존슨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과학자문단을 한국에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이듬해인 1966년 9월 핵 연구소장, 국립과학관장 등 13명의 자문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국립공원 설치를 돕기 위해 미 내무부국립공원청 국장이 당시 함께 내한했다.
조지 룰 국장은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2개월에 걸쳐 전국 명승지를 시찰한 뒤,
국립공원 후보 지역과 5가지 유형을 제안하면서
“국립공원은 과학, 교육, 휴양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속히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1967년 박 대통령은 무분별한 도벌과 남벌로부터 지리산을 보호하고,
국립공원 지정을 희망했던 구례 군민들의 염원을 헤아려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1968년 존슨 대통령이 불출마한 가운데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월남전 철수 공약을 내세운 공화당 닉슨 후보가 승리했다.
그는 1969년 1월 취임과 동시에 아시아 각국의 안보는
각자가 책임지라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 철수는 치명적이라고 판단하고 철회 요청을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예상보다 짧게 끝난 닉슨과 정상 회담 후 박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방문했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창문’에 비유될 정도로 자연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영부인과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박 대통령은
많은 미국인이 국립공원을 즐겁게 탐방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국립공원이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귀국 직후 1주일 만에 설악산으로 달려간
박 대통령은 국립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3년간 설악산, 한라산, 속리산, 내장산, 가야산 등이 국립공원으로 추가 지정됐다.
오는 6월이면 대구·경북의 진산(鎭山)인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팔공산은 멸종 위기종 15종을 포함,
야생생물 5296종이 서식하고, 국가지정 재 29점을 포함해 91점의 자원이 분포하는 등
기존 22개 국립공원에 견줘 생태적 가치(8위), 경관적 가치(2위)가 충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광주·전남 지역의 자랑이던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켰다.
올해 대구·경북의 진산이자 지역의 자존심인 팔공산이 지역 사회의 건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23번째 국립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50여 년 전 국립공원에 그토록 깊은 애정을 쏟았던 박정희 대통령의 큰 뜻을
이번 정부가 다시 이어가는 길일 것이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