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 은 전남 고흥군 봉래면에 있는 조그마한 섬으로 나로도항에서 5분 남짓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멀어지는 육지를 바라보며 일상의 소음도 함께 뒤로 흘려보내는 기분이 들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고양이 조형물과 정겨운 마을 풍경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먼저 다가오는 섬이었다.
언덕을 향해 완만하게 이어진 정글같은 난대림 숲길을 통과하면 다도해의 수평선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어우러진 환희의 언덕이 나온다. 멀리 거문도 손죽도 초도 등이 눈에 들어온다. 야생화가 어우러진 오솔길을 지나 별정원에 접어들면 계절마다 피는 다른 꽃들과 수국꽃이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와 수국꽃이 어우러진 비밀정원의 길 양옆으로 피어난 수국은 마치 파란 보라 분홍 하얀 물감을 섞어 놓은 듯 거대한 수채화 같았다. 수국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 바닷바람에 살랑이며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실제로 그 길을 걸으며 꽃향기와 바람을 함께 느끼는 경험은 훨씬 더 특별했다. 수국꽃길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꽃 한 송이를 바라보게 되고 마음속엔 평온함이 찾아든다.
섬 정상 부근에 도착하였을 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푸른 바다 언덕 위에서 한눈에 펼쳐지는 수국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다도해의 섬들과 눈앞의 수국 군락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경은 도시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선착장으로 돌아올 때에는 아쉬움에 몇 번씩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아름다운 계절의 한 장면을 두고 떠나는 기분이었다. 수국이 피어난 섬길을 따라 걷는 동안 바다는 마음을 비우게 했고 꽃은 마음을 채워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